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따풀 2024: 함께 말 차리기
최봉영 선생님의 페북 글《한국의 지식인과 얼치기 낱말》중에서 '4. 사람들이 배우고 쓰는 낱말'이라는 이름으로 묶인 다발말[1]중 <낱말은 덩어리가 아니라 인수분해 하면 또렷해진다>까지 묻고 따지지 못한 내용을 풀어 보는 글입니다.
뻐꾸기 낱말을 빼고는 아는 내용과 쉽게 연결됩니다.
셋째, 한국말에는 생겨난 낱말과 들여온 낱말과 뻐꾸기 낱말이라고 부를 수 있는 낱말의 갈래가 있다.
우리가 보통 한자어, 순우리말, 외래어 따위로 나누던 것을 다시 합쳐서 나누는(refatoring) 느낌을 주는 포기말[2]입니다.
생겨난 낱말은 사람들이 말을 만들고 배우고 쓰는 일을 하는 가운데 안에서 절로 생겨나 자라게 된 낱말을 말한다.
예상대로 그러고 나서 우리가 익히 들었던 표현으로 통합합니다.
생겨난 낱말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안에서 스스로 생겨난 낱말에서 비롯한 ‘물’, ‘불’, ‘해’, ‘달’, ‘땅’, ‘흙’, ‘하늘’, ‘바다’, ‘풀’, ‘나무’, ‘벌레’, ‘나비’, ‘잠자리’, ‘개’, ‘돼지’, ‘사람’과 같은 것이다. 사람들은 이런 낱말을 따로 묶어서 ‘순우리말’이나 ‘고유어(固有語)’라고 부른다. 다른 하나는 밖에서 들여온 낱말에 기대어서 생겨난 낱말로서 ‘답(畓)’, ‘어음(於音)’, ‘이두(吏讀)’, ‘시댁(媤宅)’, ‘삼촌(三寸)’, ‘사촌(四寸)’, ‘덕분(德分)’, ‘덕담(德談)’, ‘언자(諺字)’, ‘언문(諺文)’, ‘언해(諺解), 감기(感氣), 생선(生鮮), 공책(空冊)과 같은 것이다. 사람들은 漢字의 뜻이나 소리를 빌려서 이런 낱말을 만들어 써왔다. 사람들은 이런 낱말을 따로 묶어서 ’한국식 한자어(漢字語)‘라고 부른다.
외래어는 생겨난 낱말이 아니라 들여온 낱말이네요.
들여온 낱말은 사람들이 다른 나라의 말 가운데 어떤 것을 들여다 쓰는 낱말을 말한다.
줄임말은 알겠는데, 새김말은 또 명확하지 않습니다.
들여온 낱말에는 세 가지가 있다. 먼저 줄임말로 들여온 낱말로서 ‘존재’, ‘사물’, ‘자아’, ‘윤리’, ‘정치’, ‘과학’, ‘기술’, ‘원자’, ‘전자’, ‘분자’와 같은 것이다. 다음으로 새김말로 들여온 낱말로서 성, 정, 흥, 기, 점, 선, 면과 같은 것이다. 끝으로 풀이말로 들여온 낱말로서 定하다, 對하다, 甚하다, 求하다, 軟하다, 便하다와 같은 것이다.
풀이말은 한국말의 유연성을 또 확인시켜 주는 듯합니다. '또'라고 한 이유는 앞서 <다양한 뜻의 그릇 역할을 하는 한국말의 유연성>을 쓰면서 인식한 '뜻의 그릇'으로써의 쓰임 때문입니다. 개념어라고 볼 수 있을까요? 이런 결과가 만들어지는 겨레의 문화라는 관점으로 보니 낱말의 유기체스러움을 또 느낍니다.
뻐꾸기 낱말은 흥미로운 비유입니다.
뻐꾸기 낱말은 밖에서 들여온 낱말이 본래의 낱말을 쫓아내고 그 자리에 들어앉은 낱말을 말한다. 이를테면 ‘山’(-뫼), ‘江’(-가람), ‘公’(-그위), ‘根源’(-찷), ‘丈人’(-가싀아비), ‘富裕하다’(-가멸다), 粉碎하다(-마사다), 訴訟하다(-구의하다)에서 ‘山’, ‘江’, ‘公’, ‘根源’, ‘丈人’, ‘富裕하다’, ‘粉碎하다’, ‘訴訟하다’는 본래의 낱말을 쫓아내고 그 자리에 들어앉은 뻐꾸기 낱말이다. 들여온 낱말이 뻐꾸기 낱말이 되면, 터박이 바탕 낱말로 자리해서 새김말 낱말로 구실한다.
한편으로는 터박이 말이 뜨내기 말에게 자리를 빼앗기면 새롭게 터박이 낱말이 된 터박이 낱말을 뻐꾸기 낱말로 부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는 다른 분류입니다.
넷째, 한국말에는 알뜰한 낱말과 허접한 낱말과 얼치기 낱말이라고 부를 수 있는 낱말의 갈래가 있다.
먼저 알뜰한 낱말 설명입니다.
알뜰한 낱말은 사람들이 어떤 낱말에 들어 있는 앛씨말(語根/語幹)의 바탕을 또렷이 알고서 뜻을 알뜰하게 차린 낱말을 말한다. 이를테면 어떤 사람이 “파래는 빛깔이 파란 것이다.”를 바탕으로 ‘파래’와 ‘파랗다’가 ‘파라-’라는 말소리를 통해서 말의 바탕을 같이 하는 낱말이라는 것을 알고서, ‘파랗다’가 어떤 꼴을 가리키는 말인지 또렷이 알아보게 되면 ‘파래’와 ‘파랗다’는 알뜰한 낱말로 자리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어떤 사람이 “물은 무엇을 무는 것이다.”를 바탕으로 ‘물’과 ‘물다’가 ‘물-’이라는 말소리를 통해서 말의 바탕을 같이 하는 낱말이라는 것을 알고서, ‘물다’가 어떤 일을 가리키는 말인지 또렷이 알아보게 되면 ‘물’과 ‘물다’는 알뜰한 낱말로 자라하게 된다.
[1] 왜 다발말인지는 <언어에 대한 일반이론>에서 일부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2] <한국말 말차림법>에서 제안한 문장에 대한 토박이 말입니다. 왜 포기말인지는 <언어에 대한 일반이론>에서 일부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2. 정신을 차리고 터박이 바탕 낱말을 또렷하게 따져 묻기
3. 말의 바탕치, 짜임새, 쓰임새, 펼침새 따위를 살피다
6. 말과 마디말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