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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영회 습작 Feb 22. 2022

알음기분, 정성 그리고 15분의 소통

묻따풀 훈련 No. 15

김병삼 목사님 영상에서 열망이라는 단어를 보는 순간, 자연스럽게 욕망이라는 단어를 떠올려 둘을 비교합니다. 같은 뜻인데 '왜 욕망은 나쁜 뜻으로 느껴지고, 열망은 좋은 뜻으로 느낄까?' 이에 대해 최봉영선생님께 질문했더니, 나의 궁금증에 대해는 답을 주지 않으셨습니다. 30분 통화 속에서 저는 관심의 방향을 바꾸고 다른 것들을 배웠습니다. 제가 배운 것을 씁니다.


30분 동안 배울 수 있던 내용

30분이라는 짧은 통화에서 제 호기심을 포기하자 그 빈 자리를 다른 것이 채웁니다. 당연한 이치입니다. 비워야 채울 수 있고, 현재라는 제 시간을 채울 수 있는 관심사는 한번에 하나밖에 존재할 수 없을 테니까요. 나는 선생님의 설명을 따라가며 노트에 내용을 메모하고 있었습니다. 어느 순간 메모로 담을 수 없다는 생각에 포기할 정도의 분량이 되었습니다. 과거에도 이런 통화와 메모가 있었지만, 그 내용을 정리하는 일이 포기했던 경험이 이미 있었죠. 


어느 때부턴가 새로 배운 내용을 내 것으로 만들 수 없다면 시간을 쓰지 않습니다. 저는 이런 활동을 소화라고 말하길 즐깁니다. 통화 내용 전체는 소화할 수 없는 덩어리라고 짐작했습니다. 아쉽지만 사실상 소화를 포기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선생님께서 뒤이어 메신저로 이틀에 걸쳐 5개의 도식을 보내주셨습니다. 열어 보기도 전에, 과거의 경험이 저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었습니다.

내가 소화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야


하지만 이틀에 걸쳐 주신 점이 작용했는지, 두 번째 날 받은 이미지는 어제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열어보았습니다. 그리고 저의 머릿속은 어제와 다르게 말하고 있었습니다.

다 이해할 필요는 없잖아. 소화할 만큼만 골라보자.


하루 사이에 일어난 저의 변화를 보고 머릿속에서 정성이라는 단어가 튀어나와서 찾아 보았습니다. 4개월 전에 쓴 글이군요.

제가 쓴 글의 믿음에 따르면 최봉영선생님의 정성과 그때까지 준비한 제가 만나 제 행동을 바꾸었습니다. 저는 한눈에 마음에 들어보이는 도식 하나를 보면서 '그래 이번에 이거 하나만은 소화해보자' 라고 마음 먹었습니다.


소화할 수 있는 덩어리만 다루자

막상 마음 먹고 시작해보니 덩어리를 나누는 일에는 제가 전문가였습니다. 이미 일상에서 소화 가능한 지식 습득을 위한 독서법을 튜닝하고 있는 제가 보였으니까요. 그리고 오늘 동료와 화상회의에서 나눌 수 없는 문제를 다루는 법에 대해 이렇게 말해주기도 했죠.

너무 큰 덩어리의 일이 있다면 관계자가 다 모인 상태에서 어떻게 나눌지를 알 수 있는 일에 대해 공론을 해야 한다.


XP에서 말하는 정복하고 분할하기에 대한 저의 부연이었죠. 


자신감을 찾고 난 후에 제가 선택한 이미지가 아래 도식이고, 오늘의 묻따풀 대상입니다.


알음기분이란 임자가 무언가를 알게 되면 생기는 기분

배경지식으로 기분에 대해 알아야 합니다. 통화로 배운 선생님 가르침에 대해 제가 소화한 부분을 거칠게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선생님께서 기분을 처음 말하실 때, 가장 먼저 놀란 점은 제가 기분의 한자 구성을 처음 알았다는 사실입니다. (그렇게 자주 쓰는 말을 뜻도 잘 모르고 대충 써왔다니!)

분(分 나눌 분)은 현재 상태를 표기하기 좋은 단어이고, 우리는 에너지가 있어야 움직인다는 생각을 떠올려봅니다. 그렇다면 '신난다' 와 같이 에너지가 들고 나며 마음이 바뀌는 상태일 수 있겠다. 정도에서 너무 깊이 가지 않고 멈춥니다. 


위에 기록한 내용은 선생님과 통화 과정에서 제 머릿속이 하는 말을 복기하여 쓴 것이고, 다시 위 그림을 돌아가면 알음기분이란 다음과 같이 정의할 수 있습니다.

임자가 <무엇이 어떠하다>는 것을 알게 되는 일이 얼어 날 때 생기는 기분

배경 지식인 알음기분에 대해 설명했으니 이제 15분 동안 저에게 벌어진 일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15분 통화중에 내안에서 벌어진 일

아마도 선생님은 내가 쓰는 일련의 글들에서 체계 없음을 발견하셨는지 체계가 잡힌 결과물을 학습해볼 것을 권하셨습니다. 처음에는 받아들이고 싶지 않는 조언이었는데, 15분 후에 저는 이를 수용하는 변화를 겪었습니다. 위의 도식을 이용해서 그때 제 내면에서 벌어진 변화를 표현해보겠습니다. 


체계를 배울 것을 권하면서 선생님이 처음 예로 든 것은 주자학과 칸트였습니다. 아래 그림을 보면 제가 표기한 영역에 들어맞습니다.

익숙한 알음알이가 저(임자)의 알음 줏대(어디선가 들어본 수준으로 알고 있음)를 흔듭니다. 크게 흥미가 없기에 약하게 흔들리는데 미세하게 싫은 기분이 납니다. 칸트는 (월말김어준 강의의 영향으로) 제가 좋아할 주제이지만, 지금의 저에게 큰 도움을 주는 내용은 아니라 짐작하기 때문입니다. 주자학을 제가 읽는 것은 배경지식 부족으로 매우 많은 시간을 필요로해 현실성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뒤이어 선생님이 저에게 하는 소리가 잠시 안 들리는(혹은 안 듣는) 순간이 발생한 듯 합니다. 기억이 정확하지는 않지만, 분명 저는 머릿속으로 존 듀이도 떠올리고 대학원에서 전공서를 탐독했지만 별 도움이 되지 않았던 기억을 소환합니다.

그리고 선생님에게 소프트웨어 공학분야에서 선행 분류나 미리 설계하는 일이 얼마나 낭비를 만드는지 설명합니다. 이때 저의 감정상태는 싫은 기분을 느꼈을 것입니다. 위 그림에서 붉게 표시한 영역입니다. 싫은 기분이 난 것은 체계란 말에서 대학을 구성하는 학문 체계에 대한 저희 실망감이 살아나서 그러했으리라 짐작합니다.


뒤이어 생소한 사건이 벌어집니다. 선생님이 제 기분을 알아채셨는지 세밀하게 의견을 개진하셨습니다. 그리고 어떤 연유인지 저는 제가 갖고 있는 치밀하게 계획하지 않는 습관과 중언부언 말하는 약점을 고백합니다. 

그리고 나서 곧바로 선생님의 조언을 채용합니다. 이런 순간은 저 자신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순간인데, 종종 저는 이렇게 수용하곤 합니다. 그래서 저는 아기발걸음으로 체계를 구성하는 방법을 익히자고 마음 먹고 이내 기분이 좋아져서 선생님과 통화를 마무리했습니다.


그리고 혹은 그래서

다음 글에서 저는 묻따풀 훈련 연재를 마칠 생각입니다. 찻아보니 9월 9일 쓰기 시작한 첫 글로부터 지금까지 대략 5개월 10일 여 시간이 지났습니다. 일단 몸으로 먼저 겪어 봤으니 이제는 선생님의 가르침에 따라 체계도 세우고 (제가 좋아하는대로) 쓸모도 찾는 다른 연재로 거듭날 예정인데, 그게 무엇인지는 다음 글로 넘기고 이만 줄입니다.


지난 묻따풀 훈련

14. 차려서 사는 임자의 사는 얘기

13. 질문과 지겨움에 대하여

12. 그 위에 속하는 말을 알기

11. 그위란 무엇인가?

10. 나를 이해하는 함께 성과 따로성

9. 일을 차리는 틀을 만들어보자

8. 함께 하는 묻고 따져 차리기

7. 지금 어떤 나를 위해 행동하는가?

6. 묻따풀을 생활의 일부로 배양하기

5. '울음'과 '우리'에 대해서 따라가기

4. 욕망을 둘러싼 세계 - 욕망 탐구IV

3. 욕망과 거품에 대해서 - 욕망 탐구 III

2. 욕망에 대한 탐구 II

1. 욕망에 대해 탐구하기  



가치관


인간


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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