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영회 습작 Dec 29. 2023

사무치기 어려운 말버릇과 말로 사람을 가늠하기

말로써 뜻을 사무치는 일

이 글은 지난 2021년 12월 29일 최봉영 선생님이 페북에 쓰신 글 <사람이 말로써 뜻을 사무침>중에서 <2. 말로써 뜻을 사무치는 일>을 바탕으로 앞선 글에 이어서 스스로 묻고 따져 풀어보는 내용입니다.


서로 사무치기 어려운 또 다른 이유들

03.
어떤 사람은 말로써 뜻을 잘 사무쳐보려고 힘을 쓰지만, 뜻이 흐릿한 말로 말미암아서 뜻을 잘 사무치지 못한다.

지난 글에 제가 초점을 맞춘 사무치기 어려운 이유들과 달리 말 자체의 선택에 따른 사무치기 어려운 상황을 설명합니다.

첫째로 어떤 사람은 제가 뜻을 잘 알아보지 못하는 말을 씀으로써, 뜻을 서로 잘 사무칠 수 없게 만든다. 이를테면 어떤 사람이 ‘지도리’, ‘돌쩌귀’, ‘타당성’, ‘급발진’, ‘코스프레’, ‘레거시’와 같은 말의 뜻을 또렷하게 알지 못한 상태에서, 이런저런 말을 늘어놓게 되면, 뜻을 서로 잘 사무칠 수가 없다. 그런데 한국사람의 경우에 이와 같은 일이 여기저기서 흔하게 벌어지고 있다.   

외래어나 유행어를 써서 못 알아듣는 일은 이해할 수 없지만, 상대에 대한 배려가 다음과 같이 부족한 수준도 흔하게 벌어지고 있을까요?

둘째로 어떤 사람은 남이 뜻을 잘 알아보지 못하는 말을 씀으로써, 뜻을 서로 잘 사무칠 수 없게 만든다. 이를테면 어떤 사람이 초등학교 2학년생을 앞에 놓고서 ‘상호작용’이나 ‘교통수단’과 같은 말을 쓰는 경우이다. 그들은 ‘상호작용’이나 ‘교통수단’과 같은 말의 뜻을 또렷하게 알아보지 못한다. 그런데 한국사람의 경우에는 이와 같은 일이 여기저기서 흔하게 벌어지고 있다.

언뜻 공감은 가지 않는데, 아마 한국말에 대한 감수성이 부족한 탓이 아닌가 스스로를 돌아봅니다.


다른 사람을 힘들게 만들려는 말버릇

<우리가 인지조차 못하는 인격에 대한 욕망>의 내용을 떠오르게 하는 문단입니다.

04.
반면에 어떤 사람은 말로써 다른 사람을 누르기 위해서, 일부러 뜻을 알아보기 어려운 말을 쓴다. 이들은 말로써 뜻을 서로 사무치는 일보다, 남을 누르고 이기는 일에 힘을 기울인다. 윗자리에 있는 사람이 말의 힘이 모자랄 때, 아랫사람을 힘들게 만들고자 할 때 흔히 쓰는 방법이다.

더불어 <나만 위하려는 거짓말 그리고 양심과 아름다움>에서 언급한 기레기도 떠오릅니다. 신문이라는 그위에 형성된 권위를 이용한다는 점에서 한 명의 개인이 '아랫사람을 힘들게 만들고자 하는 일'보다 더욱 그위를 해치는 일이라 생각됩니다.

학문하는 사람들의 말버릇

미군정으로 시작한 대한민국은 선진국에 대한 열등감에 아직도 자유롭지 못합니다.

첫째로 어떤 사람은 뜻을 잘 알 수 없는 말을 써서, 일부러 말을 어렵게 만든다. 그들은 강대국에서 가져온 말이나 전문가들이 쓰는 말을 가져다가, 듣는 사람들이 기를 펴지 못하도록 만든다. 이들은 말을 듣는 사람들을 무식한 사람으로 몰고 가서, 바닥에 엎드리도록 만들고자 한다.

한때는 <우리가 인지조차 못하는 인격에 대한 욕망>을 표출 방법으로 영어를 쓰는 일이 넘쳐났습니다. 양상이 바뀌긴 했지만 지금도 어려운 표현으로 상대를 곤란하게 하는 일은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이 글을 쓰면서 스스로도 부지불식간에 그렇게 하고 있지 않나 잠시 걱정을 했습니다. 그리고, 위 문장을 보는데 예전에 윤구병 선생님의 어느 책에서 '학문하는 사람들의 말버릇'을 질타하는 내용에 깊이 공감했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그 문장만으로도 그분에 대한 존경심 갖게 되었는데, 나중에 아이들 사전을 하나 사려는데 윤구병 선생님 이름이 있어 고민 없이 구입했습니다.


말을 통해 드러나는 사람, 사람을 가늠하게 하는 말

다음 문장은 또렷하게 경험과 연결이 되지 않습니다.

둘째로 어떤 사람은 뜻이 오락가락하는 말을 써서, 일부러 말을 헷갈리게 만든다. 그들은 이렇게 말하는 것도 아니고 저렇게 말하는 것도 아닌 말을 늘어놓음으로써, 듣는 사람이 갈피를 잡지 못하게 만든다. 이들은 말을 듣는 사람을 갈팡질팡하게 만들어서, 안절부절못하도록 만들고자 한다.    

계획한 것이라면 기레기와 비슷한 현상인 듯하고, 차리지 않고 말하는 경우라면 저 역시 중언부언할 때 이러한 모습이 아닐까 부끄러워지기도 합니다.

05.
사람들은 누가 하는 말을 들어보게 되면, 그가 어떤 생각으로 어떻게 살아가는 사람인지 얼추 알아볼 수 있다.

말하기 급급한 마음만 다스릴 수 있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첫째로 어떤 사람이 ‘그위(公)’의 것으로서 말이 말하게 하는 바를 그대로 따르는 사람인지 아닌지 살피게 되면, 그가 가진 양심이 어떤 것인지 얼추 알아볼 수 있다.

사람들은 어렵지 않게 상대의 정직성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둘째로 어떤 사람이 ‘그위(公)’의 것으로서 말이 가진 낱낱의 뜻을 어디까지 묻고 따지는지 살피게 되면, 그가 생각하는 것이 어느 정도로 어디까지 깊고 넓게 미칠 수 있는지 얼추 알아볼 수 있다.

'이해의 폭'이란 어구가 떠오릅니다. 평소 이런 상황에 대응시켜 온 듯합니다.

셋째로 어떤 사람이 ‘그위(公)’의 것으로서 말이 가진 사무치는 힘을 어느 정도로 느끼는지 살피게 되면, 그가 남과 함께 하는 일이 어느 정도로 어디까지 깊고 넓게 미칠 수 있는지 얼추 알아볼 수 있다.

흔히 사람들은 이를 '사상'이나 '철학' 따위의 말로 표현하는 내용이나 느낌이 아닐까 싶습니다.


지난 묻따풀 2023 연재

1. 한국말에서 위함과 바람과 꾀함과 보람

2. 욕망하는 두 개의 나: 온인 나와 쪽인 나

3. 사람으로 살아가는 네 가지 일

4. 두 가지 온인 나 그리고 쪽인 나로 살필 여섯 가지

5. 사람들이 한국말로써 세상을 담아내는 방식

6. 사람들이 영국말로써 세상을 담아내는 방식

7. 한국사람에게 힘은 무엇을 말하는가?

8. 영국말로 세상을 담아내는 방식을 활용해 보자

9. 영국말에서 있음, 꼴됨, 이됨, 일됨 살펴보기

10. 언어에 대한 일반이론

11. 한국말은 어떻게 나눠지는가?

12. 한국말에서 문장은 곧이말을 풀어내는 것이다

13. 한국말에서 자유란 무엇인가?

14. 한국사람에게 사람이란?

15. 한국사람에게 나 그리고 인간(人间)은 무엇인가?

16. 한국사람이 임자로 살아야 하는 이유

17. 언어로 빚는 살리는 힘을 조직하는 능력

18. 한국사람에게 사람됨이란 무엇인가?

19. 사람됨 안에 쌓이고 녹아 있는 문맥

20. 줏대와 잣대에 대해 새롭게 생각해 보기

21. 사회적 성공과는 기준이 다른 줏대

22. 줏대와 잣대로 삶의 순간들을 차려 보자

23. 한국말에서 사람됨과 인성, 인품, 인격

24. 사람됨의 줏대 : 주관(主觀)

25. 줏대를 펼쳐서 누리는 힘 : 권리(權利)

26. 보편적인 인권 그리고 내 삶의 균형

27. 사람의 구실 : 자격(資格)에 대한 묻따풀

28. 우리가 인지조차 못하는 인격에 대한 욕망

29. 인격을 존중하거나 무시하는 일

30. 대한민국에 인격 차별이 존재하는가?

31. 인격 차별이라는 유산과 수평적 소통

32. 사람답게 살아야 하고, 사람다운 사람이 되어야 한다

33. 존비어체계와 민주적 인간관계의 충돌(上)

34. 존비어체계와 민주적 인간관계의 충돌(下)

35. 사람이 눈으로 무엇을 보는 것

36. 사람은 어떻게 말이 뜻을 갖게 만드는가?(上)

37. 사람은 어떻게 말이 뜻을 갖게 만드는가?(下)

38. 사람이 떡을 먹는 일로 시작하는 바탕 차림 공부

39. 나-나다, 너-넘다, 그-긋다 그리고 한다의 바탕 차림

40. 대부분 몰랐던 한국말의 놀라운 바탕

41. ‘그위’에 자리한 것으로서 말과 그 쓰임

42. 바로 보고 녀기는 역량 그리고 바탕을 함께 하는 대화법

43. 두루 함께 하는 말과 ‘그위(公)’의 지배

44. 나만 위하려는 거짓말 그리고 양심과 아름다움

45. 말을 바탕으로 더불어 어울려 살아가기와 말로 사무치기

작가의 이전글 저장소 관리의 노하우: 폴더 구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