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떡을 먹는 일
이 글은 지난 11월 27일 최봉영 선생님이 페북에 쓰신 글 <사람이 떡을 먹는 일>을 바탕으로 앞선 글에 이어 스스로 묻고 따져 풀어보는 내용입니다.
07.
'아니 한다'는 '안+이 한+다'에 뿌리를 둔 말로서, 어떤 일이 밖으로 드러나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안에서만 한다'는 것을 뜻한다. 어떤 일이 머리 또는 마음 안에서만 하기 때문에 밖으로 드러나 일이 없어서 ‘아니 하는 것’이 된다. ‘~을 하지 먹지 아니 한다’는 ‘~을’ 하는 것이 마음 안에서만 하기 때문에 밖으로 드러나서 일어나는 있지 아니한 것을 말한다.
안으로 녀기지만 니르지 않고, 운동 출력으로 내보내지도 않는 말로 읽힙니다. 미리 그리고 따져 두니 다시 써먹네요.
앞선 글에서 처럼 이번에도 손때를 묻힌 것이 효과를 발휘하는 장면입니다.
못과 못 한다가 바탕이 같다고 합니다.
08.
'못 한다'는 '못'과 바탕을 같이 하는 말로서, 사람이 어떤 일을 하는 것이 무엇에 못을 세우거나 못에 무엇을 세우는 일처럼 어떻게 하더라도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을 말한다. '못'은 끝이 모서리로 되어 있는 까닭으로 사람이 어떻게 하더라도 서는 일이나 세우는 일을 할 수 없다. 사람이 못으로 서게 하거나 세우게 하려면 무엇에 못을 박아야 한다.
점차 익숙해집니다. 알지 못했지만 한국말이 그러하다는 사실에 점점 익숙해지는 듯합니다.
다음 문장은 전에 설명을 들은 흔적이 있는데도 명확하게 와닿지 않습니다.
09.
'말다'는 '말'과 바탕을 같이 하는 말로서, 사람이 무엇을 말소리에 담아서 무엇이라고 여겨서 말하는 것을 말한다.
이어지는 부연을 봅니다.
사람이 어떤 소리가 어떤 말이 되게 하는 일은 두 가지 일에 바탕을 두고 있다. 하나는 사람이 무엇을 어떤 소리와 같게 여겨서 무엇을 어떤 소리로 알아보도록 ‘마는 것=~하지 말도록 해서 무엇이 되게 하는 것’을 말하고, 다른 하나는 무엇을 어떤 소리와 같게 여기는 일을 모든 이들이 함께 하도록 해서 누구나 무엇을 어떤 소리로 여겨서 알아보는 일을 ‘마는 것=~하고 말도록 해서 무엇을 이루는 것’을 말한다. 이를테면 사람들은 ‘떡’이라는 소리가 다른 것을 뜻하지 ‘말게 해서’, 오직 ‘떡’만 가리키도록 하고, ‘떡’이라는 소리를 모든 이들이 다 그렇게 알아보고 ‘말도록 해서’ 누구나 ‘떡’이라는 소리를 ‘떡’으로 여겨서 알아보는 것을 말한다.
<말의 탄생: 녀겨서 니르기>를 떠올리는 풀이입니다.
여전히 석연치 않습니다. 녀겨서 니름이 마치 멈추는 일과 관련이 있는 듯한 설명입니다. 한국말 지식으로는 묻따풀에 한계가 있어 <뇌과학으로 배우는 대화라는 작용>을 소환합니다. 우리 생리작용의 기본 단위인 접근과 회피 중에서 말은 접근이라고 했습니다. 나에게 득이 될 때 개입하는 일로써 말을 한다는 것이죠.
최봉영 선생님의 말다 풀이는 마치 이와 관련이 있는 듯합니다. 다만, 제 머릿속에서 명료하지는 않습니다.
10.
'그만 두다'는 '금안 두다'에 뿌리를 둔 낱말로서, 무엇을 금이 그어진 안에 두어서 더는 다르게 일어나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테면 떡을 먹다가 그만두는 것은 떡을 먹는 일을 금이 그어진 안에 두어서 더는 떡을 먹는 일이 밖으로 드러나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것을 말한다.
'그만 두다'와 '금 안에 두다'는 발음조차 너무 비슷해서 전에 인상 깊게 들었습니다. 그래서, 두 번째로 보니 바로 기억이 떠오릅니다.
이렇게 볼 때, 한국말은 사람이 뜻을 가지고 하는 일을 말에 담아낼 때, 그것을 뒷받침하는 탄탄한 바탕을 갖추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들은 이런 바탕 위에서 뜻을 또렷하게 만들고, 생각을 알차게 만들고, 살림살이를 야무지게 만들고자 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런 것이 있는지조차 알지 못하기 때문에 한국말을 매우 가볍게 여기는 버릇을 갖게 되었고, 이에 따라 깊고 넓게 묻고 따지는 일을 전혀 하지 않는다.
다시 한번 <한국인에게 나는 누구인가>를 처음 읽었을 때의 충격과 놀람이 떠오릅니다. 공교육을 받고, 심지어 대학원까지 다닌 저에게 아무도 한국말의 바탕을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2008년에 연변과기대 봉사를 갔을 때, 독립운동을 하던 지역 탐방을 한 일이 있었습니다. 그때도 우리는 왜 이런 사실을 국사 시간에 배우지 않았을까 궁금했습니다. 그때도 대한민국의 정통성 운운하며 자신들의 잘못을 숨기려 한 위정자들의 힘이 작용한 것이라고 의심을 했는데, 한국말 역시 비슷한 의심을 하게 됩니다.
또한, '한국말을 매우 가볍게 여기는 버릇'은 조선시대 사대부들과 닮아 있고, 미국 문화를 맹종하던 시기의 대중의 풍토와 닮아 있고, 또 뉴라이트류의 정치 세력과 닮아 있습니다.
아무튼 <사람답게 살아야 하고, 사람다운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한국말의 바탕 위에서 뜻을 또렷하게 만들고, 생각을 알차게 만들고, 살림살이를 야무지게 만들어 우리에게 주어진 아름다운 개성을 살리는 나다운 삶을 살고자 합니다.
4. 두 가지 온인 나 그리고 쪽인 나로 살필 여섯 가지
10. 언어에 대한 일반이론
11. 한국말은 어떻게 나눠지는가?
13. 한국말에서 자유란 무엇인가?
14. 한국사람에게 사람이란?
15. 한국사람에게 나 그리고 인간(人间)은 무엇인가?
24. 사람됨의 줏대 : 주관(主觀)
29. 인격을 존중하거나 무시하는 일
32. 사람답게 살아야 하고, 사람다운 사람이 되어야 한다
36. 사람이 눈으로 무엇을 보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