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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영회 습작 Jan 10. 2022

그 위에 속하는 말을 알기

묻따풀 훈련 No. 12

지난 글에서 '그위'에 대해 최봉영 선생님 글을 훑어보며 생각을 기록하는 수준으로 살펴보았다. 하지만, 정작 그위가 무엇인가에 대한 결론을 내놓지 못하고 끝났다. 우선 그 말뜻에 대해 알아낸 바를 기록하고, 이어서 지난 글을 쓰고 난 다음날 최봉영 선생님과 통화하고 기록한 내용을 토대로 글을 이어간다.


그위란 무엇인가?

선생님이 쓰신 다른 글에 기대어 설명해보자.

한국말에서 “공(公)”을 뜻하는 “그위”는 “사(私)”를 뜻하는 “아름”과 짝을 이루고 있는 말이다. 위에 자리한 “그위”가 있어야, 아래에 자리한 “아름”이 있을 수 있고, 아래에 자리한 “아름”이 있어야 위에 자리한 “그위”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날 사람들은 “공(公)”을 뜻하는 말이 “그위”이고 “사(私)”를 뜻하는 말이 “아름”이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이런 까닭으로 사람들이 끊임없이 “공(公)”과 “사(私)”에 대해서 말하지만, 뜻이 어설프게 겉돌고 있다. 조선시대에 <훈몽자회>, <광주천자문>, <석봉천자문>, <신증유합>에는 “공(公)”이 “그위/구위 공(公)”으로 되어 있다.

公을 뜻하는 말이 '그위'이다. 명쾌하다. 그위와 아름이  쌍이다. 음과 양처럼. 멋지다.

지난 에서 公자를 사전에 쓰인 대로 '공평할 '이라 썼는데, 앞으로 나는 '그위 '이라고 부르기로 한다. 말은 써야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뒤이은 연상이 있다. 과거에 선배들이 '공사 구분' 강조할 , 대부분 반발심만 들어서 나에게 '공사 구분' 좋지 않은 인상의 말이다.  그런지 따져 물어보자. 대개 그들이 '공사 구분' 강조할 때는 자기 생각 혹은 사회 통념기초해서 ' 자신의 상황이나 이익은 회사의 이익을 위해 희생해야 한다' 류의 말을 자신 있게  하거나 ' 그래야 하느냐' 물을  그들의 논리가 부족하면 하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탓에 나는 '공사 구분'이란 말이 필요한 순간 그 대신에 '상호 이익'이란 말을 쓴다. 상호 이익은 XP에서 다루고 있어 나에겐 매우 익숙하고 편안한 말이다. 돌이켜보면 나의 반감은 선배들이 '공적 역할' (그윗일)혹은 '우리를 위한 책무' 다하지 못하면서 나에게만 요구하거나 그윗일이 아닌 (역할/구실)을 나에게 요구했기 때문에 생긴 감정이라 하겠다.


잣대를 들이대는 시공간과 임자

이제는  선생님과 통화하면 남긴 메모를 기록으로 바꿔보자. 선생님이 //  표현의 쓰임을 설명하실  내가 재빠르게 메모한 것을 옮겨보면 대충 이런 식의 그림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은 우리가 인지하는 시공간을 뜻한다. 임자가 직접 마주하는 때(시)와 장소(공간) 그리고 대상(혹은 임자)을 지칭하는 말들이 우리말의 뼈대를 구성한다. 여기서 라는 표현은 우리가 직접 마주하지 않는 것을 지칭한다. 선생님에 따르면 영어 정관사 The와 유사하게 우리가 그때, 그곳 혹은 그것을 칭할 때 이는 우리가 마주하지 않는 머릿속의 시간, 장소나 대상을 지칭한다.


나는 여기서 최근에  박문호 박사님의 강의  장면이 떠올랐다. 일부러 인간은 오직 실재 아닌 것만 본다 표현으로 주지적 의식 상태의 특징을 강조하신 바로 그 내용이다.


가상 세계를 구현하는 언어

박문호 박사님에 따르면 인간에게만 발현된 주지적 의식상태는 일종의 가상세계이다. 최봉영 선생님 설명을 듣다가 그라는 우리말 표현에서 이렇게 설명되는 내용은 바로 가상세계에 대한 명료한 지칭이란 점을 깨닫는다.


한국말에서 말이란?

다시 돌아가 최 선생님에게 들은 말의 기원을 살펴보자. 내 기억에 의존하는 대신 선생님의 이전  인용할  있다.

한국말에서 ‘말’은 ‘말다’와 바탕을 같이하는 말로서, 두 가지 뜻을 하나로 아우르고 있다. 첫째로 말은 ‘~지 말라’고 하는 것으로서, 무엇이 어떤 일을 멈추어서 끝을 맺는 것을 일컫는다. 이를테면 “너는 밥을 먹지 마라”에서 ‘마는 것’은 네가 밥을 먹는 일을 그대로 멈추어서 끝을 맺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고 말았다’라고 하는 것으로서, 무엇이 어떤 일을 이루어서 끝을 맺는 것을 일컫는다. 이를테면 “너는 밥을 먹고 말았다”에서 ‘마는 것’은 네가 밥을 먹는 일을 그대로 이루어서 끝을 맺는 것이다.

선생님 통화 내용 중 생소했던 끝을 맺는 것이란 전제가 어디서 기인했는지 알 수 있다. 선생님은 말은 들은 사람이 그걸 완료해야 한다고 설명했는데, 왜 그런지 알 수 없었다. 위 설명을 읽어 보면 한국말의 말 자체가 무엇이 어떤 일을 이루어서 끝을 내는 것을 일컫는다. (지금까지 말의 뜻도 모르면서 말을 쓰고 있었다니!)

사람이 어떤 것을 어떤 말에 담는 것은 어떤 것을 어떤 말로서 끝을 맺도록 하는 일이다. 이를테면 “이것은 꽃이다”라고 말하는 것은 ‘이것’을 ‘저것’이나 ‘그것’이 아닌 ‘이것’으로 끝을 맺게 하는 일이고, ‘꽃’을 ‘돌’이나 ‘물’이 아닌 ‘꽃’으로 끝을 맺게 하는 일이고, “이것은 꽃이다”를 “이것만 꽃이다”나 “이것도 꽃이다”가 아닌 “이것은 꽃이다”로 끝을 맺게 하는 일이다. ‘말’은 무엇이 무엇으로서 끝을 맺게 하는 일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무엇에 대한 말을 가지고, 무엇에 대한 생각을 함께 펼칠 수 있고, 함께 나눌 수 있다.

나는 여러 곳에서 의사소통을 강조한 일이 있는데, 말 자체를 잘못 쓰고 있다는 측면에 대해서는 무지했음을 깨닫는다.


말의 기본

최 선생님과 대화한 메모를 보며 한국말을 제대로 쓰려면 세 가지 특성을 살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첫째, 말은 그 위에 속한다는 점을 인지하고 해야 한다. 다시 말해 규정이나 규범적 성격의 뗘야 한다.

둘째, 말의 완성은 발화 자체에 있지 않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셋째, 말이 사회계약처럼 작동할 때 소통이 가능함을 알아야 한다.


지난 묻따풀 훈련

11. 그위란 무엇인가?

10. 나를 이해하는 함께 성과 따로성

9. 일을 차리는 틀을 만들어보자

8. 함께 하는 묻고 따져 차리기

7. 지금 어떤 나를 위해 행동하는가?

6. 묻따풀을 생활의 일부로 배양하기

5. '울음'과 '우리'에 대해서 따라가기

4. 욕망을 둘러싼 세계 - 욕망 탐구IV

3. 욕망과 거품에 대해서 - 욕망 탐구 III

2. 욕망에 대한 탐구 II

1. 욕망에 대해 탐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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