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따풀 2023 - 한국사람에게 힘은 무엇을 말하는가?
지난 글에 이어 주말에 최봉영 선생님께 받은 도식 풀이로 글을 씁니다.
도식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내용은 다음 항목이 아닌가 싶습니다.
힘이란 단어를 보자 최근 김상욱 교수님 책을 본 탓인지 예전에 본 'F=ma 강의'가 떠오르기도 합니다.[1]
1. <힘>은 이것과 저것이 만나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 바탕이다.
<힘>이 바탕이 되어 일이 벌어집니다. 그리고, 일은 임자들의 운동이라고 생각하면, 어쩐지 과학(물리)과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함께의 어원에 시간이 있었다는 것은 처음 알았습니다.
2. <힘>은 <중략> 이것과 저것이 함께 하도록 만든다. 한국말에서 '함께=함+께'는 '~하는+때'를 가리키는 말로써, 이것과 저것이 일 속에서 함께 하는 것을 뜻한다.
이에 따르면 일은 시간을 전제로 한 말이란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해당 시간을 공유하는 임자들이 같은 일을 하면 '함께'가 되는 듯합니다.
다음 문장을 보며 '힘을 가진'이란 수식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3. <힘>을 갖고 있는 이것과 저것이 만나서 함께 하게 되면, 이것과 저것 사이에 반드시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된다.
빅히스토리 구독[2] 탓인지 핵력과 전자기력 같은 것들이 생각납니다. 다시 말해서 굉장히 보편적인 주장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우리 사고의 바탕에 있는 '쪽인 나' 발상이 생각보다 놀라운 것이구나 깨닫게 하는 문장입니다.
4. <힘>을 바탕으로 이것과 저것 사이에 어떤 일이 벌어질 때, 이것과 저것은 벌어지는 일 속에서 언제나 하나의 쪽인 것, 곧 이쪽의 것이나 저쪽의 것으로서 함께 한다.
이는 연기(緣起)를 바탕에 둔 사고인 듯도 하고, 또다시 김상욱 교수님 책을 본 탓인지 <떨림과 울림> 후반부 장의 제목인 '[에너지] 사라지는 것은 없다, 변화할 뿐'과 그 내용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또다시 최근에 읽고 있는 책인 <이카루스 이야기> 내용과 상승작용(?)이 읽어 납니다.[3]
5. <힘>을 바탕으로 이쪽의 것과 저쪽의 것 사이에 어떤 일이 벌어질 때, 이쪽의 것과 저쪽의 것이 함께 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이쪽의 것과 저쪽의 것이 서로 힘을 미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쪽의 것이 저쪽의 것에 힘을 미쳐서 이쪽의 것이 어떤 일을 일으켜서 일어나는 것이다.
일단, 다른 내용을 언급하기 전에 함께 하는 것의 두 가지 방식은 도식의 다른 내용과 상응하는 듯하여 이를 살펴봅니다. 단순하게 일대일대응은 아니네요. 5번에서 언급한 첫 번째 경우는 두 명의 임자 모두가 '살아가는 임자인 내가 가진 힘'을 사용할 때를 말합니다.
반면에 다른 경우는 한쪽은 임자로서 내가 가진 힘을 쓰지만, 다른 한쪽은 다른 사람이 가진 힘을 빌려서 쓰는 경우를 말하는 듯합니다.
가만히 위 그림을 드려다 보니 문득 다른 사람, 생명, 도구와 재료의 힘을 빌려서 쓰는 우리의 능력은 사피엔스만 가진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인류 문명과 과학 기술 발전을 과시할 때는 도구를 쓰는 사피엔스는 자랑스러운 문장인 듯합니다. 그런데, 사람마저 도구로 쓰는 이들이 지배자로 존재하는 사회를 보면서 씁쓸한 기분을 지울 수는 없습니다.
이 글을 쓰고 나서 F=ma를 다룬 김상욱 교수님 강의를 들어 보았습니다. 그중에 다음과 같은 화면에서 이와 같은 말씀이 있었습니다.
힘은 두 실체들 사이의 관계
이후에 최봉영 선생님과 통화를 하는데, 한국인들에게 일은 홀로 일어나는 일이 없고 반드시 이쪽과 저쪽이 함께 일어난다는 설명을 듣는데 '힘과 운동'의 관계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1] 덕분에 '왜 떠올랐는지?' 혹은 힘과 이 강의는 무슨 관련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다시 들어 보기로 했습니다.
[2] <월말김어준>의 박문호 박사님의 강의 청취를 말합니다.
[3] 어법을 넘어서 <이카루스 이야기>에서 다룬 내용과 결부되어 철학적인 생각이 나는데, 이는 이후에 다른 글에서 쓰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