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영회 습작 Sep 12. 2023

한국말은 어떻게 나눠지는가?

묻따풀 2023

<언어에 대한 일반이론>을 쓸 때는 아무래도 관련 지식 부족으로 스스로 묻따풀하는 데에는 한계를 느꼈습니다. 모처럼 주말에 기회가 되어서 48회 공부 모임에 갈 수 있었는데, 거기서 배운 내용을 토대로 기록을 남깁니다.


한국말에서 의미의 씨앗이 되는 씨말

이전 글에서 소개한 말의 차림새[1]는 크게 씨말 나눔새, 마디말 모양새, 포기말 펼침새, 포기말 쓰임새로 나눌 수 있습니다. 그중에 가장 기초를 이루는 것이 씨말 나눔새라 할 수 있습니다. 공부 모임에서 최봉영 선생님(이하 선생님)이 학교 문법의 '품사론'과 같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아쉽게도 '씨말'은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씨말'이란 낱말이 없는 것은 아닌데, 전혀 다른 뜻을 지닌 단어만 다루고 있습니다.

씨를 받기 위하여 기르는 말. 씨수말, 씨암말이 있다. =종마.

하지만, '씨말'은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의미를 구성하는 씨앗이 되는 말이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짐작'이란 표현을 썼는데요. 정확한 정의는 선생님의 책이 9월 말 정도 출간을 목표로 하고 있어 거기서 확인하거나 묻따풀 학당에서는 송문숙 선생님 주도로 만들어진 홈페이지에서 찾아보거나 묻고 답하는 일로 의지만 있다면 확인이 가능할 것입니다.


씨말의 분류

영어는 낱말이 하나의 단위를 이룹니다. 선생님의 한국말 구분에 따르면 낱말이 곧 마디말이 됩니다. 하지만 한국말은 다릅니다. 제가 40편이 넘게 쓰고 있는 맞춤법 오류가 그 흔적이기도 합니다. 도대체 띄어 써야 하는지 붙여 써야 하는지 헷갈리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 특성을 분석한 정리가 바로 앗씨말과 겿씨말의 조합으로 마디말이 이뤄지는 모양새입니다.

앛씨말은 영어로 따지면 어근이나 어간에 해당하는데 '앛'이 '씨앗'과 발생 기원이 같은 말이라고 합니다. 핵심 혹은 Core와 유사한 의미를 띠는 것으로 짐작합니다. 이러한 앗씨말은 마디말을 만들 때 겿씨말의 작용합니다.


마디말의 이원적 구성

<소프트웨어 설계에서 입자의 응용>에서 인용한 원자에 대한 상상도를 차용해서 비유적으로 설명해 보겠습니다. 마디말은 마치 원자가 원자핵과 전자로 구성된 것을 닮아 있습니다.

원자핵은 변화 없이 가만히 있고, 전자가 움직이는 것과 같이 마디말에서도 앛씨말을 그대로 두고 다양한 겿씨말이 붙어 마디말의 모양을 구성한다는 점이 굉장히 유사한 느낌을 선사합니다.


씨말 나눔새 치림 morphological class

선생님께서 '씨말 나눔새 치림 morphological class'[2] 혹은 '씨말 갈래 나눔새'라고 표현한 내용에서 하위분류는 여기서 다루지 않겠습니다.

저는 다만 이원적으로 앛씨말과 겿씨말이 원자 구성처럼 어우러져 마디말을 이루는 점이 한국말의 특성이란 사실을 알았다는 사실에 족합니다. 제 나름의 소화를 위해 약간의 부연을 더하며 글을 마치고자 합니다.


개념의 입자와 혹은 스펙트럼에 금을 긋는 일

'나눔새'라는 말은 나누는 사람(임자)의 잣대를 적용해 드러난 모양입니다. 선생님의 말차림법에서 이를 다시 8개로 나누시긴 했지만, 이를 다루기보다는 나눈다는 행위에 대해서만 생각해 보겠습니다. 나눈다는 말은 개념에 대해서 경계를 짓는 일입니다. <소프트웨어 설계에서 입자의 응용>에서 비슷한 사고를 글로 표현한 일이 있어서 선생님 강의를 들으면서 '개념의 입자화'라고 메모를 했습니다.

저에게 편한 표현을 쓰면 앛씨말은 개념을 입자화한 입자들입니다. 우리말은 이런 입자에 겿씨말을 붙여야 서로 연결 가능한 마디말이 됩니다. 이를 이해한 후에 연상을 위해 마디말을 원자에 빗대어 설명한 것입니다.


한편 묘하게도 선생님 강의를 듣기 직전에 <언어본능>을 읽고 밑줄 친 표현이 있는데 '개념의 입자화'와 동일한 인지 패턴이 아닌가 싶어 인용합니다.

스펙트럼에 금을 긋는 것은 언어다. 줄리어스 시저는 회색과 갈색을 구분하지 못했을 것이다. <중략> 언어가 아무리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언어가 망막에까지 손을 뼏쳐 신경절세포를 재배선한다는 것은 생리학자들로서는 황당할 뿐이다. <중략> 우리가 색깔을 보는 방식이 우리가 그 색깔을 표현하는 단어를 익히는 방식을 결정하는 것이지 그 반대가 아니다.


주석

[1]

[2] 48회 공부 모임에서 배포한 자료에 있는 표현으로 [1]과 조금 다릅니다.


지난 묻따풀 2023 연재

1. 한국말에서 위함과 바람과 꾀함과 보람

2. 욕망하는 두 개의 나: 온인 나와 쪽인 나

3. 사람으로 살아가는 네 가지 일

4. 두 가지 온인 나 그리고 쪽인 나로 살필 여섯 가지

5. 사람들이 한국말로써 세상을 담아내는 방식

6. 사람들이 영국말로써 세상을 담아내는 방식

7. 한국사람에게 힘은 무엇을 말하는가?

8. 영국말로 세상을 담아내는 방식을 활용해 보자

9. 영국말에서 있음, 꼴됨, 이됨, 일됨 살펴보기

10. 언어에 대한 일반이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