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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영회 습작 Jul 18. 2023

사람들이 한국말로써 세상을 담아내는 방식

묻따풀 2023 - 사람들이 한국말로써 세상을 담아내는 방식

지난 주말 최봉영 선생님께 받은 도식 풀이로 글을 씁니다.

트리구조로 보면 최상위 가지는 다섯 개의 요소로 나누어지는데 그 하위 내용의 분량에 따라 셋으로 나누어 분석을 시도합니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화살표가 있습니다. 먼저 '됨이'에서 시작되어 '일됨', '꼴됨', '이됨'으로 향하다가 마지막에 '있음'으로 끝납니다.


됨이: 임자가 무엇이 어떻게 되는 일을 느껴서 알아봄

'됨이'를 설명하는 내용입니다. 혹시나 하고 네이버 사전과 구글링을 해 보았는데 의미 있는 결과는 없었습니다. 왜 '됨이'로 시작할까 스스로 질문하고 답해 봅니다. 아마도 '쪽인 나'에 바탕을 둔 한국말로 현상을 처음 파악하는 개념이 아닌가 추측합니다.


'됨이'의 풀이를 봅니다.[1]

온갖 것들이 쪽으로 함께 하는 가운데 무엇이 어떻게 되는 일이 끊임없이 벌어짐

 줏대와 잣대를 가진 임자가 '무엇을 느껴서 알아보는 일의 출발점'이라고 합니다. '접화(接化)'의 흐름이라고도 합니다. 한자 접()은 '잇다'를 뜻합니다. '이어져서 달라짐'이 '접화(接化)'의 뜻인 듯합니다.

최근에 쓴 글 <아기 발걸음과 실패할 용기>에서 관련 내용이 떠올라 찾아 인용해 봅니다.

한 때 아침 기도 대신에 메일 보고 듣고 외우던 영화 '역린'에 나오는 '중용' 대사가 있습니다. 평소 '변화'란 단어를 하나의 작용을 나타내는 표현으로만 알았는데, 중용 대사를 반복해서 보면서 변(變)과 화(化)를 나눠서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네이버 사전 풀이에서 '바뀌어 달라짐'을 나눠서 보게 되는 것이죠.

'됨이'에서 나아가서 '일됨'을 표현하거나 '꼴됨', '이됨' 그리고 '있음'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자습을 한 이후에 최봉영 선생님께 '됨이'에 대한 제 추정을 확인하는 질문을 드렸습니다. 한국인의 사고의 바탕에는 항상 '일어나서 되는 것이 있다'라는 표현으로 충분히 답이 되었습니다. 그러한 '됨이'가 어떤 됨이냐 판단하는 네 가지 일이 있는 것입니다.


일됨: 함께 해서 일이 벌어짐

두 번째는 '일됨'에 대한 설명을 분석합니다. '일어남'과 '일으킴'은 수동과 능동의 틀로 이해할 수 있을 듯합니다.

작년에 바탕차림공부에 참석했을 때 한국말의 ''을 바탕에 두었다는 말을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일'에 대한 네이버 국어사전 풀이는 다음과 같습니다.

예문을 보는데, '그냥'과 '절로'의 차이를 몰라 최봉영 선생님께 여쭤 보았습니다. 그러고 나서 표준국어대사전을 찾아 정리해 봅니다. 예문의 '달이 지구의 둘레를 돈다'처럼 '그런 모양으로 줄곧'을 뜻하는 말입니다. 반면에 절로는 '저절로'의 준말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뜻은 '다른 힘을 빌리지 아니하고 제 스스로. 또는 인공의 힘을 더하지 아니하고 자연적으로.'라고 합니다.


잡아서, 입혀서, 부려서, 더불어

도식에서 특별히 눈에 띄는 내용은 '일으킴'네 4가지 구분입니다. 각 구분을 식별하는 표현들인 부사를 붉은색으로 표기해 보았습니다.

'잡아서'는 분명히 와닿지는 않습니다. '입혀서'와 '부려서'는 학창 시절에 배운 사역 동사(使役動詞)를 떠올리게 합니다.

『언어』 문장의 주체가 자기 스스로 행하지 않고 남에게 그 행동이나 동작을 하게 함을 나타내는 동사. 대개 대응하는 주동문의 동사에 사동 접미사 ‘-이-, -히-, -리-, -기-’ 따위가 결합되어 나타난다. 하지만 특수한 의미를 가지게 되어 대응하는 주동사를 설정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사동사.

다만, '입혀서'와 달리 '부려서'는 당하는 쪽이 또한 '임자'로서 일에 참여한다. 하지만 이쪽과 저쪽이 쪽인 나로 모두 임자로 참여하는 경우는 '부려서'보다는 '더불어'라 표현하는 듯하다.


꼴됨, 이됨, 있음

꼴됨, 이됨, 있음을 처음에 볼 때는 이러한 구분이 무슨 효용이 있을까 의구심을 갖고 보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직관적으로 깨달은 내용은 꼴됨은 '모양새'에 대한 인식이고, 이됨은 '개념'에 대한 인식이란 점이 눈에 띄었습니다. 그리고 '있음'은 존재에 대한 인식이라고 느껴졌습니다.


주석

[1] 학창 시절에 배운 '보어(補語)'란 개념이 떠오릅니다. 시험을 위해 외운 점만 빼고 쓸모를 느낄 수 없던 말이죠.


지난 묻따풀 2023 연재

1. 한국말에서 위함과 바람과 꾀함과 보람

2. 욕망하는 두 개의 나: 온인 나와 쪽인 나

3. 사람으로 살아가는 네 가지 일

4. 두 가지 온인 나 그리고 쪽인 나로 살필 여섯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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