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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영회 습작 Nov 06. 2023

줏대와 잣대에 대해 새롭게 생각해 보기

묻따풀 2023

이 글은 지난 글에 이어서 최봉영 선생님이 페이스북에 쓰신 글을 가지고 '한국사람에게 사람됨이란 무엇인가?'를 묻고 따져 푸는 중에 잠시 파생된 주제인 '줏대와 잣대'에 대해 다시 묻따풀 하는 글입니다. 최봉영 선생님 글을 읽고 떠오른 현재의 생각과 더불어 과거 두 개의 글을 쓰며 겪은 경험까지 함께 보며 쓰는 글입니다.

'줏대와 잣대'에 대해 생각해 보기

일을 차리는 틀을 만들어보자


줏대와 잣대의 관계

작년에 읽었던 박평문박사님의 글을 다시 보는데 그때와는 다른 느낌을 받습니다.

말과 행동의 기준이 되는 잣대가 없으면
외부의 작은 자극에도
이리저리 흔들리는 줏대 없는 사람이 된다.
줏대 있는 나를 위하여
잣대에 대해 생각하는 하루를 보낸다.

줏대가 있기 위해서는 말과 행동의 기준이 되는 잣대가 있어야 한다는 상관관계가 명료하게 보입니다. 작년에는 분명 이런 강렬함을 느낀 기억이 없습니다. 문장이 주는 여운을 곱씹는 중에 최봉영 선생님께 '차리다'에 대한 설명을 처음 들었을 때의 놀라움을 기억했습니다.

정신을 차리다, 밥상을 차리다, 살림을 차리다, 회사를 차리다


처음 듣는 '차리다'의 쓰임새는 만능 동사처럼 어떤 말에도 붙일 수 있었습니다. 아예 모르던 말은 아니었지만, 사실상 '정신 차리다'의 경우 말고는 잘 쓰지 않던 말이 완전히 새롭게 다가왔던 순간입니다. 이제 다시 줏대와 잣대 관계를 두고 '차리다'를 소환한 이유는 차리는 행동에 줏대와 잣대 모두가 관련이 있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임자의 줏대와 자연의 잣대

계속 인용문을 볼까요? 세우기만 하고 지키지 않으면 줏대라고 할 수 없다고 합니다. 역시 또 큰 울림이 있습니다.

잣대는 줏대 있는 나를 지키는 기준이다.
그 기준을 세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켜가는 것이다.

위 문장을 다시 읽으며 줏대의 어원이 궁금했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의 뜻 중에서 '수레바퀴 끝의 휘갑쇠'라는 설명이 눈에 띕니다. 구글링 과정에서 만난 어떤 글을 보면 '줏대' 자체가 휘갑쇠는 아니라고 그림까지 그려 설명합니다. 어원 분석은 그만두기로 합니다. 표준국어대사전의 뜻만으로도 당장에는 명확하게 느껴지는 탓입니다.

「1」 사물의 가장 중요한 부분.
「2」 자기의 처지나 생각을 꿋꿋이 지키고 내세우는 기질이나 기풍.

여기까지 이해와 느낌을 채우고 나서 다시 <'줏대와 잣대'에 대해 생각해 보기>를 보았습니다. 이번에는 처음 쓸 때보다 훨씬 맥락이 분명하다 느낍니다. 그리고 수도 없이 인용했던 아래 그림에서 주목하지 않던 부분이 두드러져 보입니다.

임자는 줏대이고, 자연은 잣대인 점입니다. 잠시 제 생각을 머금은 상태로 음미를 해 보았습니다.


임자의 줏대는 축적된다

크게 두 가지 생각을 기록하여 공유하는 것을 이 글의 목표로 삼기로 합니다. 첫 번째 깨달음은 둘은 성질이 매우 다르고 교차하는 성격이라는 점에 대한 인식 그리고 이러한 인식이 만들어 주는 생각입니다. 줏대는 분명 임자에게 쌓이는 성격을 가집니다.


<축적의 시간>이 주는 영감을 마음에 품고 있다가 스스로에게 물었던 <당신의 생업은 무엇인가?>도 떠오릅니다.

물론, 축적이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닙니다. 너무 완고하면 고집불통이 될 수도 있고, 방치하면 '기술 부채'를 낳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후자는 주체가 다릅니다. 전자는 사람을 가정했지만, 후자는 기업의 경우죠. 임자는 두 유형에 모두 적용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시간이 만들어 주는 우연이 더해집니다. <왜 기억을 해야 되는가?>에서 배운 뇌과학 지식도 제 느낌을 강화하고 이해를 돕습니다.

임자가 사람이면 기억에 쌓여 줏대가 만들어지고, 기업이나 시스템을 임자로 두어도 데이터나 규정 혹은 문화로 쌓여 줏대가 만들어집니다.


자연의 잣대에는 가치가 없다

최근에 가치 평가(valuation)와 가격(price)의 차이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한 일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던 차라 페벗 님의 글에서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가 명확하게 공감이 되었습니다.[1]

반면에 인간이 가진 줏대는 가치관을 형성하기도 합니다. 여기서 다시 가치관 도 찾아보고 싶었습니다.

가치에 대한 관점. 인간이 자기를 포함한 세계나 그 속의 사상(事象)에 대하여 가지는 평가의 근본적 태도이다.

자연스럽다는 말은 가치 판단이 없다는 말과 서로 통합니다. 그런 자연 혹은 그 위에 세워진 인공물인 시장 등도 어떤 면에서는 자연스럽기 때문에 우리의 잣대와 그대로 일치할 수 없습니다. 반면에 사람은 자신의 잣대와 시장의 잣대가 일치하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질 수 있는데, 그 차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면 인간이 고통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차려서 자유로운 상태를 운전하기

이러한 불일치를 다루는 데에서 바로 두 번째 영감이 떠올랐습니다. 최근에 푹 빠진 개념인 '자유'입니다. 저는 자유를 획득하기 위해 두 가지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스스로 지킬 수 있는 줏대를 수립하는 것인데, 과거에 저는 이를 자아실현이라고 불렀습니다. 지금 보니 오해의 소지가 있었습니다. 제가 자아실현이라고 말할 때는 단지 내가 바라던 내가 된다는 것이지 사회적인 성공을 이룬다는 말로 이 단어를 써온 적은 없습니다.


내가 바라던 내가 되는 법을 익힌 후에 자유 획득을 위한 다음 단계는 자연 현상이나 사회 현상을 직면(直面)하고 여기에 대처하는 일입니다. 놀랍게도 이 사실은 중국에 있을 때, 부자아빠 이야기 6권에서 단서를 얻었습니다. 당시 부자아빠는 책을 통해 안정이라는 미신을 버리고 Risk라는 막연한 공부를 받아들이며 삶을 운전하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그 상태에 있을 때 자유로움을 느낀다고 생각합니다.


주석

[1] 암세포를 예시로 들어서 정서적 거부감이 들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게 됩니다. 그 옛날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인 유전자>가 나왔을 때 엄청난 거부감이 만들어졌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어도 있습니다.


지난 묻따풀 2023 연재

1. 한국말에서 위함과 바람과 꾀함과 보람

2. 욕망하는 두 개의 나: 온인 나와 쪽인 나

3. 사람으로 살아가는 네 가지 일

4. 두 가지 온인 나 그리고 쪽인 나로 살필 여섯 가지

5. 사람들이 한국말로써 세상을 담아내는 방식

6. 사람들이 영국말로써 세상을 담아내는 방식

7. 한국사람에게 힘은 무엇을 말하는가?

8. 영국말로 세상을 담아내는 방식을 활용해 보자

9. 영국말에서 있음, 꼴됨, 이됨, 일됨 살펴보기

10. 언어에 대한 일반이론

11. 한국말은 어떻게 나눠지는가?

12. 한국말에서 문장은 곧이말을 풀어내는 것이다

13. 한국말에서 자유란 무엇인가?

14. 한국사람에게 사람이란?

15. 한국사람에게 나 그리고 인간(人间)은 무엇인가?

16. 한국사람이 임자로 살아야 하는 이유

17. 언어로 빚는 살리는 힘을 조직하는 능력

18. 한국사람에게 사람됨이란 무엇인가?

19. 사람됨 안에 쌓이고 녹아 있는 문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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