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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영회 습작 Jan 01. 2024

마주해야 보인다, 본 것에 마음이 가면 녀긴다

묻따풀 2024: 함께 말 차리기

묻따풀 2024: 함께 말 차리기의 시작

글 말미에 목차를 만들어 둔 지난해의 글쓰기에 이어 올해도 묻고 따지고 풀어서 말을 차리는 훈련을 하려고 합니다. 독자들 그리고 저와 함께 교류하는 도반이나 지인들도 함께 했으면 하는 마음에 '함께 말 차리기'라고 연재의 제목을 붙입니다.


올해를 시작하는 이번 글은 최봉영 선생님이 페이스북에 쓰신《어떻게 큰일이 벌어지는가?》를 바탕으로 묻고 따져 보는 기록입니다.


19세기 문법 체계를 아직 고쳐 쓰고 있는 현실

다음 문장을 읽고 두 가지 연상을 하게 됩니다.

01.
사람들은 갖가지 낱말을 만들고 엮어서 온갖 생각을 끝없이 펼쳐나간다.

하나는 최근 '~짜리'라는 접사를 만났을 때 머릿속에 들었던 생각이었습니다.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 띄어쓰기 오류가 쉽게 교정이 되지 않았습니다. 이해하여 고쳐지지 않아서 '무용한 일'로 취급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존재하는 규칙이고 사소한 질서라 할지라도 무시하는 자세를 취할 수는 없다는 생각에 맞춤법 검사 과정에서 반복해서 틀리는 내용을 오답노트처럼 쓰는 습관을 들이는 일로 절충했습니다. 그래서, 재작년 12월부터 작년 말까지 대략 468(6 x 78) 개가 조금 넘는 낱말을 정리했습니다.


그러던 중에 만난 접사 '-짜리'는 낱말도 아닌 모호한 성분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러한 생각은 <한국말 말차림법>의 8장 내용과 연결되는 것입니다. 그중 일부만 인용해 보겠습니다.

한국말 문법에 나오는 문법 용어는 거의 모두 19세기에 일본 학자들이 서양말, 특히 영국말 문법을 일본말로 번역하면서 만든 용어들이다. <중략> 번역해 놓은 것을 한국의 학자들이 한국말 문법을 만들 때 그냥 그대로 가져다 썼다. 이런 까닭으로 한국말 문법을 알려면 먼저 영국말 문법을 살펴보아야 한다. <중략> 그런데 백수십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마주해야 보인다, 본 것에 마음이 가면 녀긴다

두 번째로 연상되는 일은 역시 <한국말 말차림법>의 8장 문장을 읽다가 느낀 이미지와 생각입니다.

한국사람은 19세기말에 영국사람과 미국사람을 마주하는 일이 벌어지면서 영국말에 눈을 뜨게 되었다.

책에서 위 문장을 읽을 때 '마주하는'과 '눈을 뜨게'에 동그라미 표시를 했습니다. 손때[1]를 묻힌 탓에 <사람이 눈으로 무엇을 보는 것>에서 그림을 그리던 순간이 떠올랐습니다.


마주하기만 해서는 안 되고 마음이 가야 합니다. 마음을 열고 받아들이면 보이기 시작하죠.

이를 다시 녀김으로 바꾸는 현상을 통해 기억에 담고, 니름을 통해 다른 사람과 나눌 수 있습니다. 여기 제가 기록을 남기는 것도 니름을 글말로 하는 행위라 할 수 있습니다.


선생님의 글은 09번까지 있는데, 01번에서 이 정도 길이가 되었으니 여러 글로 나눠서 써야 할 듯합니다. 첫 글은 여기서 멈춥니다.


주석

[1] <학습법과 창의성 모두 기억이 핵심이다>에서 박문호 박사님 발언을 이용한 것으로 감정의 손때를 묻혀야 기억이 만들어진다는 내용을 지칭합니다.


지난 묻따풀 2023 연재

1. 한국말에서 위함과 바람과 꾀함과 보람

2. 욕망하는 두 개의 나: 온인 나와 쪽인 나

3. 사람으로 살아가는 네 가지 일

4. 두 가지 온인 나 그리고 쪽인 나로 살필 여섯 가지

5. 사람들이 한국말로써 세상을 담아내는 방식

6. 사람들이 영국말로써 세상을 담아내는 방식

7. 한국사람에게 힘은 무엇을 말하는가?

8. 영국말로 세상을 담아내는 방식을 활용해 보자

9. 영국말에서 있음, 꼴됨, 이됨, 일됨 살펴보기

10. 언어에 대한 일반이론

11. 한국말은 어떻게 나눠지는가?

12. 한국말에서 문장은 곧이말을 풀어내는 것이다

13. 한국말에서 자유란 무엇인가?

14. 한국사람에게 사람이란?

15. 한국사람에게 나 그리고 인간(人间)은 무엇인가?

16. 한국사람이 임자로 살아야 하는 이유

17. 언어로 빚는 살리는 힘을 조직하는 능력

18. 한국사람에게 사람됨이란 무엇인가?

19. 사람됨 안에 쌓이고 녹아 있는 문맥

20. 줏대와 잣대에 대해 새롭게 생각해 보기

21. 사회적 성공과는 기준이 다른 줏대

22. 줏대와 잣대로 삶의 순간들을 차려 보자

23. 한국말에서 사람됨과 인성, 인품, 인격

24. 사람됨의 줏대 : 주관(主觀)

25. 줏대를 펼쳐서 누리는 힘 : 권리(權利)

26. 보편적인 인권 그리고 내 삶의 균형

27. 사람의 구실 : 자격(資格)에 대한 묻따풀

28. 우리가 인지조차 못하는 인격에 대한 욕망

29. 인격을 존중하거나 무시하는 일

30. 대한민국에 인격 차별이 존재하는가?

31. 인격 차별이라는 유산과 수평적 소통

32. 사람답게 살아야 하고, 사람다운 사람이 되어야 한다

33. 존비어체계와 민주적 인간관계의 충돌(上)

34. 존비어체계와 민주적 인간관계의 충돌(下)

35. 사람이 눈으로 무엇을 보는 것

36. 사람은 어떻게 말이 뜻을 갖게 만드는가?(上)

37. 사람은 어떻게 말이 뜻을 갖게 만드는가?(下)

38. 사람이 떡을 먹는 일로 시작하는 바탕 차림 공부

39. 나-나다, 너-넘다, 그-긋다 그리고 한다의 바탕 차림

40. 대부분 몰랐던 한국말의 놀라운 바탕

41. ‘그위’에 자리한 것으로서 말과 그 쓰임

42. 바로 보고 녀기는 역량 그리고 바탕을 함께 하는 대화법

43. 두루 함께 하는 말과 ‘그위(公)’의 지배

44. 나만 위하려는 거짓말 그리고 양심과 아름다움

45. 말을 바탕으로 더불어 어울려 살아가기와 말로 사무치기

46. 사무치기 어려운 말버릇과 말로 사람을 가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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