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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엘 Oct 24. 2021

08 강아지가 눈이 작네?

              이런 게 부메랑이라는 것이지. 

우리가 이름을 부르면  달려와서 우리 앞에 오도카니 앉아서 우리를 뚫어져라 쳐다보던 

밤이의 꼬꼬마 시절 이야기이다.

하루는 남편이 밤이를 부르자  쪼르르 와서는 남편 앞에 앉아서 혹시 맛있는 뭔가를 

주나 하는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남편은 앉아서  기다리는 밤이를 보면서 나에게 말을 건넸다.     


“강아지를 입양한다기에  나는 하얗고 눈이 동그란 아이일 줄 알았는데 밤이는 눈이 너무나 작지 않아?”

난데없이 밤이 외모에 대한 평이라니...

애를 불러서 앉혀놓고서 너무 했다.

간식은 못 던질망정 면전에 대놓고 할 말은 아니지 않나?


그리고 까만  털색이야 사회적으로 편견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강아지 눈 크기는 왜 문제가

 되는 것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강아지의 눈이 너무 작다는 의미가 뭔지 알 수가 없었다.

대체로 사람들이 강아지 보고 이미지를 표현할 때면

 ‘귀엽다’ ‘사랑스럽다’‘잘 생겼다’ 또는‘무섭게 생겼다’ 뭐 이렇게 전체적인 이미지를 표현하지 구체적으로 어떤 한 부분을 콕 집어서 이야기하지는 않지 않는가?

    


그런데 한편으로는 생각해보니 흔히 말하는 복슬강아지를 기대하는 사람들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강아지는 털이 하얗고 눈이 동그랗게 생긴 인형 같은 아이를 상상하게 만드는 단어가 만들어낸 

편견 같은 거 말이다.

그리고 겁이 많고 순한 남편은 그렇게 인형 같은 강아지를 기대했을 법도 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속으로만 중얼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남편의 말에 옆에서 듣고 있던 딸내미가  바로 대꾸를 했다.

“ 아빠! 우리 밤이처럼 예쁜 애는 세상 어디에도 없어. 

눈이 어디가 작다고 그래? 그리고 저렇게 사랑스러운 눈썹을 가진 강아지는 흔하지 않아” 

그 말에 남편은 더 이상 아무 말도 없었지만 내내 밤이를  바라보았다.     


성격은 앙칼졌지만 오히려

외모에 관한 한 우리 밤이는 어디를 가도 사랑받았고 

사람들에게 너무나 예쁘고 잘 생겼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일 후에.

 산책시간이 자주  겹치는 호두라는 강아지와 산책을 했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우리는 그때 서로의 이름도 몰랐지만 밤이 엄마로 

그리고 '호두 엄마'로 부르면서  친하게 지냈다.

그리고 가끔이지만 커피를 마시면서 수다를 떨곤 했었다.

그러고 보니 아직 나는 호두 엄마 이름도 모른다.

아니면 알려줬을지도 모르는 그 이름을 나는 기억을 못 하고 있다.

            밤이랑 같이 산책을 하고 있는 호두랑 호두 엄마

    


그냥 호두 엄마로 기억되어있다.

그리고 전화번호도 그렇게 등록이 되어 있다.

이게 좀 웃픈 일인가? 

하지만 그게 기억하기가 편했다.

호두는 수컷이고 웰시코기니까 정확하게 기억을 한다.

그날도 같이 산책을 하고 서로 대화를 하기도 했다.

서로 중형견을 키우다 보니 공감대를 형성하는 부분이 많기도 하고

여러모로 비슷한 구석이 많아서 편하게 통하는 부분이 있었다.

보통은 반려견에 대한 이야기나 아니면 사는 이야기를 한다. 흔한 아줌마들의 대화였다.

그런데 그날 뜬금없이 남편을 언급했었다.


“언니 어제저녁에 산책할 때 밤이랑 산책하고 있는 아저씨를  만났어요.

그런데 언니! 그거 알아요?

 강아지는 주인 닮는 다더니 아저씨랑 밤이랑 너무나 꼭 닮았더라고요” 라며 이야기를 꺼냈다.

나는 “진짜? 

갑자기 튀어나온 남편의 이야기에 

”우리 남편이 밤이처럼  예쁘다고? ” 웃으면서 농담으로 지나치려고 했는데     


호두 엄마가 이어서 말을 했다.

"그런데 언니 

눈이 작은 게 아저씨랑 밤이랑 너무나 많이 닮았어 안 그래?"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다.     

내가 웃으니까 호두 엄마는 다시 맞장구를 치듯이 말했다.

“언니가 생각해도 그렇지? 정말 어제 아저씨를 처음으로 가까이 봤는데 

밤이랑 어떻게 그렇게 눈이 닮았지? 너무 신기하더라고”


내 웃음의 진의를 모르니까 호두 엄마는 그냥 자기 말에 공감을 해서 그렇다고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이 모든 상황이 너무나 웃겼지만 설명하기도 뭐해서 속으로 생각만 했다. 

'하필 꼭 집어서 눈이 작은 게 닮았다고 하다니.. 밤이 눈이 자기를 닮아서 싫었나 보네’

어떻게 지적한 대로 정확하게 자기가 지적을 받을 까?

이게 바로 부메랑이라는 것이지.... 누구 말대로 사랑은 돌아오는 것이라더니 말도 정확하게 돌아오네'     


그날 퇴근하고 집에 돌아온 남편에게 오전에 산책하면서 있었던 일을 말했다.

“호두네 엄마가 그러는데 당신이랑 밤이랑 너무나 닮았대

특히 눈이 작은 게 밤이랑 너무나 똑같이 닮았다고 그러더라”

그리곤 하루 종일 참았던 웃음이 한꺼번에 터져 나와서 박장대소를 했다.


그 이야기를 듣던 남편이 마치 도깨비에서 나오는 공유처럼 정말 처음 듣는 이야기라는 표정으로

"나랑 밤이랑 눈이 닮았다고?"  그런 이야기 정말 처음이다" 그러더니

남편도 잠깐 민망한 듯이 웃었다.

그리고는 밤이를  빤히  쳐다보더니 밤이에게 말을 걸었다.

"밤이야! 너랑 나랑 눈이 닮았단다"

한참을 앉아서 밤이를 쳐다보더니 " 잘 생겼네"라고 말을 했다.

밤이는 무슨 영문인지 모르고 남편만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 뒤로는 밤이의 외모에 대한 논란은 당연히 없어지고 엄청 자랑스러워 

하면서 밤이를 데리고 산책을 나갔다.

‘알고는 있었지만 역시 자기애 끝판왕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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