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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영회 습작 Nov 28. 2023

대한민국에 인격 차별이 존재하는가?

묻따풀 2023

지난 글에 이어서 최봉영 선생님의 사람됨에 대한 풀이를 스스로 묻고 따져 풀어 보기로 합니다.


낯설지만 아직 존재하는 인격 차별

최봉영 선생님 글을 봅니다.

인격 차별은 사람들이 저마다 나름으로 갖고 있는 인격을 신분으로 갈라서 차별하는 것이다. 신분제도를 강제할 수 있는 지배층이 자리하고 있을 때, 인격 차별이 흔히 나타난다. 지배층은 인격 차별을 통해서 신분제도에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을 더욱 크게 만들고자 한다.

'인격 차별'이라는 말은 처음 들어 봅니다. 나도 모르게 누군가의 인격을 폄하한 일은 있겠지만 차별의 기준으로 생각해 본 일은 없는 듯합니다. 지난 글에서 인용한 <말하는 태도 기준으로 성격 가늠해 보기> 를 보면 성격을 기준으로 인격을 나눴는데, 인용문은 '인격을 신분으로 갈라서 차별하는 것'을 다루고 있습니다. 명시적 신분이 사라졌기에 어색한 듯합니다.


하지만, 인격(人格)이 차림새로 드러나니 차별하고픈 욕망이 있을 수 있겠구나 짐작합니다. 생각해 보면 직업이나 차림새를 보고 사람을 하대하는 사람을 굉장히 혐오하며 살아오긴 했습니다. 이렇게 따져 보니 두 가지를 알 수 있습니다.


하나는 적어도 제가 살고 있는 사회는 인격 차별이 노골화되어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두 번째는 그래야 한다고 믿지만, 실제로는 차별하거나 차별을 강화하려고 시도하는 이들이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다시 선생님의 글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그들은 인격을 높여야 하는 신분과 인격을 낮추어야 하는 신분을 갈라서 서로 넘나들지 못하게 한다. 그들은 사람들이 신분에 따라서 구실을 달리하게 하는 것과 함께 물건을 소유하고, 어디에 출입하고, 누구와 결혼하고, 무엇을 공부하고 하는 일과 같은 것도 달리하게 해서 인격을 신분에 맞추도록 만든다. 그들은 학문, 종교, 전통 따위를 끌어들여서 인격 차별을 뒷받침할 수 있는 관행, 관습, 규범, 법률과 같은 것을 만들어서 따르게 한다.  


특권과 인격의 연관성

유심히 관찰하면 소소하게 인격차별을 하는 모습을 볼 수는 있지만, 분명하게 이를 드러내는 사람들을 쉽사리 보지는 못했습니다. 살면서 명확하게 그런 경우를 인지한 일은 두 건이 있습니다. 비교적 최근의 일은 대략 10년쯤 전에 대기업 프로젝트에 참여할 때 일인데요. 임원 한 분의 총수 일가에 대한 충성은 제가 납득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당시 개봉한 영화 '돈의 맛'을 보고,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영화 '더 킹'을 보고 난 뒤에는 검찰 개혁을 막는 특권 검찰과 수구 언론(조중동)이 정권을 창출하는 현실도 이해할 수 있었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더 킹'을 보고 특권과 연결할 수는 있지만, 인격과 연결하기는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잠시 따져 보니 저는 전체주의보다는 개인주의적인 다시 말해서 자유주의 성향이 강해서 인격을 개인에게 적용하지 집단으로 적용하는 일은 논리적 모순이라 여긴다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여기에 생각이 미치자 어제 봤던 뉴스 공장 변상욱 대기자의 언론 감찰 내용이 생각납니다.


군대 문화와 특권층

여권 실세 부인의 봉사활동을 확대 보도하는 수구 언론의 행동을 보면 특권층의 행동을 인격적으로 포장해 준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었습니다.

인격 차별에 대해 명확한 경험을 하게 된 두 번째 사건은 훈련소였습니다. 이를 설명하기 전에 다시 최봉영 선생님 글을 보겠습니다.

그들은 사람들이 신분으로 인격을 차별하는 것을 일상으로 여겨서 별다른 생각을 갖지 못하도록 만드는 동시에, 인격 차별에 대한 저항이 일어나면 그것에 대한 처벌을 무섭게 함으로써 더는 생각하지 않도록 만든다. 신분으로 인격을 차별하는 일이 버릇으로 굳어지게 되면, 낱낱의 사람이 그것에 맞서서 저항하는 일은 생각조차 하기 힘들게 된다.

저는 훈련소에 갔을 때 논리라고는 없는 조교들의 말도 안 되는 지시를 따르며, '인격과 인권'에 대해 생각하지 못하게 한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그래서, 생각을 안 하고 현상과 지시를 그대로 받아들였더니 편안했습니다. 심지어 그 후 자대 배치를 받고 일병 때는 내부반에서도 생활을 잘한다고 아직 한참 남은 시점에서 예비 내부실장 후보가 되었습니다.[1]


신분사회가 사라진 대한민국에서도 분명 군대는 다음 문장을 경험하게 해 줍니다.

신분으로 인격을 차별하는 일이 버릇으로 굳어지게 되면, 낱낱의 사람이 그것에 맞서서 저항하는 일은 생각조차 하기 힘들게 된다.

그런데 특권층 혹은 특권층의 행동 양식에 그대로 충성하는 분들을 보면 제가 군대에서 행동한 그대로 내면이 형성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내면의 차림새가 그렇게 되겠네요. 그런데, 군대와 같이 특수한 상황이 아님에도 직장에서 안정적인 보수와 신분 상승의 가능성을 담보로 그렇게 하는 것일까요?


주석

[1] 지능을 끄고 생활하니 인정을 받는 현실이 너무 어이없다고 생각했는데, 병장이 된 후에는 인격과 인권을 회복하고 사느라 시끄러운 군생활을 했습니다.


지난 묻따풀 2023 연재

1. 한국말에서 위함과 바람과 꾀함과 보람

2. 욕망하는 두 개의 나: 온인 나와 쪽인 나

3. 사람으로 살아가는 네 가지 일

4. 두 가지 온인 나 그리고 쪽인 나로 살필 여섯 가지

5. 사람들이 한국말로써 세상을 담아내는 방식

6. 사람들이 영국말로써 세상을 담아내는 방식

7. 한국사람에게 힘은 무엇을 말하는가?

8. 영국말로 세상을 담아내는 방식을 활용해 보자

9. 영국말에서 있음, 꼴됨, 이됨, 일됨 살펴보기

10. 언어에 대한 일반이론

11. 한국말은 어떻게 나눠지는가?

12. 한국말에서 문장은 곧이말을 풀어내는 것이다

13. 한국말에서 자유란 무엇인가?

14. 한국사람에게 사람이란?

15. 한국사람에게 나 그리고 인간(人间)은 무엇인가?

16. 한국사람이 임자로 살아야 하는 이유

17. 언어로 빚는 살리는 힘을 조직하는 능력

18. 한국사람에게 사람됨이란 무엇인가?

19. 사람됨 안에 쌓이고 녹아 있는 문맥

20. 줏대와 잣대에 대해 새롭게 생각해 보기

21. 사회적 성공과는 기준이 다른 줏대

22. 줏대와 잣대로 삶의 순간들을 차려 보자

23. 한국말에서 사람됨과 인성, 인품, 인격

24. 사람됨의 줏대 : 주관(主觀)

25. 줏대를 펼쳐서 누리는 힘 : 권리(權利)

26. 보편적인 인권 그리고 내 삶의 균형

27. 사람의 구실 : 자격(資格)에 대한 묻따풀

28. 우리가 인지조차 못하는 인격에 대한 욕망

29. 인격을 존중하거나 무시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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