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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는 중입니다

요즘 나는 작은 것들에 주목한다

by 이열

"나답게 살아라."

이 말을 들을 때마다 고개를 끄덕이다가도 갸웃거리게 된다. 정작 '나다움'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머릿속에 "나는 어떤 사람인가?"라고 던져 보면, 돌아오는 건 어지러운 침묵뿐이다.

어린 시절에는 누군가 내게 "넌 착하다" 혹은 "넌 운동신경이 좋아"라고 말해주면 그것이 곧 나인 줄 알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깨달았다. 타인의 평가로 만들어진 정체성은 모래성처럼 쉽게 무너진다는 것을.

에리히 프롬은 "인간의 주된 삶의 과제는 자기 자신을 탄생시키는 것이다"라고 했다. 이 말이 처음엔 철학적 수사로만 들렸는데, 지금은 삶의 가장 현실적인 과제처럼 느껴진다. 우리는 완성된 채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매일매일 조금씩 자신을 만들어가는 존재라는 뜻이겠지.

요즘 나는 작은 것들에 주목한다. 어떤 음악을 들을 때 가슴이 뛰는지, 어떤 순간에 진심으로 웃게 되는지, 무엇에 화가 나고 무엇에 감동하는지. 이런 감정의 조각들이 모여 조금씩 나의 윤곽을 그려가고 있다는 걸 느낀다.

완전한 '나'를 찾으려 애쓰기보다는, 불완전한 지금의 나를 받아들이며 천천히 성장해나가고 싶다. 인생이란 결국 자신을 알아가고 만들어가는 긴 여정이니까.




사진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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