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영회 습작 Feb 05. 2024

말은 말에다가 말아서 말해라

한국말의 주기율표

최봉영 선생님 글 <한국말에서 ‘말’과 ‘말다’>에 대해 지난 글에서 마치지 못한 부분을 묻고 따져서 풀어 봅니다.


느끼고 알고 바라고 이루는 순서

어쩐지 느, 알, 바, 이 순서가 도레미파 같이 점차 커져가는 어감이 아닌가 싶습니다.

11.
한국말에서 ‘말다’는 사람들이 느끼고, 알고, 바라고, 이루고자 하는 일에 대한 뜻을 담아내는 말이다. 사람들은 어떤 일에 대한 뜻을 또렷하게 드러낼 필요가 있을 때 ‘말다’라는 ‘말’을 써서 그렇게 한다. 사람들이 ‘~ 말다’를 가지고서 일에 대한 뜻을 담아내는 것은 크게 네 가지이다.

더불어 자주 소환하는 그림의 범주들과 일대일 대응이 될 듯도 하고요. 바로 그러네요. :)

근데 선생님 풀이는 항상 '~가지'와 함께 하죠.


수학 기호와 같은 한국말의 특징

첫째, 사람은 ‘말다’를 가지고서 앞으로 벌이고자 하는 일에 대한 뜻을 ‘~고 마는 일’로 드러낸다.   

'고마'는 한참 들었던 말인데요.

# 사람들이 앞으로 벌이고자 하는 일에 대한 뜻을 ‘~고 마는 일’로 말하는 경우.

헉, 정반대의 의미도 구조가 같습니다. 어딘가 모르게 대칭이 느껴집니다. 말속에 +와 -기호가 있는 듯하네요.


벌어진 일에 대해서도 '말다'

둘째로 사람들은 ‘말다’를 가지고서 이미 어떤 일을 벌여서 뜻을 이룬 일에 대한 뜻을 ‘~고 만 일’로 드러낸다.   

과거 일을 말할 때인가요?

# 사람들이 앞으로 벌어질 수도 있는 일을 벌이지 않겠다는 뜻을 ‘~지 않고 마는 일’로 말하는 경우.

역시 또 대칭이 느껴지는 포기말[1]입니다.

# 사람들이 벌어질 수도 있었던 일을 벌이지 않았다는 뜻을 ‘~지 않고 만 일’로 말하는 경우.


벌어질 일에 대해서 혹은 명령하는 '말다'

셋째로 사람들은 ‘말다’를 가지고서 벌어질 수도 있는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막고자 하는 뜻을 ‘~지 마라’로 드러낸다.
: 너는/너희는 학교에 가지 마라.
: 너는/너희는 학교에 가지 말아라.
: 너는/너희는 학교에 가지 말거라.

넷째로 사람들은 ‘말다’를 가지고서 벌어질 수도 있는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자는 뜻을 ‘~지 말자’로 드러낸다.
 : 나하고 너하고 학교에 가지 말자.
 : 우리는 학교에 가지 말자.
 : 우리는 학교에 가지 말아야지.
 : 나는 학교에 가지 말아야지.

다음 포기말 이해에는 최봉영 선생님과 전화 통화한 내용이 바탕에 있습니다.

위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한국말에서 ‘말다’는 사람이 어떤 일을 벌이는 것에 대한 뜻을 두루 담아내는 말이다. 사람들은 ‘말다’를 가지고서 ‘어떤 일을 벌이겠다는 뜻’, ‘어떤 일을 벌였다는 뜻’, ‘어떤 일을 벌이지 않겠다는 뜻’, ‘어떤 일을 벌이지 말라는 뜻’, ‘어떤 일을 벌이지 말자’는 뜻을 모두 담아낸다.

아마 그것은 12번에 나올 듯한데요. 없으면 제가 통화 내용에 대해 요약해서 쓰겠습니다.


입말은 욕구를 멀리 보내는 통신 방법

으흠...

12.
사람들이 말을 만들어 쓰는 것은 일에 대한 뜻을 주고받는 것에서 비롯한다. 이는 참새가 지저귀고, 사자가 으르렁대고, 침팬지가 소리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숨을 쉬며 살아가는 것들은 일에 대한 뜻을 주고받고 싶을 때 숨으로 소리를 만들고 뜻을 담아서 일에 대한 뜻을 나타내고자 한다. 숨이 소리가 되고 뜻이 되어 일을 알리는 길이 열린다.

제가 앞선 글을 페북에 소개하자 최봉영 선생님이 전화를 하셔서 바로 퀴즈를 내셨습니다. 그 내용이 앞선 다발말에 있습니다. 그런데 문장으로 다시 보니 Communication 한국말로 통신의 의미이기도 하네요.


말은 말아서 보내라

또, 통신 용어가 떠오릅니다.

한국사람이 일에 대한 뜻을 말소리에 담아서 울려 퍼지도록 만드는 것은 두 개의 '말', '~지 마는 일'과 '~고 마는 일'에 바탕을 두고 있다. 사람들은 일이 아직 어떤 일로 드러나지 않은 단계는 '~지 마는 일'로써 일에 대한 뜻을 담아내고, 일이 이미 어떤 일로 드러난 단계는  '~고 마는 일'로써 일에 대한 뜻을 담아낸다. 이때 '말'은 일에 대한 뜻을 일컫는 말이고, '말다'는 일에 대한 뜻을 이루어가는 일을 일컫는 말이다.

원거리 통신은 누락과 간섭이 있어서 뜻을 제대로 새기려면 서로 간의 약속이 필요합니다. 흔히 프로토콜이라고 하죠. 그게 말 자체에도 있었네요.


그리고 어쩌면 말에 담긴 뜻을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서 어쩌면 인류가 역공학(리버스 엔지니어링)을 통해서 알게 된 지식을 바탕으로 생성형 AI가 비약적으로 진화한 듯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사람들은 말로 생각을 펼쳐서 일에 대한 뜻을 또렷하게 주고받을 수 있게 되자 문화를 가꾸고 문명을 일구는데 필요한 온갖 일을 해낼 수 있게 되었다. 그동안 사람들은 곳곳에서 엄청난 일을 이룩해 왔다. 그리고 오늘날 사람들은 사람의 말을 바탕으로 기계언어를 만들어서 인공지능이 사람이 하는 일을 대신하는 시대를 맞게 되었다.


주석

[1] <한국말 말차림법>에서 제안한 문장에 대한 토박이 말입니다. 왜 포기말인지는 <언어에 대한 일반이론>에서 일부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지난 한국말의 주기율표 연재

1. 한국말에서 ‘말’과 ‘말다’에 대한 묻따풀

작가의 이전글 한자 쓰기로 배우는 아이의 자기 주도 학습 II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