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떡을 먹는 일
이 글은 지난 11월 27일 최봉영 선생님이 페북에 쓰신 글 <사람이 떡을 먹는 일>을 바탕으로 스스로 묻고 따져 풀어보는 내용입니다. 글을 크게 <1. 사람이 떡을 먹는 일의 갈래>와 <2. 떡을 먹는 일을 풀어내는 바탕>, 둘로 나눕니다.
먼저 <1. 사람이 떡을 먹는 일의 갈래>를 따라가 봅니다. 누워서 떡먹기는 따져 볼 일이 없을 만한 대표적인 표현이 아닐까 싶습니다.
한국사람은 매우 쉽게 할 수 있는 일을 ‘누워서 떡먹기’라고 말한다. 그들은 누워서 떡을 먹는 일에 ‘쉽다’를 붙여서 “누워서 떡먹기처럼 쉽다.”, “누워서 떡먹기보다 쉽다.” 따위로 말한다. 그런데 사람이 누워서 떡을 먹는 일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누워서 떡을 먹다가 잘못 삼키면 떡이 목에 걸려서 목숨을 잃을 수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떡을 먹는 일을 크게 즐거운 일로 보았기 때문에 누워서 떡을 먹는 일을 매우 쉬운 일처럼 보게 되었다.
'떡을 먹는 일을 크게 즐거운 일로 보았기 때문에'라는 풀이를 듣자마자 수긍하게 됩니다. 혼자 따져 볼 필요는 느끼지 못합니다. 그런데, 다음 문단을 보니 표현 자체보다는 누구나 아는 말을 보기로 고른 듯합니다.
한국말은 ‘떡을 먹는 일’처럼 사람이 뜻을 가지고서 하는 일을 담아내는 나름의 차림법이 있다. ‘떡을 먹는 일’을 사례로 삼아서 사람이 뜻을 가지고서 하는 일을 차려내는 것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최봉영 선생님이 열 개의 갈래로 나누셨습니다 기준이 뭔지는 바로 드러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순차적으로 살펴보며 두드러져 보이는 내용에 대해 묻고 따져 봅니다. 첫 번째 갈래인 <사람이 떡을 먹음>에서 예로 든 표현 중에서 다음 둘은 의미상 무슨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나는/너는/그는 떡을 먹고 말았다.
나는/너는/그는 떡을 먹어 버리고 말았다.
그래서, 보조 동사 '버리다'의 뜻을 찾아보았습니다.
앞말이 나타내는 행동이 이미 끝났음을 나타내는 말. 그 행동이 이루어진 결과, 말하는 이가 아쉬운 감정을 갖게 되었거나 또는 반대로 부담을 덜게 되었음을 나타낼 때 쓴다.
하지만, 보조 동사 '말다'의 뜻도 거의 유사합니다.
「2」 ((동사 ‘-고(야) 말다’ 구성으로 쓰여)) 앞말이 뜻하는 행동이 끝내 실현됨을 나타내는 말. 일을 이루어 낸 데 대하여 긍정적인 생각 또는 부정적이고 아쉬운 느낌이 있음을 나타낸다.
미묘한 차이가 있습니다.
네 번째 갈래인 <사람이 떡을 먹을 것임>의 예문 중에서 '테다'는 평소 쓰면서도 그 뜻을 잘 몰랐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나는/너는/그는 떡을 먹을 테다.
찾아보니 의존 명사 '터'의 뜻 중에서 '예정'이나 '의지'를 나타내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어미 ‘-을’ 뒤에 쓰여)) ‘예정’이나 ‘추측’, ‘의지’의 뜻을 나타내는 말.
여기에 더하여 '것이다'가 반복되자 무감각하게 써 오던 '것'의 뜻도 찾아봅니다. 의존 명사 것의 뜻 중에는 다음 풀이가 있습니다.
「1」 사물, 일, 현상 따위를 추상적으로 이르는 말.
「5」 ((‘-ㄹ/을 것이다’ 구성으로 쓰여)) 말하는 이의 전망이나 추측, 또는 주관적 소신 따위를 나타내는 말.
첫 번째 뜻은 일을 중심으로 하는 한국말의 특징을 담은 것이 아닌가 추정하게 합니다. 다음 뜻은 일에 대한 전망, 추측, 소신을 덧붙는 말로 보입니다. 평소에 이를 모르고 그냥 써 온 듯합니다. 사실 최봉영 선생님을 알기 전에는 모든 말을 그렇게 했다 할 수 있습니다. :)
이번에는 <2. 떡을 먹는 일을 풀어내는 바탕>을 따라가 봅니다.
한국사람이 ‘사람이 떡을 먹는 일’을 어떤 차림새에 담아서 이런저런 갈래로 말하는 것을 또렷이 알아보려면 다음과 같은 열 개의 낱말이 어떤 바탕을 갖고 있는지 제대로 알아야 한다. '사람', '나, '너', '그', '떡', '한다', '아니한다', '못한다', '말다', '그만두다'가 그것이다.
윗 문단을 읽으면서 그간 여러 차례 보아 오던 '바탕차림공부'란 표현이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감흥 없이 보면 배움도 약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1]
한편으로는 박문호 박사님의 <이해는 하는 게 아니고 오는 거다>라는 말씀이 들리는 듯도 했습니다.
다음 문장들은 묻따풀을 반복하니 점점 익숙해지는 내용입니다.
01.
'사람'은 ‘살다’, ‘살리다=살+리+다’’와 바탕을 같이하는 말이다. '사람'은 온갖 것이 가진 살리는 힘을 살려서 살림살이를 하는 님자를 일컫는 말이다.
살림살이는 말차림법 공부를 함께 하는 이형도 님 덕분에 요즘 생생해진 단어입니다.
이형도 님은 살림살이하면 바로 다음 그림이 떠오르는 듯합니다. 저도 전염된 듯 어느 순간부터 그랬습니다. 그리고 덕분에 저 넓은 생각과 행동의 공간 안에서 줏대와 잣대를 갖고 순간을 차리는 일이 살림살이란 생각이 만들어졌습니다.
[1] 더불어 사무치는 일의 중요성도 깨닫습니다.
4. 두 가지 온인 나 그리고 쪽인 나로 살필 여섯 가지
10. 언어에 대한 일반이론
11. 한국말은 어떻게 나눠지는가?
13. 한국말에서 자유란 무엇인가?
14. 한국사람에게 사람이란?
15. 한국사람에게 나 그리고 인간(人间)은 무엇인가?
24. 사람됨의 줏대 : 주관(主觀)
29. 인격을 존중하거나 무시하는 일
32. 사람답게 살아야 하고, 사람다운 사람이 되어야 한다
36. 사람이 눈으로 무엇을 보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