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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설명하는 것들에 대한 생각

내가 가진 것이 곧 나 자신이라면, 그것을 잃었을 때 나는 누구인가?

by 이열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요?"

이런 질문을 받으면 우리는 무의식중에 무엇부터 떠올릴까. 아마도 직장에서의 직책, 살고 있는 동네, 통장 잔고, 몰고 다니는 차의 브랜드, 혹은 SNS 팔로워 수 같은 것들이 먼저 머릿속을 스치지 않을까.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이런 외적 조건들은 마치 신분증처럼 느껴진다. 명함을 주고받으며 서로를 파악하고, 어디에 사는지로 경제력을 가늠하며, 소유한 물건들로 취향과 지위를 드러낸다. 언제부턴가 '내가 가진 것'이 '내가 누구인지'를 설명하는 가장 간편한 방법이 되어버렸다.


정말 그럴까? 에리히 프롬은 이렇게 물었다. "내가 가진 것이 곧 나 자신이라면, 그것을 잃었을 때 나는 누구인가?" 이 질문 앞에서 나는 잠시 멈춰 서게 된다. 회사에서 퇴사하면, 집을 옮기면, 경제적 어려움을 겪으면, 그 순간 나는 사라지는 걸까?


생각해 보면 우리가 의지하는 이 모든 것들은 얼마나 불안정한가. 직장은 언제든 잃을 수 있고, 집값은 오르내리며, 돈은 있다가도 없어지고, 차는 낡아가며, 팔로워는 하루아침에 줄어들 수 있다. 이런 유동적인 것들에 나의 정체성을 맡겨둔다면, 나 역시 그만큼 불안정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무엇이 진짜 '나'일까? 나는 '사는 방식'에서 답을 찾고 싶다. 어떤 상황에서도 변하지 않는 나만의 원칙, 사람들과 관계 맺는 방법, 어려움 앞에서 보이는 태도, 작은 일상을 대하는 마음가짐. 이런 것들이야말로 외부 조건이 바뀌어도 흔들리지 않는 진정한 나의 모습이 아닐까.


물론 현실적으로 우리는 사회 속에서 살아가야 하고, 경제적 안정도 필요하며, 어느 정도의 사회적 지위도 중요하다. 이를 부정하자는 게 아니다. 다만 이런 것들을 '소유'하되 그것이 나를 '규정'하도록 두지는 말자는 것이다.


진정한 자유는 가진 것에 매여 있지 않을 때 온다. 그때 비로소 어떤 변화와 위기가 와도 본질적인 나를 잃지 않을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사람이야말로 진정 강한 사람이 아닐까.




사진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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