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따풀 2023
이 글은 지난 글에 이어서 최봉영 선생님이 페이스북에 쓰신 글을 가지고 스스로 묻고 따져 풀어 본 기록입니다.
세 번째로 임자 개념이 등장합니다.
한국말에서 임자는 옛말이 ‘님자’이다. ‘님자=님+자’는 ‘니다(니+다)’, ‘니이다(니+이+다)’, ‘자’, ‘재다(자+이+다)’에 뿌리를 두고 있는 말이다.
임자의 제대로 된[1] 풀이는 <한국인에게 나는 누구인가>에서 처음 보았습니다.
그렇게 '임자'를 되살리고(?) 난 후에는 잘 써먹고 있습니다. 찾아보니 <차려서 사는 임자의 사는 얘기>를 포함해 제가 브런치에 쓴 글에도 최소 67회나 등장합니다.
이렇게 익숙해진 임자 풀이에서 눈이 띄는 내용은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님자(임자)가 '가진 것'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풀이한 내용입니다.
‘님+자’에서 ‘님’은 ‘니+다’, ‘니+이+다’와 바탕을 같이 하는 말로서, 누가 무엇을 니어서 제가 가진 것이 되게 하는 것을 뜻하는 말이다. <중략> 그리고 ‘가+니’, ‘오+니’, ‘먹+으니’, ‘되+니’, ‘붉+으니’, ‘매+우니’, ‘그러+니’ 따위에서 ‘~니’는 누가 무엇을 겪어서 제가 가진 것이 되게 하는 것을 뜻한다.
물건을 소유한 사람을 뜻하는 '임자' 풀이와 연결을 말해 줍니다.
두 번째 주목한 부분은 여전히 생소한 부분인데 '재다'와 바탕을 같이 한다는 풀이입니다.
‘님+자’에서 ‘자’는 ‘자’와 ‘재다(자+이+다)’와 바탕을 같이 하는 말로서, 누가 무엇을 자로 재서 길이, 넓이, 부피, 크기 따위를 헤아리는 것을 뜻하는 말이다. 이렇게 볼 때, ‘님자’는 사람이 무엇을 겪어서 저의 것이 된 것을 자로 재서 어떤 것으로 헤아리는 것을 뜻한다고 볼 수 있다. 벌, 나비, 개, 돼지, 멸치, 문어, 고래, 침팬지, 사람과 같은 것은 모두 무엇을 겪어보고서 저의 것이 된 것을 갖가지 자로 재서 어떤 것으로 헤아리는 일을 하는 임자이다. 그들은 이런 일을 바탕으로 스스로 뜻을 내고, 두고, 이루는 일을 꾀하면서 살아간다.
생소함을 익숙함으로 바꾸는 묻따풀 활동의 흔적이 <차려서 사는 임자의 사는 얘기>였습니다. 다시 읽어 보니 최봉영 선생님의 말씀을 인용한 부분이 눈에 띄네요.
한국사람은 이것과 다른 것이 함께 할 때, 함께 함의 잣대가 되는 이쪽이 나름의 줏대를 갖고서 다른 쪽과 함께 하는 경우에, 나름의 줏대를 가진 이쪽을 ‘임자’라고 부른다. ‘임자’는 ‘님자=님+자’로서, 이쪽이나 저쪽으로서 함께 하는 어떤 것이 나름의 줏대를 갖고서 함께 하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저에게 임자로 사는 것의 중요성을 묻는다면 가장 먼저 떠올릴 그림입니다. 욕망을 둘러싸인 사회에서 어울려 살아가다 보면 임자로 살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그렇게 되면 자유를 잃고 다른 사람이 원하는 삶을 살게 될 수 있습니다. 그것이 제가 생각하는 임자로 사는 것의 중요성입니다.
놀랍게도 문제 정의 없이 노력만 하는 삶의 방식에 '갇혀 있다'는 인식을 한 후부터 개선이 진행될 수 있었습니다.
2015년까지 실패하지 않기 위해 계획에 갇혀 살던 방식을 탈피하기 위해 <계획은 개나 주자>라고 외치며 유동적 상황 하에서 기민하게 실행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아마 그러한 경험이 없었다면 최봉영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차리다'의 의미와 임자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한편, 임자는 박문호 박사님 표현을 빌면 '자유'를 누리는 상태를 말한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남을 탓할 필요가 없다. 내가 갇혀 있다는 것을 깨달으면 타인을 원망하지 않는다. 이게 자유입니다. 자유는 상대를 원망하지 않는 것입니다.
결국, 자유를 누리고 살기 위해서는 임자로 살아야 합니다.
[1] '제대로 된'이라 쓰니 그 반응으로 '제대로가 아닌'은 무엇인지 스스로 묻게 되었습니다. 마침 표준국어대사전을 찾은 직후였는데, 단적으로(혹은 디지털스럽게) 말하면 다음 세 풀이 중에 1, 3번만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총체적으로 말하면 임자의 유래와 개념을 제대로 차리기 위해 떠올릴 수 있는 관련 단어를 알지 못한 채로 그저 '임자'와 '임자'란 단어가 쓰이는 TV속 장면들만 어렴풋하게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즉, 임자는 제 일상에서 대체로 죽은 단어에 가까웠다고 할 수 있습니다.
4. 두 가지 온인 나 그리고 쪽인 나로 살필 여섯 가지
10. 언어에 대한 일반이론
11. 한국말은 어떻게 나눠지는가?
13. 한국말에서 자유란 무엇인가?
14. 한국사람에게 사람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