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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영회 습작 Nov 24. 2022

혼란을 야기하는 귀찮은 일들을 다루는 경영

안영회, 드러커를 만나다 2

<린 분석> 함께 읽기를 하는 지인이 게임회사 직원이 게임하기를 거부하는 일에 대해 심각한 태도 문제라고 비판한 일이 있다. 이전에는 별로 생각해본 일이 없던 문제라 흥미롭게 들었던 기억이 있다. 드러커의 <경영의 실제>에서 당시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문장이 등장했다.


기업은 진정한 통일체여야만 한다

울림이 있는 메시지이다. 반드시 진정한 통일체일 것!

기업은 진정한 통일체여야만 한다. 기업은 자신을 구성하는 부분품들을 합한 것보다도 더 커야 하고, 또는 적어도 부분품들을 합한 것과는 달라야 하며, 기업이 산출하는 것은 모든 투입 요소를 합한 것보다도 커야만 한다.

그리고, 메시지를 더 강렬하게 만드는 구절이 뒤따른다.

확대가 가능한 "자원"은 오직 인적자원뿐이라는 사실 또한 분명하다. 다른 모든 자원은 기계의 법칙을 따른다. <중략> 인간이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자원 가운데 오직 인간만이 성장하고 또 발전할 수 있다.

인적자원의 확대만이 가능하다고 할 때, 그 책임은 경영자에게 있다.

필요한 것은 자원들을 변형시키는 일이다. 그리고 이런 일은 자본과 같이 무생물 자원은 감당할 수가 없다. 그런 일을 하는 데는 경영자가 필요하다.

뒤이어 피터 드러커의 <경영과 세계 경제>를 읽고 경영의 참의미를 처음 알았다는 생각이 들었던 때를 다시 떠올리게 하는 문장이 등장한다.

구성부분들의 합보다도 더 큰 통일체를 만드는 것이 플라톤 시대 이후 내내 인정받고 있는 "좋은 사회"의 정의다.


경영자와 근로자에 대한 잘못된 정의

한편, 지인이 게임회사 개발자를 비판할 때 마음속으로 잠시나마 '게임회사 개발자'편에 섰던 마음을 대변하는 글도 보인다.

우리는 습관적으로 일반 근로자를 (경영자와 구분하여) 지시받은 대로 일하는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자신의 일이나 다른 사람의 일과 관련된 의사결정에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고, 참여도 하지 않는 사람으로 정의를 내린다.

드러커의 <경영의 실제>의 서론을 읽으면서 내가 가장 먼저 깨달은 사실은 내가 알고 있는 경영자와 근로자에 대한 구분과 정의가 잘못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경영자에 대한 정의가 잘못된 부분을 짚어보자.

경영을 "과학적"인 것으로 또는 "직업"으로 만들려는 시도는 그것이 아무리 진지한 것이라 해도 그것은 마침내 "혼란을 야기하는 귀찮은 일들"을, 즉 기업 활동의 불가측성-기업의 위험, 기업의 영고성쇠, "소모적 경쟁", 그리고 "소비자의 비합리적 선택"-을 제거하려는 시도를 하도록 할 것이고, 그리고 그 과정에, 경제적 자유와 경제의 성장 능력을 제거하려는 시도를 하게 할 가능성이 크다.

정말로 멋진 설명이다. 하나하나 음미할 만한 내용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내가 드러커 해설자로 적합한 사람은 아니다. 다만, 드러커의 문장이 자극하는 두 가지 생각을 꺼내보자.


미리 알 수 없는 일을 다스리는 일

불가측성을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찾아보면 다음과 같다.

미리 알 수 없는 성질.

창업 이후의 시간을 돌아보면 대학에서 이를 대비하는 방법을 가르쳐 줄 수 있을까 싶다. 솔직히 불가능하다 생각한다. 드러커의 말을 빌면 "혼란을 야기하는 귀찮은 일들"을 제거하는 방법이 존재하는가?


그런 방법이 없다면 경영은 "혼란을 야기하는 귀찮은 일들"에도 불구하고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어" 시너지를 창출하는 생산적인 집단을 만드는 일이다. 그렇다면, 유발 하라리가 <사피엔스>에서 기업인을 현대의 마법사로 비유한 설명은 탁월하다는 생각이 든다.


혼란을 야기하는 귀찮은 일들은 필연적이다

그리고 다시 드러커의 문장으로 돌아가 보자. 앞서 인용한 문단의 마지막 문장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 경제적 자유와 경제의 성장 능력을 제거하려는 시도를 하게 할 가능성이 크다.

필연적인 "혼란을 야기하는 귀찮은 일들"을 피하려 할 때 생기는 부작용이다. 이 문장을 읽을 때 수도 없이 들었던 대기업의 정치 이야기나 실무자의 좌절 이야기가 스쳐간다.


어떤 경우는 임원들의 경쟁에서 키워드가 실제 데이터나 실적보다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경우까지 있다. 권력을 이용해서 혼란을 무마하고 견고한 논리 위에 서며 수명 연장을 하는 분들이 있다. 하지만, 드러커에 따르면 이는 경영이 아니다. 경영이 아닌 장면을 자주 목격해서 드러커가 말하는 경영이 신선하게 느껴지는 듯하다.


그러한 유사 경영(?)을 하는 분이 했다는 말 중에 잊을 수 없는 표현이 있다.

나는 애자일이 싫다


드러커가 들었다면 그의 표현이 틀렸다고 교정해주었을 법하다. 그건 애자일을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경영을 싫어하는 일이라고


지난 안영회, 드러커를 만나다 연재

1. 드러커의 <경영의 실제>를 펼친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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