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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영회 습작 Nov 23. 2023

우리가 인지조차 못하는 인격에 대한 욕망

묻따풀 2023

지난 글에 이어서 최봉영 선생님의 사람됨에 대한 풀이를 스스로 묻고 따져 풀어 보기로 합니다.


인격에 대한 욕망

'인격에 대한 욕망'이란 제목의 최봉영 선생님 글의 시작 부분입니다.

인격은 밖으로 드러난 사람됨의 차림새를 말한다. 사람들은 밖으로 드러난 사람됨의 차림새를 가지고서 어떤 사람의 사람됨을 알아보고 알아내고 알아주는 일을 한다.

'인격에 대한 욕망'이란 표현의 첫인상은 매우 어색합니다. 욕망의 대상으로 인격이 오다니?! 하지만, 일상에서 제 아내를 보면 '인격에 대한 욕망'이 강하다고 느낍니다. 더구나 흔히 말하는 유교적 전통 혹은 그러한 통념을 믿으면 '인격에 대한 욕망'이 있기 쉬울 듯합니다.


나아가 인격에 대한 저의 정의에서 벗어나 사람들의 욕망이 드러나는 장면에 집중하면 사람들의 차림새도 인격을 판단하는 기준인지 묻게 됩니다. ‘하차감’ 운운하는 자동차도, 그의 직업이나 벌이도?


따져 보니 어색하다는 느낌이 무색합니다. 일단, 인격이란 말에 대한 저의 정의가 굉장히 좁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만큼 물음을 가져 본 일조차 없었던 문제인 듯합니다.


인격에 대해서는 앞서 <한국말에서 사람됨과 인성, 인품, 인격>에서 다뤘습니다. 다음 최봉영 선생님의 문장은 복습하는 의미로 살펴봅니다.

사람됨의 차림새는 나름의 격식을 갖고 있다. 사람들은 사람됨의 차림새를 격식에 맞게 차림으로써 인격자로서 서고자 한다. 사람들은 사람됨의 차림새를 격식에 맞게 차리기 위해서 기운을 차리고, 정신을 차리고, 염치를 차리고, 예의를 차리고, 예절을 차리고, 체면을 차리고, 체모를 차리고, 살림을 차리는 것과 같은 일을 한다. 사람들은 사람됨의 차림새가 격식에 맞게 차려졌다고 여기는 경우에 “그는 인격이 있는 사람이다.”, “그는 인격을 갖춘 사람이다.”, “그는 인격자이다.”라고 말한다.

인격을 차리기 위한 하위 개념이나 연관 개념들이 다뤄집니다. 기운, 정신과 같은 비단 인격이 아니라 사람으로 살아갈 때 보편적으로 따질 개념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제가 인격의 일부로 보지 않던 요소들이 사람들 통념에는 포함되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살림살이와 체모

반면 염치, 예의, 예절, 체면, 체모 등은 인격과 관련성이 더욱 강한 듯도 합니다. 살림은 조금 더 포괄적인 대상으로 이해합니다. 아마 당분간은 '살림살이'하면 아래 그림이 떠오르지 않을까 싶습니다.

체모란 표현은 생소하여 표준국어대사전을 찾아봅니다.

세 가지 뜻을 가진 낱말입니다.

「1」 남을 대하기에 떳떳한 도리나 얼굴. =체면.

「2」 몸차림이나 몸가짐.

「3」 모양이나 갖춤새.


사람들은 끊임없이 판단하고 모방한다

아이들이 사람을 분별하는 단순한 기준을 보면 아래 문장에 잘 부합하는 듯도 합니다.

사람은 밖으로 드러난 사람됨의 차림새를 잣대로 삼아서 남의 인격을 저울질하는 일에 눈을 뜨게 된다. 그리고 사람은 남의 인격을 저울질하는 것에 비추어서 나의 인격을 저울질하는 일로 나아간다. 사람은 인격을 저울질해서 좋은 것과 나쁜 것을 알게 되면, 나의 인격에 대해서 나름의 욕망을 갖게 된다. 사람들은 이런 욕망에 기대어 나의 인격에 값어치를 매겨서, 좋아하거나 싫어하고, 뿌듯해하거나 부끄러워하거나 즐거워하거나 괴로워하게 된다. 이러니 사람들은 인격을 구분하고, 구별하고, 인정하고, 존중하고, 차별하는 일에 많은 관심을 갖는다. 이와 같은 것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그리고 아이들은 부모나 어른 혹은 친구들의 모습을 쉴 새 없이 모방한다는 점에서도 '나의 인격에 대해서 나름의 욕망을 갖게 된다'라는 문장에 공감을 표할 수 있습니다.


인격을 구분하는 잣대

다음은 '인격을 구분함'이라는 제목이 붙은 최봉영 선생님의 글입니다.

인격 구분은 사람들이 여러 가지 인격을 그냥 갈래로 나누어 구분하는 것을 말한다. 사람들은 여러 가지 인격을 갈래로 나누어 구분함으로써 인격에 같고 다른 점이 있다는 것을 또렷이 알 수 있다. 그런데 사람은 누구나 인격을 가진 인격체가 되고 싶어 하는 까닭으로 인격을 그냥 갈래로 나누어 구분하는 것에도 관심이 많다.

작년 4월에 선생님이 소개하신 성격의 잣대와 여기어 저를 대입하여 그렸던 그림이 떠오릅니다.

 

다음은 '인격을 구별함'이라는 제목이 붙은 최봉영 선생님의 글입니다.

인격 구별은 사람들이 인격을 갈래로 나누고, 그것을 구실에 따라서 구별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테면 사람들은 인격의 갈래를 아이, 어른, 학생, 교사, 병사, 장교, 사장, 사원 따위로 나누고, 그것에 구실을 붙여서 아이 구실, 어른 구실, 학생 구실, 교사 구실, 병사 구실, 장교 구실, 사장 구실, 사원 구실 따위를 따로 하도록 구별한다. 사람들은 인격을 구별함으로써 구실에 따르는 권리와 권한과 책임을 또렷이 알 수 있다.    

인격을 묶어서 패턴을 만들 수 있군요. 그러한 패턴에 역할을 붙여 특정 역할을 맡을 수 있는 역량에 대한 기대치로 써 왔던 모양입니다. 읽고 나서 공감할 수 있지만, 평소 제가 그렇게 살아왔는지 인지하지 못했습니다. 최봉영 선생님과 만나 묻따풀을 하기 전에는 이와 같은 '차리는 행위'의 필요성을 잘 알지 못했습니다.


다음은 '인격을 인정함'이라는 제목이 붙은 최봉영 선생님의 글입니다.

인격 인정은 사람들이 저마다 나름으로 갖고 있는 인격을 알아보고 알아주는 것을 말한다. 사람들이 만나서 함께 하는 일을 잘하려면 인격을 알아보고 알아주는 것을 잘해야 한다. 자폐를 앓는 이들은 상대의 인격을 알아보고 알아주는 것에 문제가 있다.  

'인격에 대한 욕망'이란 표현이 생소한 사람은 저뿐만은 아닐 것입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저의 인격을 다른 사람이 높게 알아보고 알아주기 바란다. 그런데 사람은 인격을 알아보고 알아주는 잣대나 줏대가 저마다 다르기 때문에 인격을 알아보고 알아주는 일에서 여러 가지로 말썽이 생길 수 있다. 사람들은 일상에서 인격을 알아보고 알아주는 것을 가지고서 사소하게 다투는 것을 ‘자존심 경쟁’, ‘자존심 대결’, ‘자존심 싸움’ 따위로 말한다. 사람들이 인격을 심하게 업신여기는 경우에 인격모독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인격에 대한 욕망'은 생소해도 '당신 못 됐네요'하고 말하면 버럭 화를 낼 사람들이 많을 텐데. 이들이 '인격에 대한 욕망'이 있다는 증거가 되겠죠. ;)


지난 묻따풀 2023 연재

1. 한국말에서 위함과 바람과 꾀함과 보람

2. 욕망하는 두 개의 나: 온인 나와 쪽인 나

3. 사람으로 살아가는 네 가지 일

4. 두 가지 온인 나 그리고 쪽인 나로 살필 여섯 가지

5. 사람들이 한국말로써 세상을 담아내는 방식

6. 사람들이 영국말로써 세상을 담아내는 방식

7. 한국사람에게 힘은 무엇을 말하는가?

8. 영국말로 세상을 담아내는 방식을 활용해 보자

9. 영국말에서 있음, 꼴됨, 이됨, 일됨 살펴보기

10. 언어에 대한 일반이론

11. 한국말은 어떻게 나눠지는가?

12. 한국말에서 문장은 곧이말을 풀어내는 것이다

13. 한국말에서 자유란 무엇인가?

14. 한국사람에게 사람이란?

15. 한국사람에게 나 그리고 인간(人间)은 무엇인가?

16. 한국사람이 임자로 살아야 하는 이유

17. 언어로 빚는 살리는 힘을 조직하는 능력

18. 한국사람에게 사람됨이란 무엇인가?

19. 사람됨 안에 쌓이고 녹아 있는 문맥

20. 줏대와 잣대에 대해 새롭게 생각해 보기

21. 사회적 성공과는 기준이 다른 줏대

22. 줏대와 잣대로 삶의 순간들을 차려 보자

23. 한국말에서 사람됨과 인성, 인품, 인격

24. 사람됨의 줏대 : 주관(主觀)

25. 줏대를 펼쳐서 누리는 힘 : 권리(權利)

26. 보편적인 인권 그리고 내 삶의 균형

27. 사람의 구실 : 자격(資格)에 대한 묻따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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