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따풀 2024: 함께 말 차리기
지난 글 <마주해야 보인다, 본 것에 마음이 가면 녀긴다>에서 이어집니다.
02.
사람들은 낱말을 만들어 생각을 펼치게 되자, 문화를 가꾸고 문명을 일구는 임자로서 우뚝 설 수 있게 되었다.
다음 그림을 절로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주의해서 읽어야 합니다. '문화를 가꾸고 문명을 일구는 임자'는 인류에 대한 총체적인 표현입니다. 내가 내 삶에 대해서 혹은 내 주변 공동체에 대해서 어떠한 입장이며 어떠한 양상으로 살아가는지는 각자의 상황에 따라 다릅니다.
지난해 11월에 <줏대와 잣대로 삶의 순간들을 차려 보자>라는 글을 쓴 이유가 그러한 사항을 인지하고 어떻게 표현하는가를 다루고 있습니다. 차리는 힘이 생기면 <사람됨의 줏대 : 주관(主觀)>가 형성되고, 그에 따라 살아가면 <줏대를 펼쳐서 누리는 힘 : 권리(權利)>을 얻는다고 하겠습니다.
앞서는 인식 총체에 대한 설명이었다면, 다음 문단은 낱말에 대한 또렷한 차림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03.
사람들이 낱말을 만들어 쓰는 것은 아무렇게나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것이 만들어진 까닭이 또렷해야 하고, 뜻과 맛이 오롯해야 하고, 다른 이들이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이런 까닭으로 누가 어떤 낱말을 만들더라도 오래도록 살아남는 것은 매우 적다.
이에 대해서는 55회 묻따풀 강학회에서 배운 내용이 있는데, 뒤이어 같은 형식으로 따져 묻겠습니다. 그래서 앞서 손때를 묻힌 그림을 인용합니다.
최봉영 선생님께 처음 들을 '터박이 말'이라는 단어가 등장합니다.
04.
사람들이 오랫동안 함께 배우고 써온 낱말 가운데 삶의 씨줄과 날줄을 이루는 낱말은 터박이 바탕 낱말로서 자리하게 된다. 사람들은 이런 낱말을 가지고서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는 일에 필요한 온갖 것을 하나하나 알뜰하게 차려나간다. 이런 낱말에는 사람이 사람다움을 이루어서 아름다움으로 나아가는 큰 길이 널따랗게 닦여 있다.
당연(?)하게도 표준국어대사전에는 '토박이-말(土박이말)만 있습니다.
『언어』 해당 언어에 본디부터 있던 말이나 그것에 기초하여 새로 만들어진 말. 국어에서는 ‘아버지’, ‘어머니’, ‘하늘’, ‘땅’ 따위가 있다. =고유어.
지구촌화 된 세상에서 기원을 따지는 토박이말의 가치는 점차 의미가 사라집니다. 반대로 다양하게 말이 변천하니 터박이 말의 중심이 되는 터박이 바탕 낱말을 또렷이 알아차리는 일은 더욱 중요해진다고 하겠습니다.
05.
사람들이 삶에서 씨줄과 날줄을 이루는 터박이 바탕 낱말의 뜻을 깊고 넓게 살피게 되면 큰 깨달음에 이를 수 있다. 수많은 이들이 오랫동안 함께 갈고닦아 놓은 엄청난 슬기를 만나서 알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聖人, 聖賢, 賢者로 일컫는 이들은 모두 그들이 배우고 쓰는 터박이 바탕 낱말을 깊고 넓게 묻고 따져서 삶의 슬기를 찾아서 펼친 이들이다. 그런데 이런 일이 쉽지 않은 까닭으로 사람들은 누가 한 말이나 글을 좇아서 자잔한 깨달음에 이르는 것에 머무르고 만다
4. 두 가지 온인 나 그리고 쪽인 나로 살필 여섯 가지
10. 언어에 대한 일반이론
11. 한국말은 어떻게 나눠지는가?
13. 한국말에서 자유란 무엇인가?
14. 한국사람에게 사람이란?
15. 한국사람에게 나 그리고 인간(人间)은 무엇인가?
24. 사람됨의 줏대 : 주관(主觀)
29. 인격을 존중하거나 무시하는 일
32. 사람답게 살아야 하고, 사람다운 사람이 되어야 한다
35. 사람이 눈으로 무엇을 보는 것
38. 사람이 떡을 먹는 일로 시작하는 바탕 차림 공부
39. 나-나다, 너-넘다, 그-긋다 그리고 한다의 바탕 차림
42. 바로 보고 녀기는 역량 그리고 바탕을 함께 하는 대화법
45. 말을 바탕으로 더불어 어울려 살아가기와 말로 사무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