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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영회 습작 Jan 31. 2024

한국말에서 ‘말’과 ‘말다’에 대한 묻따풀

한국말의 주기율표

마침 아침에 <그리스 수학의 번영 (下)>을 올리면서 <수학의 역사>에서 해당하는 부분을 찾아 쓱 훑어볼 때 눈에 들어온 단어가 있습니다.

공리(axiom) 또는 공준(postulate)


그런데, 최봉영 선생님 글의 댓글로 그 표현을 다시 보니 멈추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한국말의 주기율표의 시작

우와. 그런 정도의 글인가? 아직 분별하는 능력이 떨어져서 알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미 최봉영 선생님의 글을 <묻따풀 2024: 함께 말 차리기>로 연재하고 있는데, 중간에 끼어들기를 해야 할까요? 주의하세요. 속말로 진행한 그야말로 TMI입니다. 암튼, axiom이란 단어를 제가 권위를 부여한 책과 한 분의 페벗님이 쓰시니 바로 풀어 보기로 했습니다. 다만, 글과 내가 만든 질서이지만, 질서는 질서이니 새로운 연재를 만듭니다. 연재 제목은 이미 4일 전에 페북에 올린 문장 속에 들어 있습니다. <낱말은 덩어리가 아니라 인수분해 하면 또렷해진다>를 쓰고 페북에 알리는 글을 올릴 때 알음기분이 낳은 매듭말[1]입니다.


사회적 동물 = 무리를 이루어 살아간다

책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아래 다발말[2] 이해를 위해서 <사피엔스>를 읽어 보시길 권합니다.

01.
사람들은 무리를 이루어서 함께 어울려 살아간다. 사람들은 한 번도 만나본 적도 없는 이들까지 무리를 이루어서 함께 어울려 살아간다. 사람들은 그렇게 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왔기 때문이다.

책은 별로인 분들을 위해 초간단 이미지를 인용합니다. 다발말을 보고 이미지가 상승 작용을 하기를 빕니다.

의미 심장한 내용입니다.

02.
사람들이 무리를 이루어서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것은 느끼고, 알고, 바라고, 이루는 일을 함께 하는 것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런 까닭으로 사람들이 무리를 이루어서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일을 잘하려면 느끼고, 알고, 바라고, 이루는 일을 함께 잘할 수 있어야 한다.

나도 모르게 한발 더 들어가서 제가 알 수 없는 무의식을 분석합니다. 표면적으로는 아무 관련이 없는 <당신이 옳다>와 과학 책들 그리고 <한국말 말차림법>을 함께 읽는 이유가 어렴풋하게 보입니다. 어쩌면 현대 사회가 끌고 가는 어떠한 힘에 이끌려 그간 소홀히 했던 것들을 찾고 빠르게 익히는 중이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녀겨서 니르기

손때[4]로 만든 기억의 축적은 <말의 탄생: 녀겨서 니르기>를 소환합니다.

03.
사람들이 무엇을 느끼고, 알고, 바라고, 이루는 일을 함께 잘하려면 함께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한 뜻을 서로 잘 알아볼 수 있어야 한다.

제가 소환한 제 글을 읽을 여력이 없는 분은 선생님의 포기말[3]과 함께 아래 그림을 보세요.

04.
사람들은 함께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한 뜻을 서로 잘 알아보기 위해서 함께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한 뜻을 소리에 담아서 주고받을 수 있도록 말이라는 것을 만들어 쓰게 되었다. 사람들은 말소리에 말뜻을 담아서 주고받을 수 있게 되자, 함께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한 뜻을 또렷하게 알아볼 수 있게 되었다.

05.
사람들은 함께 하고자 하는 일에서 볼 수 있는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왜', '어떻게’와 같은 것을 말소리로 쪼개서 저마다 나름의 뜻을 갖는 낱말들을 만들었다. 사람들은 갖가지로 만든 낱말들을 붙이고 엮는 방법으로 생각을 펼쳐서 함께 하고자 하는 일이 무엇을 뜻하는지 또렷하게 알아볼 수 있게 되었다. 이를테면 사람들은 저마다 나름의 말소리와 말뜻을 가진 갖가지 낱말들, 곧 <밥>-<을>, <먹>-<자>, <먹>-<지>, <말>-<자>, <마>-<라>와 같은 것을 붙이고 엮어서 ‘밥을 먹자’, ‘밥을 먹지 말자’, ‘밥을 먹지 마라’와 같은 생각을 펼치게 됨으로써 함께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한 뜻을 또렷하게 주고받을 수 있게 되었다.


말과 문명 세계와 자연 세계

인용문이 길어지니 독자님이 떠나가는 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

06.
사람들은 갖가지 낱말들을 붙이고 엮는 방법을 통해서 온갖 생각을 끝없이 펼쳐갈 수 있게 되었다. 이로써 사람들은 생각이 미칠 수 있는 모든 것, 곧 ‘있는 것’, ‘없는 것’, ‘지어낸 것’, ‘꾸며낸 것’, ‘말이 되는 것’, ‘말이 안 되는 것’ 따위를 생각으로 끌어들여서 마음의 세계를 만들어 나간다. 사람들은 실상(實像), 회상(回想), 예상(豫想), 상상(像想), 공상(空想), 환상(幻想), 망상(妄想) 따위가 함께 어우러진 마음의 세계를 바탕으로 함께 더불어 살아간다.

2021년으로 기억하는데 최봉영 선생님께 욕망이라는 키워드를 받아 묻고 따졌습니다. 그러다가 이 그림을 받은 후에 이해를 위해 여러 차례 훑어봤습니다.

그 후에는 브런치에도 자주 인용하고 구두로도 인용하면서 제 주변 사람들도 말과 자신의 인식과 일상을 다시 돌아보는 현상을 관찰해 왔습니다. 여러분도 그러시길 바랍니다.

07.
원숭이나 돌고래도 사람처럼 함께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한 뜻을 소리에 담아서 주고받을 수 있다. 그런데 원숭이나 돌고래는 함께 하고자 하는 일에서 볼 수 있는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왜', ‘어떻게’와 같은 것을 말소리로 쪼개서 저마다 나름의 뜻을 갖는 낱말들을 만드는 일을 하지 못한다. 그들은 함께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한 뜻을 나타내는 소리덩어리를 만들어서 뜻을 주고받는다. 그들은 소리덩어리에 뜻을 담기 때문에 낱말을 붙이고 엮어서 생각을 펼치는 일을 하지 못한다.


하고자 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배우자

외진 곳에 혼자 떨어져 살아본 일이 없어 다음 다발말은 충분히 공감하기 어렵습니다.

08.
사람들이 외진 곳에 혼자 떨어져 살면 함께 하고자 하는 일이 줄어든다. 함께 하고자 하는 일이 줄어들면 함께 하고자 생각하는 일이 줄어들어서 말을 만들고, 배우고, 쓰고, 갈고, 닦는 일에 대한 필요가 절로 줄어든다. 반대로 사람들이 다닥다닥 붙어서 갖가지로 얽혀서 살아가면 함께 하고자 하는 일이 늘어난다. 함께 하고자 하는 일이 늘어나면 함께 하고자 생각하는 일이 늘어나서 말을 만들고, 배우고, 쓰고, 갈고, 닦는 일에 대한 필요가 절로 늘어난다.

그래서인지 '하고자 하는 일'이라는 말 때문에 박문호 박사님이 학습해야 하는 이유를 두고 하신 말씀이 떠오릅니다. '하고자 하는 사람'이 되려면 기억이 풍부해야 하고, 기억이 풍부하려면 경험이 많아야 한다. 그리고 이는 학습과 연결이 되는데, 경험을 해도 범주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기억에 남지 않기 때문인 듯합니다.


계속 이어서 선생님의 글을 인용합니다.

09.
사람들은 말을 만들어 쓰게 되자 함께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한 뜻을 담아내는 것을 넘어서 함께 하고자 하는 일에서 볼 수 있는 온갖 것들, 곧 무엇에서 드러나는 꼴됨이나 일됨, 무엇이 비롯하는 바탕이나 까닭, 무엇에서 얻어지는 보람이나 열매와 같은 것까지 함께 묻고 따지게 되었다. 이로써 사람들은 무엇을 어떤 것으로 알아보는 것을 깊고 넓게 펼쳐서 알뜰하고 살뜰하게 차리게 되었다. 사람들은 이런 것을 바탕으로 갖가지 학문 체계를 만들어나가게 되었다.

위의 다발말은 다시 한번 <말의 탄생: 녀겨서 니르기>의 이미지를 소환합니다.


말은 사람이 뜻을 말아서 말하는 것!

드디어 주제가 나오는 듯한 기운을 느낍니다.

10.
사람들이 말을 만들어 쓰는 것은 함께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한 뜻을 주고받는 것에서 비롯하였다. 사람들은 함께 어울려 살아가면서 잡고, 기르고, 먹고, 놀고, 짓고, 만들고, 갖고, 지키고, 내치고, 무찌르는 것과 같은 일에 대한 뜻을 잘 알아보기 위해서 갖가지로 말을 만들고 쓰게 되었다. 그런데 이런 것을 매우 잘 보여주는 것이 한국말 낱말 ‘말다’이다. 한국말에서 ‘말’은 <사람이 '뜻'을 ‘말'아서 '말'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뜨악~ 놀라운 대칭성에 감탄을 하게 됩니다. 박문호 박사님께 대칭에 대한 설명을 듣고 (근거도 없이) '이거다!'라고 느낄 때의 기분이 최봉영 선생님의 문장에서 그대로 느껴집니다.

글이 길어져 선생님의 11. ~ 12. 다발말 풀이는 다음 글에서 다룹니다.


주석

[1] <한국말 말차림법>에서 제안한 어구에 대한 토박이 말입니다. 왜 매듭말인지는 <언어에 대한 일반이론>에서 일부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2] <한국말 말차림법>에서 제안한 단락에 대한 토박이 말입니다. 왜 다발말인지는 <언어에 대한 일반이론>에서 일부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3] <한국말 말차림법>에서 제안한 문장에 대한 토박이 말입니다. 왜 포기말인지는 <언어에 대한 일반이론>에서 일부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4] <학습법과 창의성 모두 기억이 핵심이다>에서 인용한 박문호 박사님의 말, '내 감정의 손때를 묻히라는 겁니다'에서 유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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