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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영회 습작 Sep 12. 2023

생산성의 원천이라는 말을 곱씹어 보다

안영회, 드러커를 만나다 10

<경영자는 기업이라는 유기체를 관리한다> 이후 무려 4개월 만에 <경영의 실제> 읽기를 이어가려고 하는데 과거 맥락이 바로 살아나지 않습니다. '병렬 독서'를 즐기는 습관이 지닌 맹점은 여러 권을 동시에 읽을 때 우선순위가 밀리는 책은 사실상 한동안 읽지 않아 잊히는 문제가 있습니다.

<경영의 실제>는 좋아하는 책이지만, 무게감이 상당해서 가볍게 읽고 싶지는 않고 동시에 몰입해서 보기에는 다른 일들에 우선순위가 밀립니다. 이럴 때는 방학이 있으면 좋겠다는 헛된 생각을 하게 됩니다.


8편에 분량으로 남긴 생각을 다시 읽으며 상태 복원하기

상태 복원을 위해 책을 다시 펼쳤는데 똑같은 내용을 읽은 소감이 전과 다릅니다. 내친김에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로 처음부터 밑줄 친 내용을 다시 훑어보기로 합니다. 연재의 첫 글 <드러커의 <경영의 실제>를 펼친 날>은 무려 작년 11월에 쓴 글이라는 사실에 잠시 놀랍니다.


한 달 반 정도 지나면 1년을 채울 정도이니 그래도 그간 애정을 갖고 붙잡고 있다는 사실이 현재의 나에게 이 책이 가진 의미를 확인하는 듯도 합니다. 아무튼 복습 들어갑니다.


몇 번을 다시 보아도 또 영감을 주는 문구입니다.

개인 경영자(manager)는 모든 종류의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는 생명력의 원천이다. 경영자의 리더십이 없다면 모든 "생산요소"는 단지 자원 그 자체로서 머무를 따름이므로 결코 생산물이 될 수 없다.

활력, 생명력의 원천과 같은 단어는 처음에는 좋은 느낌 정도를 불러일으키지만, '생산물'을 만나면 제가 겪은 경험과 이 책을 펼친 경위가 담긴 의미로 살아납니다. 이 책을 펼칠 당시는 제가 설립한 회사가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제 성향이나 역량에 대해 끊임없이 자문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제가 어울리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일까?'류의 질문을 수시로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인용한 바로 그 문장을 만났을 때, '내가 경영자로 적합한 사람인가'라는 질문은 '경영자보다 더 의미 있는 삶의 방식을 찾을 수 있느냐'로 바뀌었습니다. 그리하여 순식간에 현재 저에게 주어진 상황과 사명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기업 생산성의 원천

그런 연후에 그린 스스로 그림을 다시 곱씹어 봅니다. 바깥에 검은색으로 그린 함수 기호는 드러커 책 내용을 변환한 것입니다.

하지만, 함수 안에 그린 그림은 같은 달 지인과 대화하며 쓴 <건강한 조직이 만들어지는 배경>에서 만들어진 제 창작물입니다. 조직을 개념화한 것인데, 드러커의 표현과 연결하려고 들면 '자원 그 자체'와 연결성을 따져 보아야 합니다. 설비나 소프트웨어 등도 시스템을 이루며 조직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여기서는 생각을 단순하게 하기 위해 사람(인적 자원)만 다루겠습니다.


그들(사람)은 노동력으로 생산의 원천을 제공합니다. 하지만, 기업을 위한 생산으로 재조정하거나 의미를 부여하거나 총체적인 책임지는 활동은 경영자의 몫이고 그래서 생산의 원천은 기업 구성원 모두가 될 수 있지만, 생산성의 원천은 경영자라고 정의하는 것이 개념적으로 명확할 듯합니다.


이렇게 드러커의 글을 제 지식체계 속에서 분명하게 정의하고 나니, 아이러니하게 창업 이후 저를 괴롭혔던 생각들에서 해방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줍니다. 오랫동안 실무자로 일한 탓에 무언가 몰입해서 일하지 않고, 관망하고 확인하고 분석하고 대화하거나 위임하고 응원하고 지지하는 행태가 바람직한 사태인지 다 년간 스스로 묻고 또 물었습니다. 지금에 와서 되돌아보면 스스로 생산하기보다는 조직의 전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태도로 삶을 전환하는 과정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생명력의 원천이 작동하는 방식

최근 과학 공부의 영향 그리고 자주 곱씹어 보는 일은 상승작용을 일으킵니다.[1]

원자는 원자핵과 전자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앞서 제가 느낀 갈등 즉, 실무자로 열심히 사는 일을 전자가 궤도를 돌거나 결합하는 일에 비유해 보겠습니다. 그렇게 살던 제가 원자핵이 되어 가만히 있으려니 답답하기도 하고 과거의 도덕관념이 저를 찾아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자리에 맞는 행동을 해야 한다고 가정하면, 원자핵이 되어 전자들이 원활하게 활동할 수 있게 강력한 지지자 그리고 조정자가 되어야 합니다. 여기까지 이해하면 앞서 정의한 '생산성의 원천' 그리고 드러커 표현 그대로 쓰면 '생명력의 원척'이 무슨 말인지 더 명확해지는 듯합니다.


이를 바탕에 두면 최근 HBR에서 단골로 다루는 '새로운 리더십' 스타일을 드러커의 철학 위에서 바뀐 세태와 기업 환경에 모양을 맞추는 일로 바라볼 수 있습니다.

저에게 새로운 리더십의 아이콘은 해적왕 지망생 루피입니다

또한, 지구에 사는 생물들의 에너지 원천은 태양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광합성의 결과로 식물과 식물에서 비롯한 먹이사슬을 구성하는 동물들이 살아가죠.

그 태양도 원자핵처럼 태양계의 가운데에서 가만히 있습니다.[2]


건강한 조직에 기반을 둔 조직 활동의 정렬

한편, 3년 남짓 OKR 활용하면서 배운 조직 행위의 정렬 문제도 태양계나 원자의 구성과 결합시켜 생각해 보니 새로운 영감을 줍니다. 결국 조직의 목적은 에너지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원자가 변모하듯이 끊임없는 재배치가 이뤄져야 한다는 사실이죠. 그리고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행하는 일의 실행은 기업의 구성원들 모두가 기민하게 능동적으로 즉, 전자처럼 움직일 수 있는 구조를 갖추는 일이 바로 <건강한 조직이 만들어지는 배경>과 일맥상통한다 할 수 있습니다.

이럴 때 만들어지는 생산물에서 원자핵 역할을 하는 것들이 OKR에 대입하면 목적이 될 수 있습니다. 전자는 KR 이거나 더 작게는 단위 업무들이라 할 수 있고요.


글이 길어져서 다음 글로 이어갑니다.


주석

[1] 삶이란 나라는 주체가 시공간에서 다양한 이웃(혹은 환경)을 만나는 일이란 점을 생각하면 당연한 일인데, 우리는 인위적으로 나눠진 구분에 지나치게 얽매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2] 태양도 공전한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지난 안영회, 드러커를 만나다 연재

1. 드러커의 <경영의 실제>를 펼친 날

2. 혼란을 야기하는 귀찮은 일들을 다루는 경영

3.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는 원천이 되고자 한다

4. 다시 드러커를 만날 시간

5. 경영자는 현대산업사회의 기본적 기관(Organ)

6. 경영활동은 시행착오로 가능성을 확인하는 일

7. 경영자는 작업과 직무를 통해 만족을 느껴야 한다

8. 경영자는 기업이라는 유기체를 관리한다

9. 경영자가 맞이하는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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