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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영회 습작 Jul 15. 2023

아기 발걸음과 실패할 용기

週末안영회 2023

페벗 님이 공유한 그림을 보자 자동으로 '아기 발걸음'이 떠올랐습니다. 한 때는 일터에서 나의 시그너처가 되었던 표현이 '아기 발걸음'이었습니다. 브런치 글만 보아도 무려 153개 글에서 '아기 발걸음'을 다루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아기 발걸음에 대해 차분히 설명한 일은 없었는데, 조금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일단 아래 그림을 보고 떠오르는 내용을 기술해 보겠습니다.

아기 발걸음이란 표현 외에 제가 떠올린 두 가지 생각이 있습니다. 하나는 영화 '역린'에 등장하는 '정성'이라는 대사입니다. 두 번째는 메시의 잔발 드리블입니다. 어쩌면 제가 이 두 개념을 ‘아기 발걸음’과 유사한 느낌으로 기억하고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입니다.


지극히 정성을 다하는 사람만이...

한 때 아침 기도 대신에 메일 보고 듣고 외우던 영화 '역린'에 나오는 '중용' 대사가 있습니다. 평소 '변화'란 단어를 하나의 작용을 나타내는 표현으로만 알았는데, 중용 대사를 반복해서 보면서 변(變)과 화(化)를 나눠서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네이버 사전 풀이에서 '바뀌어 달라짐'을 나눠서 보게 되는 것이죠.

이렇게 나누어 보는 인식을 단순히 단어 뜻 수준이 아니라 세상에 대한 인식으로 해석하면 더 의미가 부각됩니다.


XP 책을 동료들과 함께 읽을 때 강조한 내용

21년과 22년에 변화를 희망하는 동료들과 XP 책을 함께 읽은 일이 있습니다. XP 책 5장에 13번째 원칙으로 '아기 발걸음'이 등장합니다. 그 내용 중에 제가 가장 먼저 인용한 문장이 있습니다.

변화 요구의 대상은 다른 것이 아니라 바로 사람들이다. 변화는 안정을 뒤흔든다. 사람들이 변할 수 있는 속도에는 한계가 있다.

2012년 즈음 XP를 혼자서 읽을 때, 저는 사람들에게 변화를 강요했습니다. 좋은 것이니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한다는 당위로 나도 모르게 그렇게 했습니다. 그게 잘못이라는 생각을 못했는데, XP를 읽으면서 이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런 경험이 없었다면 <나만 잘하면 전체가 나아지는 XP>에서 인용한 시골 농부 김영식 님의 다음 글에서 처음 관심을 둔 표현이지만, 점수의 뜻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앞으로(?) 나아가는 일을 다른 사람들에게 권하고 함께 하는 일을 멈추지는 않았습니다. 그저 인간적인 방법을 찾았을 뿐입니다. 하지만, 그 방법을 찾는 데에는 한참의 시간이 더 필요했습니다.


배움 혹은 이상과 내 삶 사이에서 균형 잡기

제가 생각하는 '앞으로'는 '자아실현'을 향하는 방향입니다. 그래서 각자의 삶에서 굉장히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납니다. 양상이 달라도 XP 책에서 말하는 다음 교훈은 항상 유효합니다.

단계를 잘게 쪼갤 때 생기는 부하overhead가, 큰 변화를 시도했다가 실패해서 다시 원상태로 돌아갈 때 드는 낭비보다 훨씬 작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앞서 인용한 우측 사다리, Consistent Ladder가 떠오릅니다. 지속하는 횟수가 만들어내는 힘을 표현한 것입니다. 내가 바라는 것을 향해 가더라도 실패나 좌절을 겪어도 계속 동력을 확보할 방법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성장 마인드셋도 필요하지만 지속하기 위한 균형 감각이 필요하다는 표현을 담은 글이 <배움 혹은 이상과 내 삶 사이에서 균형 잡기>입니다.


변화 대응의 키는 선택 가능성을 늘리기

마지막으로 오른쪽 사다리를 보며 메시의 잔발 드리블을 떠올린 이유를 설명하겠습니다.

우선 제가 축덕인 이유가 있습니다. 축구 콘텐츠를 단순히 보는 것을 넘어 기억하고 해석하는 일을 즐기다 보니 다양한 일상의 현상과 축구를 연결하고는 합니다. 메시의 잔발 드리블은 쉽게 말하면 수비수가 발을 떼는 모습보다 더 촘촘하게 발걸음을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을 말합니다. 그래서 수비수의 동작을 보고 다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죠.


여기서 수비수의 동작을 세상의 변화 혹은 내가 한 행동의 결과에 대응해 보면 촘촘하게 단계를 만들수록 적응력이 높아집니다. 이미 다양한 분야에서 이러한 선택 가능성의 중요성을 말합니다. HBR 기사 중에는 이를 '급진적 선택성'이라고 표현하고 강조한 일이 있습니다. 프로덕트 매니저 입장에서도 모호함을 포용하라고 설명합니다.


실패를 배움의 기회로 삼는 용기

하지만,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선택을 위해서는 반드시 용기가 필요합니다. 합리를 강조하는 분들은 애자일이 제시하는 변화를 포용하는 방식을 싫어합니다. 세상을 지나치게 합리의 잣대로만 보면 있는 그대로의 세상을 인정하지 않는 '미신'에 빠집니다. 여기서 말하는 미신은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6권>에서 말해준 알정에 대한 잘못된 믿음을 말합니다.


올해 읽은 <욕쟁이 예수>에도 비슷한 표현이 등장합니다.

우리 인간은 낙원에서 추방된 이후로 안정감a sense of security에 집착하다 못해 그것을 우상으로 삼기까지 한다. <중략> 대신 하나님을 의뢰하며 어디로 갈 바를 알지 못하고 내디딘 그 불안정한 걸음을 자신들의 궁극적인 안정감으로 삼는다.


부자 아빠에서는 사실충실성(factfulness)을 유지하며 삶을 '나로서' 그리고 있는 그대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리스크(Risk)를 끌어안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리스크를 포용한 대가로 (부자가 될 수도 있겠지만) 나다운 삶을 살 수 있다면, 실패할 용기를 갖추는 일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週末안영회 2023 연재

1. 계획은 개나 주자

2. 측정, 단위 그 이전에 기댓값

3. 바둑판 같이 존재하는 우주인가?

4. 내가 책을 고르고 거르는 방식

5. 도전하고 실패해도 편안하게 성장하기

6. OKR과 퍼스널 칸반 접목하기

7. 학습 피라미드와 코드 리뷰 피라미드 비교해 보기

8. 나의 경력관리와 직업사

9. 삶에서 문제 삼기와 함수의 활용

10. 기업 = 지속가능함 + 성장가능성

11. <강력의 탄생> 그리고 개인 차원의 창조적 파괴      

12. 이젠 어른이 돼야 해, 소년

13. 나의 바운더리를 튼튼하게 하는 이분법

14. 난 왜 람다 계산법이 생각나지?

15. 배움 혹은 이상과 내 삶 사이에서 균형 잡기

16. 만남은 기회이니 피하지 말고 집중하자

17. 정원관리는 공동체 리더의 필수 덕목

18. 성공했냐가 아니라, 목적이 뭐고 어떻게 하느냐가 문제

19. 상대방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20. 함께 존재하고 늘 희망을 품고 살기

21. 우리는 처음부터 개성을 가진 존재다

22. 대화를 하세요, 그게 관계예요  

23. 협력에서 방향성의 문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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