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따풀 2023
지난 글에 이어서 최봉영 선생님의 사람됨에 대한 풀이를 스스로 묻고 따져 풀어 보기로 합니다.
주관에 대한 최봉영 선생님의 설명입니다.
살림살이의 임자인 사람들은 저마다 사람됨의 줏대를 갖고 있다. 사람은 사람됨의 바탕인 인성을 밑천으로 삼아서 온갖 것을 느끼고, 알고, 바라고, 이루는 일을 꾀하면서 저마다 좋아하거나 싫어하고, 즐거워하거나 괴로워하는 나름의 줏대를 갖게 된다. 사람은 나름의 줏대를 좇아서 가질 것과 버릴 것, 가까이할 것과 멀리할 것, 받아들일 것과 물리칠 것 따위를 가려서 다스리게 된다.
줏대에 대한 지난 세 편의 글에서 상세하게 따져 물었습니다.
이번에는 인용한 글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느끼는 내용만 다루고자 합니다. 줏대라는 표현이 주는 뉘앙스와 '바탕'이란 표현이 어우러져 사람됨이라는 공간에서 교차하는 축을 이루는 듯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 생각을 아래와 같이 묘사해 보았습니다.
이렇게 그림으로 그리고 나니 선생님이 쓰신 '살림살이'라는 표현과 함께 떠오르는 그림이 있었습니다. 선생님이 공유해 주신 그림에서 사람들의 머릿속에 '살다/살리다/살림/살이'를 중심으로 하여 세운 기둥이 바로 줏대가 아닌가 싶었습니다.
이러한 행위를 '차리다'에 담을 때 모든 행위가 바로 '살림살이'일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합니다. 다시 선생님의 이어지는 설명을 보겠습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갖고 있는 사람됨의 줏대를 주관(主觀)이라고 말해왔다. 사람들은 줏대가 있는 사람을 ‘주관이 있는 사람’, ‘주관이 또렷한 사람’, ‘주관을 가진 사람’으로 말한다. 사람은 나름의 줏대를 가짐으로써 ‘나’라는 임자로 설 수 있다. 사람은 나름의 줏대를 펼쳐나가는 일을 통해서 ‘나’라는 임자가 무엇을 하는 누구인지 또렷이 알아보게 된다. 사람은 누구나 나름의 줏대를 좇아서 줏대가 있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어 한다.
여기서부터는 지극히 제 경험일 수 있습니다. 제가 무작정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느낀 일이 있습니다. <낭비를 막고 팀을 만드는 XP의 가치>에 썼던 내용들을 깨우친 시간들입니다. 이때 저를 이끌어준 것은 다름 아닌 <대체 뭐가 문제야>라는 책이었습니다. 이를 통해서 제가 문제를 정의하지 않고 실행부터 하는 관성에 푹 빠져 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 후로도 6년이 더 지난 뒤에야 문제 정의는 욕망을 어떻게 대하느냐의 문제란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타인의 잣대와 세상의 잣대를 나의 잣대와 구분하는 일의 중요성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랬던 경험이 있었기에 최봉영 선생님이 다루는 낯설 말인 '임자'란 단어가 사무치게[1] 다가왔는 지도 모릅니다.
자신의 줏대를 세워서 임자로 살아가려면 문제를 바라보는 다각적인 눈이 필요합니다. 이미 우리를 둘러싼 세계는 내가 자유롭게 권리를 행사하도록 내버려 두는 곳이 아닙니다. 그래서, 나의 오늘을 이루는 현상들이 누구의 관점에서 투영된 욕망인지 생각하는 힘이 있어야 줏대를 세울 수 있는 힘이 생겨난다고 믿습니다.
[1] 굉장히 낯선 단어인데, <한국말 말차림법>의 쓰임을 보며 저도 처음으로 써 봅니다.
4. 두 가지 온인 나 그리고 쪽인 나로 살필 여섯 가지
10. 언어에 대한 일반이론
11. 한국말은 어떻게 나눠지는가?
13. 한국말에서 자유란 무엇인가?
14. 한국사람에게 사람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