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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영회 습작 Nov 03. 2023

사람됨 안에 쌓이고 녹아 있는 문맥

묻따풀 2023

이 글은 지난 글에 이어서 최봉영 선생님이 페이스북에 쓰신 글을 가지고 '한국사람에게 사람됨이란 무엇인가?'를 묻고 따져 풀어 본 기록입니다.


한국사람에게 사람됨이란 무엇인가?

선생님이 예로 드신 사람됨의 갈래는 중첩되는 것들도 있는 듯하고, 맥락에 따라 달리 드러나는 것도 있는 듯합니다.

사람은 어떤 사람이 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저마다 나름의 사람됨을 갖게 된다. 그런데 사람이 갖게 되는 사람됨은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가지 갈래로 나뉘어 있다. 이를테면 ‘나’라는 사람은 아들로서 사람됨, 아버지로서 사람됨, 어른으로서 사람됨, 교사로서 사람됨, 관객으로서 사람됨, 거주자로서 사람됨, 운전자로서 사람됨, 소비자로서 사람됨, 주권자로서 사람됨과 같은 여러 가지 사람됨을 아울러 갖고 있다.

'나름의 사람됨'을 저는 '개성'이라 여겨 전에 썼던 <우리는 처음부터 개성을 가진 존재다>를 찾았습니다. 당시 굉장히 영감을 주었던 글인데, 이번에는 '똑같이'라는 표현에 의문을 품게 됩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따져 보기로 합니다. 무엇이 똑같다는 것일까요? 살아있다는 점이 공통이란 점을 굳이 강조하려고 글을 쓰지는 않았으니라 봅니다. 그럼 '똑같이'로 무엇을 강조하려고 했을까요?


우리는 처음부터 개성을 가진 존재다

이 글을 쓰기 직전에 다 읽은 <테니스 이너 게임>의 문장을 주제와 밀접한 인연으로 여기에 인용하겠습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일 뿐이다.

저는 이 글을 읽을 때, 앞서 인용한 문장과 똑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너무 짧은 문장이라 이 말에서 받은 느낌을 책을 읽지 않은 독자들께 전하기 위해서는 책의 앞선 내용이 더 필요할 수 있습니다.

인간의 가치는 수행 능력을 포함한 그 어떤 것에 의해서도 평가될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만 이러한 덫에서 벗어날 수 있다.

<테니스 이너 게임>은 제가 자기 만의 방식으로 놀이를 하는 아이를 판단하지 않고 물끄러미 바라볼 때 느꼈던 느낌을 말하는 듯한 반가움이 있었습니다. 책에서 정제된 말과 자신의 경험을 덧붙인 내용을 보자 다른 사람의 지지를 받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문맥에 따라 행동하는 사피엔스의 문화

하지만,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가지 갈래로 나뉘어 있다'는 이와 전혀 다른 양상을 설명합니다. 이는 제가 <콘텐츠가 왕이라면 콘텍스트는 신이다>를 읽으며 분명하게 각인한 사실입니다. 한국말로 하면 문맥(文脈)이죠. 문맥은 내용을 앞섭니다. 다른 말로 하면 문맥은 대화를 이해하는 인프라죠.


평면에 그린 <성공적 대화를 돕는 그림>을 층위를 두어 그렸다면 교집합인 문맥을 바닥에 위치시켰을 것입니다.


타인의 욕망과 자신의 욕망을 구분하기

뒤따르는 설명은 줏대와 잣대를 떠오르게 하는 단락입니다.

‘나’는 내가 가진 여러 가지 사람됨을 하나로 아우르고 어우른 모두를 뜻한다. 사람들은 ‘나’에서 볼 수 있는 여러 가지 사람됨을 기틀로 삼아서 인성, 성질, 인품, 품성, 인격, 품격, 인권, 권리, 권한, 자격, 구실, 노릇, 인정, 존중, 차별 따위를 말한다. 한국말에서 이런 것이 어떤 바탕에서 어떤 뜻을 갖는지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두 가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제 오랜 소프트웨어 개발 경험이 미치는 영향에 따른 생각이 우선합니다. 마치 우리가 소프트웨어 개발을 할 때 실제 세상을 기준으로 생각을 구조화하고, 구현하는 일에 빗대어 보게 합니다. 이럴 때는 모방이 작동하고, 그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 작용하리라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줏대와 잣대가 없다면 기존의 나를 구성하는 믿음과 모방 대상에서 이를 가져온다고 추정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생각은 바로 이러한 이유로 <욕망을 둘러싼 세계>가 중요하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세계를 이해하고, 자신의 욕망과 다른 곳에서 비롯한 욕망을 나눌 수 있어야 자유를 얻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자유는 체제의 자유를 뜻하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내면 자체가 자유롭지 못한 경우가 매우 많기 때문에 이를 획득하는 일을 지칭하여 자유라 했습니다. 뒤이어 선생님은 사람됨에 대해 6가지로 분할해 설명합니다: 인성(人性), 인품(人品), 인격(人格), 주관(主觀), 권리(權利), 자격(資格)이 그것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뒤따르는 글에서 묻따풀하겠습니다.


다음을 쫓기 전에 지금까지 두 편으로 '한국사람에게 사람됨이란 무엇인가?'를 묻고 따지면서 스스로 깨달은 바를 하나 짚어 보겠습니다. 바로 우리가 자라는 사이에 나도 모르게 다양한 문맥에서 익힌 바가 쌓이고 동시에 뒤엉키면서 나의 '줏대와 잣대'를 형성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이 글의 마지막은 작년과 재작년 이맘때 '줏대와 잣대' 필요성을 느껴며 썼던 기록을 읽는 것으로 마칩니다. 독자님께도 일독을 권합니다.

'줏대와 잣대'에 대해 생각해 보기

일을 차리는 틀을 만들어보자


지난 묻따풀 2023 연재

1. 한국말에서 위함과 바람과 꾀함과 보람

2. 욕망하는 두 개의 나: 온인 나와 쪽인 나

3. 사람으로 살아가는 네 가지 일

4. 두 가지 온인 나 그리고 쪽인 나로 살필 여섯 가지

5. 사람들이 한국말로써 세상을 담아내는 방식

6. 사람들이 영국말로써 세상을 담아내는 방식

7. 한국사람에게 힘은 무엇을 말하는가?

8. 영국말로 세상을 담아내는 방식을 활용해 보자

9. 영국말에서 있음, 꼴됨, 이됨, 일됨 살펴보기

10. 언어에 대한 일반이론

11. 한국말은 어떻게 나눠지는가?

12. 한국말에서 문장은 곧이말을 풀어내는 것이다

13. 한국말에서 자유란 무엇인가?

14. 한국사람에게 사람이란?

15. 한국사람에게 나 그리고 인간(人间)은 무엇인가?

16. 한국사람이 임자로 살아야 하는 이유

17. 언어로 빚는 살리는 힘을 조직하는 능력

18. 한국사람에게 사람됨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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