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한 일상의 기록 No. 14
오랫동안 방치해뒀던 두 박스 분량 책 정리를 미루다가 각오(?)를 다지면서 지난번에 쓴 책장 정리: 개선, 개선, 개선이 떠올랐습니다. 정리를 끝낸 후에 집안일(?)스러운 이 일의 가치를 명확하게 하는 글쓰기를 합니다. 약 40일 만에 계획에 없던 책장 정리 V2를 만들었습니다.
먼저, V1의 스냅샷을 보죠. 아래 그림과 같이 꽂아둔 책에 더하여 대략 반 정도 분량의 새로운 책을 더 꽂아야 했습니다.
공간을 조금 더 확보하긴 했지만, 처분(눈에 안 띄는 곳으로 보내기)에 앞서 몇 가지 원칙을 세웠습니다.
자주 보는 책을 최상위에 넣고 아래로 갈수록 읽지 않을 수 있는 책을 둔다
최상층에서 다 읽은 책을 처분하면 뒤따를 책을 쉽게 찾도록 라벨링이나 메모한다
이렇게 요약할 수 있는 책장 정리 V2의 원칙에 이름을 붙여 보면 최상층부터 물 흐르듯 독서 흐름이 보이게 하기 정도가 될 듯합니다.
최상층이 v1에서는 분류 가준으로 쓴 라벨이 스타트업 운영에 필요한 지식이었는데, 그걸 현실을 반영하여 개선하는 일부터 시작했습니다. 새로 부여한 기준은 지금 읽는 책들과 곧 읽을 책들의 집합입니다.
(컴퓨터에 익숙한 분들을 위한 설명으로 메모리와 캐시에 해당하는 칸입니다.)
종전의 스타트업 운영에 필요한 지식은 첫 목표(V1) 선언이었던 만큼 저의 직업 상황과 각오가 담긴 구호였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스타트업 운영만 생각하며 살 수 없으니 현재 독서목록을 저러한 밤주로 묶어둘 수는 없었습니다. 결국 자연스러운 일상의 흐름을 수용하고 당초 세운 의지와 균형을 맞추다 보니 6개 구분이 만들어졌습니다. 6이라는 숫자는 제가 편하게 생각해서 정했고, 6개 그룹 안에 유사한 책들이 묶이고 그에 어울리는 이름이 만들어졌습니다.
6개 구분을 보자, 재작년 10월에 써둔 기록 독서 전략에서 읽고 쓰기 전략으로 가 떠올랐습니다. 독서를 당장 써먹기 위한 방향으로 읽는 첫 시도로 읽으면 바로 느낀 바를 쓰자고 마음먹었던 때죠. 벌써 17개월 전의 일이네요. 실용 독서라고 줄여서 부르도록 하겠습니다. 그걸 시각화 한 그림의 최종본이 아래 그림입니다.
그 후 17개월간 유지한 루틴이 바로 6개의 구분으로 나타났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각 구분에 책의 권수를 제한하는 방식으로 밸런스를 맞추고, 적절한 이름만 붙이면 이제는 시각화가 아닌 구조화가 완성됩니다. 구조화 결과가 바로 아래 그림이죠.
스타트업 운영에 초점을 맞추자고 각오했으니, 당연하게도 요우마(자사 서비스 이름)/경영이 하나의 분류를 차지합니다. 우리 회사 서비스 관련 책으로만 6분의 1을 채울 수 없어 당장 부족한 경영지식을 채우는 것을 포함하느라 슬래쉬(/)로 유사 주제를 묶어 하나의 분류를 완성했습니다. 그런데, 당초 한 층을 차지했는데 6분의 1로 축소하는 일이 정당한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스타트업 운영이라는 활동을 볼 때 역할 자체에 초점을 두었기에 그렇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역할 자체에 따른 지식 이외에도 다른 많은 지식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면 스타트업 운영을 위해 습관을 바꾸는 일이 최근 몇 년간은 매우 중요했습니다. 페이스북에 썼던 아래 감상으로 설명을 대신합니다.
또한, 거주 환경과 사무실 환경이 동시에 바뀌고 코비드로 인해 서비스 대상 시장 상황이 급변하는 시기를 견뎌야 했기 때문에 멘탈 관리가 매우 중요했습니다. 그래서 평온/취미가 중요한 분류로 등장했습니다. 현재 취미는 과학 공부인데 현대 과학을 배우면 직관과 거리가 먼 사실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훈련이 되고 다양한 관점을 수용할 수 있어 마음을 다스리는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평온은 말 그대로 일상에 평온을 가져오기 위해 도움이 되는 책을 말합니다.
스타트업 경영을 하는 지금 유치원 다니는 두 아들과 평생 한번 오는 시기이기 때문에 짧은 시간이라도 밀도 있는 육아를 하기 위한 노력이 필수입니다. 그래서 건강/가족이 저에게 하나의 분류이고 대화/관계라는 그룹은 일보다는 주로 아내와 아이와 소통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려는 의지의 표현입니다.
이들 여섯 개 그룹에 각각 6권 이상의 책은 넣지 못하도록 책을 꽂았습니다. 밸런싱을 하는 과정에서 위의 레이블도 결정되었죠. 이미지를 보시면, 쓰고 지운 흔적이 여실히 보입니다. 이후에 최상층에 올라갈 다시 말해 읽거나 읽을 준비가 될 책의 2군(혹은 2진)을 어떻게 배열할 것인가를 구현했습니다.
그런데 구입해둔 책들이 6개 그룹에 고르게 분포된 것이 아니라 편차가 매우 컸습니다. 당연한 일입니다. 다양한 자극에 의해 책을 사는 데다가 17개월 이전에 산 책들은 실용 독서와 거리가 먼 의도로 산 책들이니까요.
그래서 6개 구분에 따라 첫 층에 놓여도 이상하지 않은 책을 골라 대기(1 pick)이라고 묶었습니다. 다음으로 창의력을 자극하는 책들도 읽고 싶은 터라 창의라고 묶어 두었습니다. 비슷한 의도로 Trend 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브런치에서 습작을 한 지 1년이 넘었으니 언젠가는 저술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있는데, 이를 위한 글쓰기 구분도 있습니다. 그다음 칸에는 과학/수학이 있는데 원래는 경영이라고 분류했다가 과학 책 보다 (당연히) 경영 서적이 많아 넓은 (위에서부터 따져서) 3층으로 경영을 내리고 2층에 과학/수학을 두게 되었습니다.
소설을 거의 읽지 않는 독서 성향에 더해 읽기 자체도 당장 써먹으려고 하다 보니 경영 서적의 규모나 독서 밀도가 높습니다. 하지만 규모가 많기에 조심해야 하는 면이 있습니다. 대충 묶어두면 어차피 필요한 지식이니 하고 정렬에 소홀해지고, 이에 따라 나도 모르게 시간 낭비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냥 경영이라 쓰는 대신에 1 pick 대기 혹은 투자받은 후에 볼 경영 책이라고 라벨을 붙여 둡니다. 그리고 별도 좁은 공간에 거의 격일로 읽고 빠르게 활용 가능성을 타진하는 독서 대상인 하버드비즈니스리뷰는 구분해둡니다. 실용 독서의 밀도 자체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죠.
4층 이하는 다시 V1 수준의 구분입니다. 덜 중요한 서적들이라 V1의 방식을 그대로 두고 요소(책)만 재배치하는 진화(?)적인 기법을 썼습니다. 보시다시피 V1과 기준은 갖지만 내용(라벨과 책 그루핑)은 전혀 달라졌죠.
책장 정리를 두고 진화적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본 적이 없는데, 의도적으로 그런 표현을 썼습니다. 일단 취미로 과학을 공부하는 제 취향이 반영된 것이지만, 제 취향을 여러분께 자랑하려는 목적은 희박합니다. 도리어 제가 아기발걸음으로 지식정보의 원천과 그 가공 기법을 개선하는 다년간의 여정을 이후에 소개할 목적으로 깔아 둔 복선입니다.
아마 이 글이 최종회가 되지 않을까 싶어서 연관성이 별로 없는 글 묶음이지만 목차를 남깁니다.
10. 육아로 배우는 퍼실리테이션
9. 이분법의 활용
8. 육아란 무엇인가?
7. 운칠기삼 활용법
2. 고통과 고행의 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