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위’에 자리한 것으로서 말
이 글은 지난 2021년 12월 29일 최봉영 선생님이 페북에 쓰신 글 <사람이 말로써 뜻을 사무침>중에서 <
1. ‘그위’에 자리한 것으로서 말>을 바탕으로 앞선 글에 이어 스스로 묻고 따져 풀어보는 내용입니다.
거짓말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는 펼침새가 드러나는 정의가 아닌가 싶습니다.
08.
말이 나에게 ‘~라’고 말하게 하는 것을 벗어나서, 내가 나만 위하려고 말을 달리해서 말하는 것을 거짓말이라고 일컫는다. 말이 나에게 ‘~라’고 말하게 하는 본디의 말은 참말이고, 내가 참말과 다르게 겉으로 지어서 꾸며낸 말은 거짓말이다. 사람들이 참말을 두고서, 거짓말을 하게 되는 것은 모두가 두루 함께 하는 ‘그위(公)’가 가진 힘을 훔쳐서, 저만 따로 위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거짓말을 하는 만큼 ‘그위(公)’의 것으로서 말이 가진 힘이 따라서 줄어들게 된다.
나만 위하려고 하는 마음이 거짓이라는 표현은 처음 보지만 보는 즉시 마음에 사무칩니다. 나만 위하려는 거짓말. 본디의 말을 나만 위하려고 다르게 지은 것이었군요! '겉으로 지어서 꾸며낸 말'이란 말은 오묘한 느낌을 줍니다.
'겉으로 지어서 꾸며낸'이란 말을 몇 번 읊어 봅니다. 그러다 보니 사자성어 '표리부동'이 떠오릅니다.
‘그위(公)’가 가진 힘을 훔쳐서 나만 위하는 녀김으로 다르게 니르는 말이 거짓말이라고 표현을 바꿔가며 익혀 봅니다.
마지막 문장을 따로 곱씹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사람들이 거짓말을 하는 만큼 ‘그위(公)’의 것으로서 말이 가진 힘이 따라서 줄어들게 된다.
그위(公)의 말은 불변이 아니란 뜻으로도 새겨집니다. 함께 이룬 것이니 당연한 것이겠네요. 거짓말로 힘을 줄어들게 할 수도 있으니 반대로 참말로 힘을 키울 수도 있겠습니다.
사실을 고해야 하는 신문이 과장하거나 부풀린 내용으로 대중들을 현혹시켜 특권층이라는 나들만 위하는 현상이 대한민국에서 매일 벌어집니다. 기레기이라고 불리는 이들이 그위(公)의 힘을 약화시키는 방식은 말 차림을 혼미하게 하는 양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높은 문해력을 갖춘 이들만 속뜻을 이해할 수 있고, 이로 인해 말(정보)의 녀김이 도리어 자신에게 해로운 판단을 하도록 작용할 수 있습니다.[1] 또한, 그위(公)를 갈라놓는 역할을 한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양심(良心)의 정의가 이런 것이었나 놀라움과 당혹스러움이 느껴집니다.
09.
사람들은 말이 나에게 ‘~라’고 말하게 하는 것을 양심(良心)이라고 일컫는다. 사람들이 양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말이 나에게 ‘~라’고 말하게 하는 본디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것을 말한다. 이를테면 말이 나에게 “그것은 내가 한 일이다” 또는 “그렇게 하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다”와 같이 말하게 하는 본디의 말이 양심의 소리이다. 양심은 ‘그위(公)’의 것으로서 말에서 비롯하는 어진 마음이라고 할 수 있다.
그위(公)에 있는 어진 마음이 양심이고, 말에서 비롯된다. 명백하지는 않지만, 믿고 싶어 집니다.
10.
한국사람은 ‘그위(公)’의 것으로서 모두가 두루 함께 하는 말을 바탕으로 삼아서 ‘나’, ‘나라’, ‘구실’, ‘아름’, ‘어울림’, ‘아름다움’, ‘사람다움’ 따위를 말해왔다.
메시지가 분명하지 않다고 느꼈는데, 다행히 뒤따르는 설명이 있습니다.
첫째로 낱낱으로서 저마다 따로 하는 나는 모두가 두루 함께 하는 말을 배우고 쓴다. 모두가 두루 함께 하는 말은 ‘그위(公)’의 것으로서, 저마다 따로 하는 낱낱의 나에게 ‘~라’고 말하게 하는 것이다.
개체로서 나는 모두가 두루 함께 하는 ‘그위(公)'의 것으로서 말을 배웁니다. 그러므로 말을 배운다는 것은 단지 소리와 글자를 익힌다는 것에 그치는 일이 아닙니다.
으뜸인 줏대가 나라라는 설명은 다소 뜻밖입니다.
둘째로 저마다 따로 하는 낱낱의 나에게 ‘너는 ~라’고 말하게 하는 줏대로서, 으뜸인 것이 ‘나라’이다. ‘나라’는 모두가 두루 함께 하는 ‘그위(公)’의 것으로서, 낱낱의 나에게 ‘너는 ~라’고 말하면서, ‘무엇을 어떻게 ~라’고 시키고 부리는 줏대이다. 이를테면 ‘나라’는 나에게 ‘너는 군인이 되어라’, ‘너는 세금을 바쳐라’, ‘너는 사람을 해치지 마라’, ‘너는 물건을 훔치지 마라’라고 시키고 부리는 줏대이다. 이런 까닭으로 사람들은 낱낱의 나를 이렇게 또는 저렇게 다스리는 ‘國’을 ‘나라=나+라’라고 말하고, 나라를 움직이는 官을 ‘그위=그+위’라고 말하고, 나라에서 이루어지는 ‘國事’를 ‘그윗일=그위+ㅅ+일’이라고 말하고, 나라가 낱낱의 나에게 하도록 하는 일을 ‘구실=그윗일(役/稅/貢)’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나라란 국민 국가가 아니라 겨레말을 쓰는 '그위(公)' 중에서 우리가 그쪽이라고 인정하는 혹은 부정할 수 없는 공동체를 뜻하겠죠? 한편, 구실=그윗일(役/稅/貢) 풀이는 수긍이 가면서도 무척 낯설기는 합니다.
다음의 풀이 역시 명백하지는 않지만 매끄러워 아름다움이 느껴집니다.
셋째로 저마다 따로 하는 낱낱의 것이 ‘아름’이고, 낱낱의 ‘아름’이 ‘그위’에 자리한 것을 바탕으로 삼아서 안팎으로 함께 잘 어울려서 ‘그위’와 하나를 이루는 것이 ‘아름다움’이다. 사람들은 아름다움을 바탕으로 나다움, 너다움, 사람다움, 꽃다움 따위를 말한다. 이런 까닭으로 한국사람은 사람이 사람인 것에 머무르지 않고, “사람이면 다 사람이냐 사람이 사람다워야 사람이지”라고 말한다.
[1] 그러한 말을 행한 이들도 자신의 말에 갇히는 폐단이 있겠으나 이에 대해서는 생각을 더하고 싶지 않아 묻고 따지기를 생략합니다.
4. 두 가지 온인 나 그리고 쪽인 나로 살필 여섯 가지
10. 언어에 대한 일반이론
11. 한국말은 어떻게 나눠지는가?
13. 한국말에서 자유란 무엇인가?
14. 한국사람에게 사람이란?
15. 한국사람에게 나 그리고 인간(人间)은 무엇인가?
24. 사람됨의 줏대 : 주관(主觀)
29. 인격을 존중하거나 무시하는 일
32. 사람답게 살아야 하고, 사람다운 사람이 되어야 한다
35. 사람이 눈으로 무엇을 보는 것
38. 사람이 떡을 먹는 일로 시작하는 바탕 차림 공부
39. 나-나다, 너-넘다, 그-긋다 그리고 한다의 바탕 차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