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듀페미 취미에세이 #2
취미.. 라면 어렸을 때부터 무수히 거쳐온 ‘자기소개’라는 난관에서 항상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녀석이다. 도대체 취미를 무엇으로 적어야 할까. 평범하고 싶으면서도 그렇다고 ‘독서’나 ‘음악 감상’ 같은 것들은 너무 흔해빠지고 따분해 보일까 봐 고민이 되었었다.
성인이 되고 나서는 취미라는 게 무엇인지, 무엇이어야 하는지 점점 모르게 되었다. 취미라는 것도 일종의 자격(?) 같은 게 필요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대학생 시절, 한 지인이 나에게 취미가 뭐냐고 물어왔다.
혼자 놀기를 좋아하던 나는 주로 혼자 있을 때 하던 것들– 책 읽기, 영상 보기 –을 말했는데, 그 지인은 아니 그런 거 말고, 뭐 좀 생산적인 거 없냐고 다시 물었다.
나는 한참을 고민하다가 피아노 학원을 잠시 다녔던 것을 떠올리며 피아노 치기라고 대답했는데, 이번엔 피아노 실력에 대해 묻는 게 아닌가. 내가 좋아하는 뉴에이지 곡을 더듬더듬 칠 수 있는 정도라고 했더니 “그 정도는 나도 친다”라는 대답이 돌아옴으로써 나의 모든 취미는 결국 묵살당하고 말았다.
취미에 대한 또 한 가지 기억이 있다. 군대를 갓 전역한 어느 3월, 나는 복학하지 않고 1년을 더 휴학했다. 군대에서 빼앗기고 시달렸던 시간에 대한 보상으로, 오로지 나 자신을 위한 시간을 갖고 싶어서였다. 사실 당시의 나는 정신건강이 좋지 않은 상태라 학교를 다닐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래서 내가 하고 싶었던 것들을 하며, 즉 ‘취미생활’을 하며 1년을 보냈다.
당시 나의 취미는 중국어와 피아노였다. 어학을 배운다는 것, 악기를 배운다는 것은 모두 나에게 멋진 일이었고 내 정신건강에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취미는 무엇이고, 무엇이어야 하는가. 나는 현대인들이 취미에 대한 강박을 가지고 있다고 느낀다. 취미라는 건 무언가 생산적이고, 근사한 것이어야 한다는 것. 운동을 해서 멋진 몸을 만든다던가, 어학공부를 해서 원어민과 유창히 대화를 할 수 있어야 된다던가, 피아노로 아무나 칠 수 없는 어려운 곡을 칠 줄 안다던가. 하는 것들.
하지만 취미의 사전적 정의는 ‘즐거움을 얻기 위해 좋아하는 일을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다. 뭐가 됐든 1) 좋아하는 일을, 2) 지속적으로 하면서, 3) 즐거움을 얻으면 되는 게 아닐까. 취미마저 자기 계발과 연관이 되기를 강요받는 시대다.
하지만 나는 자기 계발보다는 자기 보존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쓸모’를 입증하지는 못하지만, 그 무언가로 인하여 하루하루 일상을 살아갈 즐거움과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취미의 본질이 아닐까 싶다.
Edited by. 연수
다정함을 사랑하는 mtf 트랜스젠더이자 페미니스트. 의미 있는 관계 맺음을 위해 항상 고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