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영회 습작 May 18. 2023

경영활동은 시행착오로 가능성을 확인하는 일

안영회, 드러커를 만나다 6

<경영자는 현대산업사회의 기본적 기관(Organ)>에서 소화한 내용으로 드러커가 말하는 경영자의 직무에 대해서 어느 정도 이해를 하게 되었습니다. 책을 다시 훑어보니 굵은 글씨로 강조한 소제목들이 눈에 띕니다.

첫 번째 기능은 경제적 성과를 창출하는 것이다

경영자의 첫 번째 직무는 기업을 경영하는 것이다

제가 좋아하는 함수 메타포를 사용해 보면 경영자의 기능과 결과 값이 정의된 듯합니다.


경영활동은 어떤 일인가?

그렇다면, 기능의 내용 즉, 함수의 몸체는 어떤 것들로 채워질까요? 이를 드러내는 문장이 책 28쪽에 있습니다.

경영활동은 경제적 환경을 형성하려고 시도할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암시하며, 그런 경제적 환경에 대해 계획을 수립하고 주도권을 쥐고,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는 것을 암시한다.

창업 후의 시간들이 없었다면 지금과 같은 감을 잡지는 못했을 듯한 말입니다. 일단, '경제적 환경'이란 말에 대해서 경험에서 기반한 감이 있다는 사실이 지난 시간에 대한 보상처럼 느껴집니다. 그리고 다음 구절을 읽을 때는 OKR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역시 경험 탓이겠죠.

인간은 진정한 의미에서 자신의 환경을 절대로 "통제"할 수 없고 더군다나 인간은 가능성이라는 단단한 자물쇠 내에 항상 갇혀 있으므로, 처음에는 무엇이 바람직한가 하는 가능성을 탐색하고, 나중에는 실질적인가를 검토하는 일이야말로 경영자가 수행해야 할 구체적인 과업이다.

타이핑을 하면서 이미 밑줄 치며 읽은 내용을 다시 읽어 보아도 멋진 내용입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다른 것이 느껴집니다.


역할(Interface)과 개인(Body)을 연결하기

'통제할 수 없다'는 표현을 보자 이전에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연상하게 됩니다.

<나의 바운더리를 튼튼하게 하는 이분법>이란 글입니다. 여기서는 개인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경영자도 개인입니다. 하지만 기업이 진청한 통일체가 되기 위해서 경영자는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는 원천조직(organ)으로도 기능해야 합니다.


마침 낮에 동료에게 직무 수행에 대한 팁을 말하면서 Interface와 Implementation을 분리하여 정의한 후에 작동시점에 연결하는 프로그래밍 기법을 다른 직무에서도 응용할 수 있음을 사례를 들어 설명한 일이 있었습니다. 저는 이를 <loosely-coupled: 빠르게 재구성하는 힘>이라고 부릅니다.


예를 들어 개인인 안영회는 경영자라는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 객체 지향 언어에서 많이 쓰는 개념으로 Role에 해당하는 프로그래밍 요소를 Interface라고 부릅니다. 상호를 뜻하는 'Inter'라는 단어가 암시하듯 각종 규약과 메시지를 담고 있고, 보통 함수(혹은 메소드) 정의로 구성됩니다. 프로그래밍 언어이긴 하지만 내용 면에서는 역할을 구체화한 것이죠.


반면에 Interface는 그대로 작동하지는 못합니다. 함수를 구현한 몸체(Body)가 없어, 구현체와 연결하고 구동할 수 있습니다. 앞서 '빠르게 재구성하는 힘'이라고 표현한 내용을 바로 이러한 연결을 활용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이와 같이 역할(Interface)과 몸체(Body) 혹은 구현체(Implementation)를 구분해서 정의하되 작동할 때 구성하면 이들을 섞은 경우에 비해서 유연성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유연함이 자동화와 잘 결합될 경우 속도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제가 '빠르게'라고 주장하는 맥락이 이것입니다.


몸체(Body)와 환경

경영자 개인에게 적용하는 사고방식을 기업이나 기업 내부의 또 다른 하부 조직에 적용하기 위해서 이들을 모두 몸체라고 부르겠습니다. 조직(Body)의 결합으로 보는 유기체적인 사고죠. 이런 유기체적인 사고는 통제할 수 없지만 상호작용하는 환경과 조직 혹은 몸체와의 관계를 해석하는데 분명 도움을 준다고 믿습니다.


제가 다시 드러커를 펼치도록 자극한 영상에는 다음과 같은 메시지가 있었습니다.

기업이 전부터 행하던 일만 반복하지 않는 한 구성원들은 해보지 않은 일을 수행해야 합니다. 그래서 계획 자체가 가진 가치는 제한적입니다. 그래서 수행한 후에 우리를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다시 드러커의 인용문을 옮겨 볼까요?

인간은 진정한 의미에서 자신의 환경을 절대로 "통제"할 수 없고 더군다나 인간은 가능성이라는 단단한 자물쇠 내에 항상 갇혀 있으므로, 처음에는 무엇이 바람직한가 하는 가능성을 탐색하고, 나중에는 실질적인가를 검토하는 일이야말로 경영자가 수행해야 할 구체적인 과업이다.

가능성이라는 단단한 자물쇠 밖으로 나가는 일이 어쩌면 시행착오일 수 있습니다. 그것은 일이라는 모호한 말의 몸체(body)에 해당하는 긴 시간을 구성하는 내용물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것을 시행착오라고 부르던 그렇게 하지 않던 중요한 사실은 수행한 후에 검토해야 합니다. 앞에 인용한 문장에서 '시행착오'라는 말은 없지만 경영자가 구체적인 과업을 수행하기 위해서 구성원들이 반드시 받아들여야 할 경험이 바로 '시행착오'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처음에는 무엇이 바람직한가 하는 가능성을 탐색하고, 나중에는 실질적인가를 검토하는 일이야말로 경영자가 수행해야 할 구체적인 과업이다.


실패는 주체가 되어 적극적으로 정의하자

시행착오에 대해 글을 쓰다 보니 머릿속에서 바로 실패라는 단어가 떠올랐습니다. '실패'를 키워드로 저의 브런치를 검색해 보면 다음 세 글이 먼저 보입니다.

도전하고 실패해도 편안하게 성장하기

실패를 배움의 기회로 삼는 용기

TDD의 Fail과 삶의 직면(直面)에 대하여

모두 진한 경험 속에서 제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잦은 '시행착오'를 받아들여오며 배운 바들에 대한 기록입니다. 최근에는 '실패'에 대한 제 생각을 또 한 번 전혀 다르게 보도록 자극한 장면이 있습니다. 바로 故 정주영 회장님을 다룬 영상이었는데요.

남들이 보는 성공과 실패는 사실 그리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사실은 강한 확신이기도 합니다. 어떤 일에 두고 성공 혹은 실패라고 정의하는 주체는 자신이 되어야 합니다. 이는 긴 시간 다양한 방법으로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한 경험 위에서 아래 장면을 볼 때 깨달음은 내용입니다.

텍스트에서 멀리 왔네요. 이제 정리를 해야겠습니다. 드러커의 표현을 받아들여서 경영활동을 수행하는 몸체 관점 그리고 통제할 수 없는 환경 아래서 행하는 일이라는 관점에서 텍스트를 해석해 보니 전에는 생각해 보지 않었던 것들이 떠올랐습니다. 이는 시행착오를 통해서만 가능성이라는 자물쇠를 열 수 있다는 사실이고, 또 시행착오를 통해서만 가능성이 실질적인지 확인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낮에 동료와 나눈 대화가 먼 옛날 드러커가 쓴 텍스트와 상승작용한다는 세렌디피티를 오늘도 확인하며 글을 마칩니다.


지난 안영회, 드러커를 만나다 연재

1. 드러커의 <경영의 실제>를 펼친 날

2. 혼란을 야기하는 귀찮은 일들을 다루는 경영

3.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는 원천이 되고자 한다

4. 다시 드러커를 만날 시간

5. 경영자는 현대산업사회의 기본적 기관(Org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