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따풀 2023
페이스북에 <존비어체계와 민주적 인간관계의 충돌(上)>을 알렸더니 페벗 이순석 님께서 제 물음과 따짐의 빈 틈을 밝혀주어 스스로 치우침을 깨닫게 해 주시려는 듯한 댓글을 주셨습니다.
SNS 상에서 바로 풀기에는 버겁다는 생각이 들어 잠시 여지를 두었다가 차분히 따져 보는 글입니다. 이번에는 이순석 님의 글을 바탕으로 묻따풀 해 보기로 합니다.
이동 중에 페이스북을 본 탓에 습관으로 댓글을 빠르게 훑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띄고, 가장 마지막까지 기억에 남은 한국말은 '얽힘 상태'였습니다.
1.
우리말의 시작은 각자들의 얽힘 상태를 읽는 것부터 시작한다는 것은 최봉영 선생님의 #한국말말차림법 에서 일깨워 주는 큰 깨달음으로부터 알게 됩니다.
글에서 벗어난 후 생각의 공간에서 저는 바로 만남을 얽힘 상태로 풀었습니다. 이때, 생각은 무의식에 가까운 것이라 의도가 있었다고 할 수도 없겠습니다. 두 사람의 만남이라고 생각했지만 머릿속에는 다음 그림이 있었습니다.
다시 차분히 생각해 보니 '만남'이라는 개념을 떠올릴 때 생각은 동시에 여럿을 빠르게 탐색했습니다. 가장 먼저는 대화하는 두 사람을 떠올렸다가, '얽힘 상태'가 개입하면서 대상이 꼭 사람일 이유는 없다는 점으로 생각이 옮겨 갔습니다.
한편, 우습게도 브런치 기록에서 저 그림의 출처로 가 보니 만남의 뜻은 전혀 다른 것이었습니다.
사람은 준비한 만큼 만나게 되어 있다.
신기하게도 무려 2년 전인 2021년 8월에 최봉영 선생님과 통화한 후에 그 느낌을 담아 두려고 쓴 글과 그림이었습니다.
얽힘 상태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이순석 님이 정확하게 어떤 뜻으로 쓰셨는지 모르지만 구글링 해 보면 양자역학의 양자 얽힘에 대한 내용만 첫 페이지에 등장합니다.
그리고 구글 Bard에게 간단히 물었더니 이렇게 답합니다.
얽힘 상태는 양자역학에서 두 개 이상의 양자 시스템이 서로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상태가 서로 연관되어 있는 현상을 말합니다.
한편, 약 3시간 전에 세 번째 말차림법 묻따풀 화상 미팅을 하면서 동료가 '입말과 글말'을 각각 '공명'과 '축적'으로 대응시키는 설명을 듣는데, 아침에 페북에서 봤던 '얽힘 상태'가 또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얽힘 상태가 되어야 '공명'이 된다고 무의식적으로 연결했습니다. 왜 그렇지? 하는데, 또 낮에 들은 <월말김어준>의 박문호 박사님 강의인 <기억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내용이 기억에서 나와 개입했습니다. 신경의 작동 역시 주파수가 있는 파동이란 사실이 '공명'과 잘 어울리는 듯했습니다. 그래서 얽힘은 우리가 사무칠 수 있게 하는 바탕이 되어준다는 일종의 비약을 저질렀습니다. 근거가 빈약한 생각이긴 하지만 느낌을 나누는 대화로 의미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다시, '각자들의 얽힘 상태를 읽는 것부터 시작한다'라는 이순석 님의 표현으로 돌아가 보면 말차림법 첫 묻따풀에서 첫 번째 가장 큰 화두인 '살림살이'와 연결됩니다. 말차림법 묻따풀 첫 시간에 아래 그림과 함께 살림살이란 말을 던진 후 보게 된 이형도 님의 혼미한 표정은 아직도 눈에 생생합니다.
그런데 사실 바로 직전에 <줏대와 잣대로 삶의 순간들을 차려 보자>를 쓸 때까지만 해도 어색했던 줏대란 말과 잣대란 말 그리고 차리다라는 표현에 익숙해지며 이를 막 풀어낸 참이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말차림법 책에서 '살림살이'를 보는데 한 끗 차이인데, 여전히 어색해서 헛웃음 친 후에 열심히 사용하자고 마음먹었기에 화상 미팅에서 그 표현을 쓰고 그림도 띄운 참이었습니다.
댓글은 7개로 나뉘어 있는데 고작 하나 푸는데 여기까지 썼네요. 다음 내용은 이후에 묻고 따져 풀어 보기로 합니다.
4. 두 가지 온인 나 그리고 쪽인 나로 살필 여섯 가지
10. 언어에 대한 일반이론
11. 한국말은 어떻게 나눠지는가?
13. 한국말에서 자유란 무엇인가?
14. 한국사람에게 사람이란?
15. 한국사람에게 나 그리고 인간(人间)은 무엇인가?
24. 사람됨의 줏대 : 주관(主觀)
29. 인격을 존중하거나 무시하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