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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영회 습작 Aug 31. 2021

협업 조직에서 함께 앉기 구현하기

XP 넘어서기

지인들과 XP 책을 함께 읽던 중에 글쓰기를 시도한다. 직접적 동기는 7장 앞부분을 읽고 화상회의로 나눈 대화에서 받은 인상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어서이다. 하지만, 글로 쓰는 순간 쓰임새에 따른 애자일 활용에서 직업 일상의 변화 수용방법으로서의 애자일이라고 표현한 내용의 일부일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단순히 XP 책 소개나 독후감을 넘어서 활용하는 일에 대한 영감을 주기 위한 연재로 구분한다.


함께 앉기의 위력

XP의 기본 실천방법으로 처음 소개하는 내용이 함께 앉기다. 픽사의 본사 건물이 "스티브 잡스 빌딩"으로 명명한 이유는 우연한 만남을 추구한 그의 생각 탓일 듯하다. 왜 그러한지는 구글링 해보면 관련 글이 많다.

지인들과 대화하면서 두 가지 흥미로운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었다. 하나는 아래와 같은 사회 초년 디자이너 동료의 글이다.

모든 것에 대해 서로 가볍게 물어볼 수 있어서 좋았다. 별거 아닌것처럼 보이지만 의사소통을 더 활발하게 해준 것 같다. 그리고 더 인간적인 느낌이 들었다.

그녀의 설명에 듣다보면 비교적 주니어일 때는 잦은 질문이 필요하고, 명확한 질문이 어려워 메신저를 사용해야 하는 원격 환경에서는 부담을 감수하고 질문해야 한다. 그러나, 같은 공간에 있고 소소한 TMI가 오가는 상황이라면 그런 부담은 줄어들고, 용기있게 마음껏(?) 질문할 수 있다. 질문 자체의 효용성은 당연하고, 더불어 개인 차원에서 활기도 향상될 듯하다.


두 번째 일화는 외주 개발 프로젝트에서 PM이 별도의 방을 사용하는 사례다. 구분된 공간에서 근무하여 프로젝트의 디테일에 대해 동떨어진 판단을 하는 PM의 부작용을 이야기할 때, 나는 코미디처럼 느껴졌다. 현실인가 싶은 수준의 치명적 결함이 보였는데, 역설적으로 함께 앉기의 중요성을 강하게 설명하는 사례다.


비대면 상황의 함께 앉기

나는 비대면 협업에 대해 관심이 많아 실천은 물론 종종 글쓰기도 해왔다. 그러한 탓에 모회사 팀장님이 자신의 회사에서 비대면 협업에 대한 강의를 부탁한 일이 있다. 재택근무 기간에 일을 제대로 진행할 수 없어 많이 괴로웠다고 한다.


비대면 혹은 재택근무 상황에서 함께 앉기는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까? 나는 두레이라는 협업 도구를 다년간 써오면서 함께 쓰는 기록의 힘프로젝트 단위의 저장소 역할을 하는 게시판의 힘에 놀랐다. 그에 대한 상세한 내용은 다른 글에서 다룰 기회가 있기를 기대하고, 동료가 함께 앉기의 사례로 설명한 두레이 활용법을 공유한다.


우리회사 동료인 유영모님은 2017 ~ 2019년 동안 대부분의 직원이 북경에 상주할 때, 서울에서 근무하며 중국에서 사용하는 물류 업무용 프로그램을 개발한 일이 있다. 그때 얼굴을 맞대고 일하지 못하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아래 그림과 같은 형식으로 작업 기록을 남기고 이력과 함께 코드를 연결해두는 일로 함께 앉기를 구현했다.


오픈소스 커뮤니티에서 배우기

사실 오픈소스 커뮤니티에서 이러한 협업은 기본이다. 필자의 경우, 개발자 시절에 Spring이라는 오픈소스 프로그램과 그 커뮤니티에 푹 빠진 일이 있다. (한때, KSUG라는 단체를 설립하고 활동도 했다.) 오픈소스 커뮤니티는 굉장히 느슨한 협업을 전제로 한다.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는 일은 흔하고, 전업인 사람과 가끔 기여하는 사람이 섞여 있다. 불특정 다수의 협업을 위한 의사소통과 의사결정 장치들이 다수 존재한다. 보통 회사에서는 소통과 결정이 구두로 이뤄지는 비율이 압도적으로 많고, 그러다 보면 모호한 소통이 일반화 되어 버린다.


그 모호함이 소프트웨어 구축(혹은 지식정보산업)에서는 놀라운 수준의 낭비를 만드는데, 소프트웨어에 대한 경험이 부족한 분들은 (소프트웨어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특성상) 낭비를 인식하지 못한다. 그래서, 개선이 어렵다. 반면에 강남, 판교 등에서 출발한 소프트웨어 회사들에게 이런 류의 소통이 이미 자리잡고 있지 않을까 추정된다.


점진적인 자리 배치 개선

나는 팀작업을 할 때, 주기적으로 자리 배치를 바꿨다. 굉장히 귀찮아 하는 사람들이 존재해도 포기하지 않았다. 아래는 이를 떠올리게 해준 XP 책의 문구다.

필요하다면 함께 앉기를 조금씩 천천히 전진시켜도 된다. <중략> 하루의 절반을 회의실에서 프로그래밍해 본다. <중략> 여러분의 팀을 효율적으로 만들어 줄 작업공간을 찾아내기 위한 단계다

나는 책 읽기 토론을 함께 하는 지인들에게 '왜 고집스럽게 잦은 자리 배치를 하는지'에 대해 축구 팀이 포메이션 변경하는 일에 빗대어 설명했다. 훌륭한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축구 팀은 상대팀과 선수 구성과 상대팀 전략 등에 따라 지속적으로 포메이션을 변경한다. 축구만 그러해야 하는가?


그리고, 필자가 설명한 은유 중에 작전 타임지인들의 깊은 공감을 끌어냈다. 나는 등을 돌리면 회의실에 가지 않아도 바로 회의할 수 있는 자리 배치를 강조하면서, 배구 경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작전 타임의 구현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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