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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영회 습작 Dec 05. 2023

얽힘 상태를 읽는 것에서 시작한다

묻따풀 2023

페이스북에 <존비어체계와 민주적 인간관계의 충돌(上)>을 알렸더니 페벗 이순석 님께서 제 물음과 따짐의 빈 틈을 밝혀주어 스스로 치우침을 깨닫게 해 주시려는 듯한 댓글을 주셨습니다.

SNS 상에서 바로 풀기에는 버겁다는 생각이 들어 잠시 여지를 두었다가 차분히 따져 보는 글입니다. 이번에는 이순석 님의 글을 바탕으로 묻따풀 해 보기로 합니다.


각자의 얽힘 상태를 읽는 것부터 시작

이동 중에 페이스북을 본 탓에 습관으로 댓글을 빠르게 훑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띄고, 가장 마지막까지 기억에 남은 한국말은 '얽힘 상태'였습니다.

1.
우리말의 시작은 각자들의 얽힘 상태를 읽는 것부터 시작한다는 것은 최봉영 선생님의 #한국말말차림법 에서 일깨워 주는 큰 깨달음으로부터 알게 됩니다.

글에서 벗어난 후 생각의 공간에서 저는 바로 만남을 얽힘 상태로 풀었습니다. 이때, 생각은 무의식에 가까운 것이라 의도가 있었다고 할 수도 없겠습니다. 두 사람의 만남이라고 생각했지만 머릿속에는 다음 그림이 있었습니다.

다시 차분히 생각해 보니 '만남'이라는 개념을 떠올릴 때 생각은 동시에 여럿을 빠르게 탐색했습니다. 가장 먼저는 대화하는 두 사람을 떠올렸다가, '얽힘 상태'가 개입하면서 대상이 꼭 사람일 이유는 없다는 점으로 생각이 옮겨 갔습니다.


한편, 우습게도 브런치 기록에서 저 그림의 출처로 가 보니 만남의 뜻은 전혀 다른 것이었습니다.

사람은 준비한 만큼 만나게 되어 있다.


신기하게도 무려 2년 전인 2021년 8월에 최봉영 선생님과 통화한 후에 그 느낌을 담아 두려고 쓴 글과 그림이었습니다.


얽힘 상태는 무엇인가?

얽힘 상태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이순석 님이 정확하게 어떤 뜻으로 쓰셨는지 모르지만 구글링 해 보면 양자역학의 양자 얽힘에 대한 내용만 첫 페이지에 등장합니다.

출처: 동아사이언스

그리고 구글 Bard에게 간단히 물었더니 이렇게 답합니다.

얽힘 상태는 양자역학에서 두 개 이상의 양자 시스템이 서로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상태가 서로 연관되어 있는 현상을 말합니다.


한편, 약 3시간 전에 세 번째 말차림법 묻따풀 화상 미팅을 하면서 동료가 '입말과 글말'을 각각 '공명'과 '축적'으로 대응시키는 설명을 듣는데, 아침에 페북에서 봤던 '얽힘 상태'가 또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얽힘 상태가 되어야 '공명'이 된다고 무의식적으로 연결했습니다. 왜 그렇지? 하는데, 또 낮에 들은 <월말김어준>의 박문호 박사님 강의인 <기억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내용이 기억에서 나와 개입했습니다. 신경의 작동 역시 주파수가 있는 파동이란 사실이 '공명'과 잘 어울리는 듯했습니다. 그래서 얽힘은 우리가 사무칠 수 있게 하는 바탕이 되어준다는 일종의 비약을 저질렀습니다. 근거가 빈약한 생각이긴 하지만 느낌을 나누는 대화로 의미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줏대와 잣대로 삶의 순간들을 차리는 살림

다시, '각자들의 얽힘 상태를 읽는 것부터 시작한다'라는 이순석 님의 표현으로 돌아가 보면 말차림법 첫 묻따풀에서 첫 번째 가장 큰 화두인 '살림살이'와 연결됩니다. 말차림법 묻따풀 첫 시간에 아래 그림과 함께 살림살이란 말을 던진 후 보게 된 이형도 님의 혼미한 표정은 아직도 눈에 생생합니다.

그런데 사실 바로 직전에 <줏대와 잣대로 삶의 순간들을 차려 보자>를 쓸 때까지만 해도 어색했던 줏대란 말과 잣대란 말 그리고 차리다라는 표현에 익숙해지며 이를 막 풀어낸 참이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말차림법 책에서 '살림살이'를 보는데 한 끗 차이인데, 여전히 어색해서 헛웃음 친 후에 열심히 사용하자고 마음먹었기에 화상 미팅에서 그 표현을 쓰고 그림도 띄운 참이었습니다.


댓글은 7개로 나뉘어 있는데 고작 하나 푸는데 여기까지 썼네요. 다음 내용은 이후에 묻고 따져 풀어 보기로 합니다.


지난 묻따풀 2023 연재

1. 한국말에서 위함과 바람과 꾀함과 보람

2. 욕망하는 두 개의 나: 온인 나와 쪽인 나

3. 사람으로 살아가는 네 가지 일

4. 두 가지 온인 나 그리고 쪽인 나로 살필 여섯 가지

5. 사람들이 한국말로써 세상을 담아내는 방식

6. 사람들이 영국말로써 세상을 담아내는 방식

7. 한국사람에게 힘은 무엇을 말하는가?

8. 영국말로 세상을 담아내는 방식을 활용해 보자

9. 영국말에서 있음, 꼴됨, 이됨, 일됨 살펴보기

10. 언어에 대한 일반이론

11. 한국말은 어떻게 나눠지는가?

12. 한국말에서 문장은 곧이말을 풀어내는 것이다

13. 한국말에서 자유란 무엇인가?

14. 한국사람에게 사람이란?

15. 한국사람에게 나 그리고 인간(人间)은 무엇인가?

16. 한국사람이 임자로 살아야 하는 이유

17. 언어로 빚는 살리는 힘을 조직하는 능력

18. 한국사람에게 사람됨이란 무엇인가?

19. 사람됨 안에 쌓이고 녹아 있는 문맥

20. 줏대와 잣대에 대해 새롭게 생각해 보기

21. 사회적 성공과는 기준이 다른 줏대

22. 줏대와 잣대로 삶의 순간들을 차려 보자

23. 한국말에서 사람됨과 인성, 인품, 인격

24. 사람됨의 줏대 : 주관(主觀)

25. 줏대를 펼쳐서 누리는 힘 : 권리(權利)

26. 보편적인 인권 그리고 내 삶의 균형

27. 사람의 구실 : 자격(資格)에 대한 묻따풀

28. 우리가 인지조차 못하는 인격에 대한 욕망

29. 인격을 존중하거나 무시하는 일

30. 대한민국에 인격 차별이 존재하는가?

31. 인격 차별이라는 유산과 수평적 소통

32. 사람답게 살아야 하고, 사람다운 사람이 되어야 한다

33. 존비어체계와 민주적 인간관계의 충돌(上)

34. 존비어체계와 민주적 인간관계의 충돌(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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