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의 기대에 부응하려 하지 않는다
직장에 다니면서 자연스럽게 마주하게 된 것이 있다. 당연하다는 듯한 골프에 대한 기대. 지금은 덜하지만 동료들과의 대화에서, 상사와의 만남에서, 심지어 회식 자리에서도 골프 이야기가 빠지지 않았었다. "운동하시죠?" 하는 질문에 "네, 주말에 뜁니다."라고 답하면 돌아오는 의아한 시선들. 아니 언제부터 ‘골프’가 ‘운동’을 대표하게 된 거지?
나도 한때 노력해 봤다. 점심시간 때마다 연습장에 나가 스윙을 익혔고, 골프 용품을 하나씩 장만했다. 선배들과 함께 라운딩을 나가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드는 확신. 나랑 안 맞아!
골프채를 잡고 있는 시간에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싶었고, 책 한 권 더 읽고 싶었고, 글 하나를 더 쓰고 싶었다. 연습장과 필드에서 보내는 한나절이 아까웠다.
그래서 당당히 골프채를 내려놓았다. 주말 오전에 필드에 가는 대신 아내와 함께 공원에서 달린다. 연습장 대신 도서관에 간다. 내가 좋아하는 일들로 하루를 채운다.
여전히 가끔 "운동하세요?"라는 질문을 받는다. 하지만 이제는 곤란해하지 않는다. "아니요, 안 칩니다."라고 자연스럽게 답한다. 남들의 기대에 부응하려 하지 않는다.
좋아하는 것만 하기에도 시간이 모자라는 이 소중한 인생에서, 나는 더 이상 남의 기준에 맞추려 애쓰지 않는다. 골프채를 내려놓은 순간부터 깨달았다. 진짜 중요한 건 무엇을 더할 것이냐가 아니라, 무엇을 포기할 용기를 갖느냐였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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