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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의 양구일기 20_꼭 담아야 했다

양구 '고추밭' 스케치. 작업실 '능선 아래 나무' 먹 드로잉, 콜라주

by 정현영 Grace H Jung
2016년 5월 9-11일.
박수근미술관 창작스튜디오 입주 48-50일 차.


20160509 고추지지대 작업_72.jpg <고추지지대 작업> 종이에 먹, 25 x 23cm, 2016


'공군 후 물 댄 논' 수채화를 완성하러 가는 길에 오골계 키우시는 할아버지, 할머니 부부가 고추 지지대를 세우고 묶어주는 작업을 하고 계시는 것을 보았다.


오늘은 수채화를 완성해야 하니 이리 눈길을 주면 되는데 하면서도 할아버지는 기다란 지지대를 고추 옆에 박아 넣고 할머니는 지지대와 고추를 묶어주는 모습이, 가득 빽빽한 봉들 사이로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시며 일하시는 모습이, 아직 한참은 높다란 철봉 끝까지 자라날 가녀린 고추를 정성스레 하나하나 보살피는 모습이 좋아 담아야 했다.


세우고
묶어주는



우리 그리네하며 웃으시는 할아버지의 모습도 좋고, 혹시나 확인하려이거 고추 묶어주시는 거죠?’ 물었더니 높이 까지 자랄 거요하시는 할머니의 자랑스러워하는 모습도 좋았다.


홀로 그리러 가는 길목에 분과 잠시라도 나누는 대화가 마음을 따뜻하게, 풍성하게 주었다. 수채화 시간 때문에 고추와 밭의 모습은 후일을 기약하였다.


_2016/05/09 드로잉 노트: 고추지지대 작업

_2016/05/16 드로잉 노트: 고추의 모습과 지지대에 묶여있는 모양을 그려 넣었다




2016 능선 아래 나무 전체_72.jpg <능선 아래 나무> 먹 드로잉에 수채, 25 x 23cm(위), 31 x 21cm(아래), 2016


3 꺾여있던 나무가 죽었는지 살았는지는 모른다. 아직 잎이 계절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러나 산 전체에 빽빽한 가지와 기둥뿐인 나무들의 위로 솟는 선들의 연결이 능선의 끝 푸른 소나무들까지 면면히 이어져있어, 꺾인 나무는 타오르는 불꽃처럼 살아있다.


과거의 생의 투쟁
미래의 생의 유희



꺾인 나무는 현재의 모습일 뿐, 저 능선 위까지 달려 올랐던 죽음을 무릅쓴 과거의 생의 투쟁도, 온전히 회복되어 거닐며 누릴 미래의 생의 유희도 찬란한 빛의 불길과 같을 것이다.


20160510 꺾인 나무 작업과정1_72.jpg '꺾인 나무' 30호, 8호 먹 작업과정 _2016/05/10


거친 바위를 넘어서는 나무의 수직 상승의 연결 선

꺾인 나무에서 피어나 둥실 떠오르는 동그란 번짐


_2016/05/10 작업노트: 단장의 능선 꺾인 나무




20160511 꺾인 나무 작업과정_72.jpg '꺾인 나무' 30호, 8호 먹 드로잉과 콜라주 작업과정 _2016/05/11


아무래도 꺾인 나무를 그려 넣은 필치가 약하여 콜라주를 하였다. 아주 섬세하고 작은 조각으로.


_2016/05/11 작업노트: 단장의 능선 꺾인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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