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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팔로 쓰는 앎Arm May 01. 2020

상처받기 싫은 약한 마음에 대하여

삶도 버티는 일인데 사랑까지 버티는 일이 되긴 싫어

수미상관. 좋았던 이유들은 싫은 이유가 된다. 나는 불완전한 인간이다. 누굴 삶에 들이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이다. 불완전한 나를 끊임없이 들키는 일이기 때문이다. 헤프게 들키다 그 모습들이 싫어 이내 그 선을 자르고 싶어진다. 누군가와 연결된다는 판타지. 그 판타지는 현실에서 힘을 지속할 수 있을까. 생각하기 나름이다. 고독과 고통을 선택하는 게 익숙한 내가 힘들다가 그게 내가 사는 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를 버려야 행복해진다. 근데 그게 나를 버리는 일이어서는 안 된다는 헛소리가 자꾸 맞는 것처럼 머릿속을 맴돈다. 만남과 만남은 왜 존재하는가. 손을 잡으면 현실서 탈출할 수 있을 거란 달콤한 판타지가, 금세 숨막히는 일상으로 바뀌는 건 또 한순간이다. 인간은 왜 이리 복잡하고 이해할 수 없는 존재인가.


계속 잘해줄 게 아니라면 잘해주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어른들은 아무에게나 잘해주지 말라는 말을 한다. 착한사람 콤플렉스 따위로 모두에게 잘해주던 나는 몇 번의 교훈을 얻고는 그 말을 뼈아프게 되새겼다. 아무에게나 잘해주지 말자. 이용당하지 말자. 버림받지 말자. 만만해지지 말자. 잘해주면 고마운 줄 모르고 재단해 대하는 이들을 몇 번 만난 후 나는 인간에 대한 혐오에 빠졌다. 인간은 왜 이리 복잡다단한가. 잘해주는 이가 생기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인간이 태반이다. 모두가 사랑이 부족하다. 무조건적 사랑을 받아본 경험이 누가 그리 있겠는가. 그러니 조금의 선의라도 보이면 금세 착각하다 마침내 상대에게 말도 안 되는 꼬리표를 붙여 자신을 합리화한다. 정당화한다. 그런 인간들이 있다. 


사람들은 쑥덕이는 걸 좋아한다. 일부 사람들은 그렇다고 말해야 보험이 되려나. 나는 인간이 다른 인간에게 갖는 비뚤어진 관심과 그 표현에 대한 모든 현상들을 경멸해 왔다. 인간은 왜 다른 인간을 그런가보다 하고 내버려두지 않고 기어이 입맛대로 재단하려고 드는가. 답은 없다. 그냥 인간은 그렇다. 복잡하고 다면적이다. 그러니 나는 언제고 인간이 싫다는 마음 안의 멍울 같은 걸 지닌채 살아왔다. 2020년이 되고나서 내가 기뻤던 이유는, 마침내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 숨이 트이기 시작했다는 생각, 살아남았다는 생각, 나를 둘러쌌던 숨막히는 환경들에게서 마침내 많이 멀어지고 있다는 생각. 2020년이 되고나서 코로나19로 나도 누구들도 정신이 없지만, 그래도 나는 2020년의 오늘을 사랑한다. 나를 나로 살게 하고 있는 이 시간들을.


그래서 나는 당신을 잘라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사랑을 속삭이고 열성을 다하는 모습들은 두렵다. 그 모습들은 영원하지 않을 거라는 걸 안다. 당신 마음이 그러고 싶을 때까지 하다가, 그만둘 그런 행동들을, 나는 그저 앉아서 받아내다가 원래 없던 것이 괜히 만들 공허함에 또 허무해지긴 싫다. 안 그래도 나는 공허하고 안 그래도 나는 멍울투성이라 이것만 극복하는 것도 힘들다. 그저 새 세상이 열리는 듯한 그 판타지들은, 그 순간만 아름다울뿐인 것을. 내게 남아 있는 상흔들을 그것으로 극복할 수는 없음을. 인생은 홀로 사는 것이며 어쨌든 나는 고난 속에서 나 홀로 버텨야 하며 과거의 상흔을 향해 때론 비웃고 때로는 안고 때로는 잊어 버리면서 다뤄야 하는 것도 나 스스로임을. 그러니 나는 괜한 희망 만들어 삶의 가치관에 혼란을 주기 전에, 당신을 자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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