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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영회 습작 Feb 18. 2022

정원관리, 리팩토링 혹은 닦조기

아기발걸음 실천법 No. 4

아기발걸음이 하나의 흐름으로 삶에 습관으로 자리 잡으면 성장하고 변화한다. 더불어 나의 몸과 마음에 대해서는 경합이 일어난다. 다른 말로 바꾸면 시간을 어떻게 쓸 것이냐 하는 문제가 가중된다. 도로의 병목이나 Git 충돌 등에 비유할 수 있다. 이를 그대로 방치하면 일상의 개선 속도 자체가 매우 느려진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흔히 레거시라 부르는 시스템과 유사해지는 것이고 행동 양식 측면에서는 기술 부채(Technical Debt)와 연관이 깊다. 각자 혹은 각 팀이나 부서가 따로 따로 열심히 하면 적체가 늘어나는 현상이다. 시장 경제에서 말하는 기업의 구조 조정 필요성을 말할 때도 유사한 상태를 지칭한다. 그래서 최적화 혹은 끝없는 개선이 필요하다. (OKR도 그런 맥락에서 봐야 한다.)


실용독서 질서를 지키는 정원관리

실용독서 구조를 지키는 책 배열법을 완비한 바로 다음 주에 3권의 책이 도착했다. 도착 즉시 나는 집중해서 내가 질서를 유지하면서 (내면에서) 겪는 의사결정 포인트를 기억에 담아두었다. 그리고 바로 노트북을 열어 이 글을 쓴다. 나는 이러한 일상 운영 속의 개선을 위키를 만든 진영의 표현을 빌려 '정원관리'라 부르길 좋아한다.


정원관리를 할 때, 단순히 규칙을 지키는 것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마치 국가 시스템에서 입법부의 역할처럼 규칙 자체도 함께 개선해야 부조리와 낭비를 쌓지 않는다. 또 다른 메타포를 개발해보면 닦조기(닦고, 조이고, 기름치자)라는 예전에 동네 정비소에 붙어 있던 구호로 정원관리란 표현을 대신할 수도 있다.

이미지 출처: 구글 이미지


문지기 혹은 규제 통과

일단, 새로 도착한 세 권의 책은 배열 대상인지부터 확인 받아야 한다. 이때는 직관적으로 규제적 시각을 활용했다. 문지기가 필요한 것이다. 애초부터 불필요한 고민(어디다 배열할까?)을 하는 일이 낭비니까. 다시 말해서 상위에 랭크될 책이 아니면 사지 않아야 한다. 어차피 2층 이하는 대기다. 그러면 매장 창고에 잔뜩 둘 필요가 뭐가 있나? 후방 창고에 두면 되지? (갑자기 유통 용어를 썼네.)

Just-in-time 생산법과 비교할 수도 있다. 적정 재고 유지도 같은 이치고, 데이터로 흐름만 잘 다루면 대형 서점이나 온라인 서점이 바로 나의 서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이쯤에서 독자들의 오해를 줄이기 위해 필자는 미니멀리스트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 (필자는 수집하는 일이 없고, 낭비를 싫어하는 편이다.)


독서 순서 오버라이딩의 의미는?

문지기(혹은 규제)를 통과한 책은 결국 1층에 배열될 책이란 뜻이다. 나의 일상인 스타트업 운영에 당장 필요한 책들과 경합한다. 

여기서 나는 미묘한 재미를 느꼈다. 그리고, 재배열이란 말 대신에 (프로그래밍 기법과 유사성에 대한 고민을 남겨둘 의도로) 오버라이딩이라고 썼다. 독서 순서를 오버라이딩할 때 고민을 미뤄둔 문제에 맞부딪히는 것을 느꼈다. 여기도 깨알같은 애자일(경제성 원칙)이 들어가는구나! 흡족하다. (의사결정할 타이밍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알고리즘을 삶에 심은 것이다!)


무슨 말인고 하니, 각 분류별로 6권 정도의 책이 대기중인데, 이중에 읽히고 있는 책도 있고 그냥 대기 중인 책도 있다. 아직 대기중이면 사실상 2층 이하에 있는 책과 경함 중인데 분류 시점의 나의 편향에 따라 1층에 있을 뿐이란 뜻이다. 그런데 새로운 강자가 나타나면 다시 분류내에서 검토가 들어간다. 이는 뇌에 주는 부하가 적기 때문에 몰입하기 쉽고 의사결정 오류 확율도 줄어들 것이다. 놀랍다.(애자일 의사결정에 우리 신경체계에 부합한다는 사실이)


세 권의 책의 운명

그래서 어떻게 되었느냐? (갑자기 드라마 시청 느낌으로 바뀌었다. '운명'이라는 단어 탓일까?) 결론만 말하면, 세 권 모두는 엄격한 검열을 거친 책들이기에, 다시 말해 대형서점 등에서 경합을 거쳐 올라온 경쟁력 높은 책이자 시의성(나중에 샀으니 지금의 나의 선호와 가까움)까지 높아 무난하게 다른 책들을 2층으로 밀어냈다. 아... 여기서 독서 순서 오버라이딩과 시장 경제에서 경쟁이 주는 개선 효과의 공통점을 발견하고 짜릿했다. 

내가 작은 책장에 책을 잘 배열하면 세상 모든 책에 대한 결정을 출간 위주가 아니라 대 삶을 중심에 놓고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우리 회사도 바로 이러한 질서에 대입하면 한 권의 운명이란 사실도 알게 된다. 또 흥미로운 점은 1층에서 밀려난 비운의 주인공 3권이다. 이들이 2층으로 가느냐 바닥(기약 없음)으로 가느냐가 관건이고 그걸 주기적으로 관찰하다 보면 아마 내가 어디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지 테마가 보일지 모른다는 기대도 생긴다. 


테마에 대한 태그 생산

마지막 관전 포인트는 1층의 분류가 바뀌는 것이다. 와우... 스릴 있다. 이건 마치 입법과정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앞서 말한 테마에 대한 태그가 되어 주기도 한다. 나의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태그 말이다. 

뇌의 기억 메커니즘에서 아이디어를 포착한 듯도 한다. 박문호 박사님 강의를 1년 이상 들어서 나도 모르게 그랬을 수 있다. 습관이라는 분류에 한 축이 바로 박문호 박사님이 안내하는 과학이니까. 그 효과가 다시 되먹임을 하여 습관 분류를 습관/글쓰기 로 바꾸었다. 


습관의 고정 축인 된 글쓰기

직접적인 동기가 된 책은 <일잘러는 노션으로 일합니다>라는 책 도착이다. 하지만, 빙산의 기저에 있는 다른 요인들이 섞여 있다. 

출처: 구글 이미지

보이지 않는 빙산의 기저에 해당하는 요인을 대략 열거해보면

저의 일상 1호 도구인 두레이의 편집기 약점 혹은 두레이 대비 노션의 강점에 대한 인식

동료의 글 검토에서 노션을 쓰는 최근 몇 일

대형서점에서 2권의 책을 보고 사려고 갔다가 이 책을 발견함

이러한 변화들이 일상을 바꾼다. 닮은 꼴로 앞서 기술한 메타포에 적용해보면, 이런 나비효과가 사업환경을 바꾼다고 이중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옛말에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말이 이런 것일 듯) 분류압(재분류를 해야 하는 상황)에 따른 라벨 변경에서도 고민 지점이 있었다. 사실 동아리에 넣어도 되었다. 그러면 의미가 이렇게 된다.

함께 읽는 책과 글쓰기를 연결한다


그럴 수 있지만 아직 그럴 생각은 없다. 그래서 습관에 붙여 보면 이렇다.

습관의 중요한 축을 글쓰기로 고정한다


때를 기다려 일치시키라

처음 분류를 바꾸는 시기이니 어색하다. 6권 중에 한 권의 비중밖에 없다. 이때, 내 삶의 비전이 필요하다. 북극성 말이다. 어딜 지향할 것인가? 조금 더 정교하게 말하면 스타트업 운영에 초점을 두는 인간 안영회가 지향할 그 곳 말이다. 그렇다. 분량이 많은 마음챙김이나 과학책은 직전에 읽은 어떤 글/영상 탓이고 취미에 가깝게  다루는 분야다. 다시 말해 세밀하게 관리할 대상은 아니다. 하지만 글쓰기는 긴 시간 바로 여기 브런치를 통해서 습작을 해오고 있는 전략적으로 키우는 역량이니 지위가 다르다. 처음에 글쓰기를 1층에 두지 않은 것은 때(생산력 확보)를 기다렸을 뿐이다. (OKR의 핵심이 무엇인지도 다시 깨닫는다, OKR과 기술부채 해소가 깊은 연관성이 있으리라는 느낌이 온다.)


놀랍다. 정원관리 혹은 닦조기, 소프트웨어 개발자라면 리팩토링 과정은 나에게 적절한 타이밍을 알려준다. 구조를 개선할 타이밍 말이다. 새로운 변화를 추가로 가할 타이밍 말이다. 

이미지 출처: 구글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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