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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영회 습작 Nov 09. 2023

사회적 성공과는 기준이 다른 줏대

묻따풀 2023

<줏대와 잣대에 대해 새롭게 생각해 보기>가 예상과 달리 한 편에서 마칠 수 없어 계속합니다. 지난 글에서는 <'줏대와 잣대'에 대해 생각해 보기>를 다시 읽으며 다음 인용문이 주는 영감에 따른 생각을 펼쳤습니다.

잣대는 줏대 있는 나를 지키는 기준이다.
그 기준을 세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켜가는 것이다.


자신에 대한 신뢰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위 인용문에 이어지는 글이지만, 공교롭게 최근 읽은 <테니스 이너 게임>을 떠오르게 합니다.

신뢰의 과정은 역경과 난관이 있다.
신뢰 중에서 가장 힘든 것이 자신을 신뢰하는 것이다.

테니스 이너 게임의 표현을 따르면 의식적인 자아-정신의 개입을 이기고(?) 자신과 자신의 잠재력을 온전히 믿으라고 합니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오랫동안 의식적인 자아-정신에만 의존한 듯이 보이기도 합니다. 자신의 행동에 전혀 책임을 지지 않는 듯이 보이고, 모든 원치 않는 일을 다른 사람 탓으로 돌리는 이들인데요. 어제 페북에서도 김디모데 목사님의 글을 통해 그런 사람이 대통령으로 일하고 있는 모습을 확인합니다.


자유(自由)의 잣대 그리고 자유롭지 못한 줏대

물론, 자신에 대한 신뢰가 있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은 사람마다 다를 것입니다. <한국말에서 자유란 무엇인가?>에서도 전혀 이해할 수 없는 개념을 '자유'로 규정하는 사람들에 대한 의구심을 쓴 바 있습니다. 그런데 그 차이를 생각해 보니 제가 생각하는 자유는 줏대와 잣대를 통해 그 사람이 자유로움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각자가 임자가 되어 줏대를 구성하고, 자신과 다른 잣대를 인정하며 공동체의 잣대를 만들어 갈 수 있다면 자신도 자유롭고, 공동체도 자유롭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대통령이 말하는 자유는 전혀 납득할 수 없습니다. 자유를 말하면서 자신이 말하는 이념이 올바르다고 강조하고 생각이 다른 국민을 모조리 배격합니다. 이런 사고 체계에서 말하는 자유가 무엇인지 추측이 불가능한데, 어제 우연히 유튜브 추천으로 본 스트레이트 영상을 보면 추정이 가능합니다.


대통령이 통일부 장관으로 임명한 인물이 2017년 한국자유회의라는 단체를 설립한 인사라고 합니다. 단체의 이름에 자유가 들어가는데, 그들이 만든 신조어 '공산전체주의'의 반대말을 자유로 규정합니다.

그들의 주장을 듣다 보면 도무지 '자유'와 연결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1] 그런데 이 단체를 만들라고 지시한 이가 노태우 정권에서 국무총리를 했던 노재봉 전 총리란 점을 확인하자, 만약 군사정권 당시의 행정부의 논리를 시대가 한참 지난 요즘에 적용하려고 한다는 가정이라면 얘기가 다릅니다. 자유를 단지 진영을 선택하는 고루한 발상, 다시 말해 아직도 존재하는 '빨갱이'의 반대말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세상을 두 편으로 가르는 논리라고 본다면 지금까지 이해할 수 없던 모든 주장과 행동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여기서 분명한 사실은 꽤 많은 사람들이 대통령이 후보시절에 없던 잣대들을 갑자기 강조한다고 느낀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그 배후에 저들이 있다고 말합니다. 나 역시 대통령의 언사를 보면 그가 줏대 없는 사람이라는 점을 쉽게 간파할 수 있습니다. 아니, 어떤 면에서는 줏대가 확고한데, 줏대를 형성하는 많은 잣대가 외부에서 들어온 것이고, 잣대를 공급하는 사람들이 바뀌기도 한다는 점이죠. 그래서, 총체적으로 줏대가 없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사회적 성공과는 기준이 다른 줏대

제가 선호하지 않더라도 대통령이란 자리에 올랐다는 사실은 사회적 성공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줏대가 없는 사람으로 보이고, 저는 줏대가 없는 사람이 되면서까지 사회적 성공을 하고 싶은 생각이 없습니다. 대통령과 저는 서로 가치관이 매우 다른 것이죠. 다시 말해, 세상을 보는 잣대 타발이 굉장히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줏대와 잣대를 어떻게 두느냐에 따라 삶의 양상은 매우 달라진다는 점입니다. 바로 얼마 전에 썼던 <타인의 의견에 대한 팀의 두려움을 다루기>에서 이를 다뤘습니다. HBR 기사를 배경으로 한 그 글에서 티칭 프로의 내면은 대통령과 유사한 인상을 줍니다. 반면, 저는 PGA 투어프로 리키 파울러와 같은 잣대를 갖고 싶어 노력하는 사람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골프는 최종 결과가 아니라
통제할 수 있는 것에 주의를 집중하는 겁니다.


그리고 지난주 만난 후배가 저에 대한 신뢰를 표현해서 굉장한 고마움을 느꼈는데, 뒤이어 읽은 책에서 그때 느낌과 경험을 강화시켜 주는 문구를 또 만났습니다.[2]

버핏에게 자신의 가치를 인정해 주지 않는 사람과 일하는 것만 한 시간 낭비는 없을 것이다.


주석

[1] 스트레이트에 따르면 이들은 MB시절 이념적 배경을 제공했던 뉴라이트의 재등장이라고 설명합니다.

[2] <1분 버핏> 97쪽, 구와바라 테루아 지음


지난 묻따풀 2023 연재

1. 한국말에서 위함과 바람과 꾀함과 보람

2. 욕망하는 두 개의 나: 온인 나와 쪽인 나

3. 사람으로 살아가는 네 가지 일

4. 두 가지 온인 나 그리고 쪽인 나로 살필 여섯 가지

5. 사람들이 한국말로써 세상을 담아내는 방식

6. 사람들이 영국말로써 세상을 담아내는 방식

7. 한국사람에게 힘은 무엇을 말하는가?

8. 영국말로 세상을 담아내는 방식을 활용해 보자

9. 영국말에서 있음, 꼴됨, 이됨, 일됨 살펴보기

10. 언어에 대한 일반이론

11. 한국말은 어떻게 나눠지는가?

12. 한국말에서 문장은 곧이말을 풀어내는 것이다

13. 한국말에서 자유란 무엇인가?

14. 한국사람에게 사람이란?

15. 한국사람에게 나 그리고 인간(人间)은 무엇인가?

16. 한국사람이 임자로 살아야 하는 이유

17. 언어로 빚는 살리는 힘을 조직하는 능력

18. 한국사람에게 사람됨이란 무엇인가?

19. 사람됨 안에 쌓이고 녹아 있는 문맥

20. 줏대와 잣대에 대해 새롭게 생각해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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