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영회 습작 Jan 02. 2024

정신을 차리고 터박이 바탕 낱말을 또렷하게 따져 묻기

묻따풀 2024: 함께 말 차리기

지난 글 <마주해야 보인다, 본 것에 마음이 가면 녀긴다>에서 이어집니다.


말에 바탕을 둔 문명 세계

02.
사람들은 낱말을 만들어 생각을 펼치게 되자, 문화를 가꾸고 문명을 일구는 임자로서 우뚝 설 수 있게 되었다.

다음 그림을 절로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주의해서 읽어야 합니다. '문화를 가꾸고 문명을 일구는 임자'는 인류에 대한 총체적인 표현입니다. 내가 내 삶에 대해서 혹은 내 주변 공동체에 대해서 어떠한 입장이며 어떠한 양상으로 살아가는지는 각자의 상황에 따라 다릅니다.


정신을 차리고 또 말을 또렷이 차리기

지난해 11월에 <줏대와 잣대로 삶의 순간들을 차려 보자>라는 글을 쓴 이유가 그러한 사항을 인지하고 어떻게 표현하는가를 다루고 있습니다. 차리는 힘이 생기면 <사람됨의 줏대 : 주관(主觀)>가 형성되고, 그에 따라 살아가면 <줏대를 펼쳐서 누리는 힘 : 권리(權利)>을 얻는다고 하겠습니다.


앞서는 인식 총체에 대한 설명이었다면, 다음 문단은 낱말에 대한 또렷한 차림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03.
사람들이 낱말을 만들어 쓰는 것은 아무렇게나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것이 만들어진 까닭이 또렷해야 하고, 뜻과 맛이 오롯해야 하고, 다른 이들이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이런 까닭으로 누가 어떤 낱말을 만들더라도 오래도록 살아남는 것은 매우 적다.

이에 대해서는 55회 묻따풀 강학회에서 배운 내용이 있는데, 뒤이어 같은 형식으로 따져 묻겠습니다. 그래서 앞서 손때를 묻힌 그림을 인용합니다.


토박이 말이 아니라 터박이 말

최봉영 선생님께 처음 들을 '터박이 말'이라는 단어가 등장합니다.

04.
사람들이 오랫동안 함께 배우고 써온 낱말 가운데 삶의 씨줄과 날줄을 이루는 낱말은 터박이 바탕 낱말로서 자리하게 된다. 사람들은 이런 낱말을 가지고서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는 일에 필요한 온갖 것을 하나하나 알뜰하게 차려나간다. 이런 낱말에는 사람이 사람다움을 이루어서 아름다움으로 나아가는 큰 길이 널따랗게 닦여 있다.

당연(?)하게도 표준국어대사전에는 '토박이-말(土박이말)만 있습니다.

『언어』 해당 언어에 본디부터 있던 말이나 그것에 기초하여 새로 만들어진 말. 국어에서는 ‘아버지’, ‘어머니’, ‘하늘’, ‘땅’ 따위가 있다. =고유어.

지구촌화 된 세상에서 기원을 따지는 토박이말의 가치는 점차 의미가 사라집니다. 반대로 다양하게 말이 변천하니 터박이 말의 중심이 되는 터박이 바탕 낱말을 또렷이 알아차리는 일은 더욱 중요해진다고 하겠습니다.

05.
사람들이 삶에서 씨줄과 날줄을 이루는 터박이 바탕 낱말의 뜻을 깊고 넓게 살피게 되면 큰 깨달음에 이를 수 있다. 수많은 이들이 오랫동안 함께 갈고닦아 놓은 엄청난 슬기를 만나서 알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聖人, 聖賢, 賢者로 일컫는 이들은 모두 그들이 배우고 쓰는 터박이 바탕 낱말을 깊고 넓게 묻고 따져서 삶의 슬기를 찾아서 펼친 이들이다. 그런데 이런 일이 쉽지 않은 까닭으로 사람들은 누가 한 말이나 글을 좇아서 자잔한 깨달음에 이르는 것에 머무르고 만다


지난 묻따풀 2024: 함께 말 차리기 연재

1. 마주해야 보인다, 본 것에 마음이 가면 녀긴다


지난 묻따풀 2023 연재

1. 한국말에서 위함과 바람과 꾀함과 보람

2. 욕망하는 두 개의 나: 온인 나와 쪽인 나

3. 사람으로 살아가는 네 가지 일

4. 두 가지 온인 나 그리고 쪽인 나로 살필 여섯 가지

5. 사람들이 한국말로써 세상을 담아내는 방식

6. 사람들이 영국말로써 세상을 담아내는 방식

7. 한국사람에게 힘은 무엇을 말하는가?

8. 영국말로 세상을 담아내는 방식을 활용해 보자

9. 영국말에서 있음, 꼴됨, 이됨, 일됨 살펴보기

10. 언어에 대한 일반이론

11. 한국말은 어떻게 나눠지는가?

12. 한국말에서 문장은 곧이말을 풀어내는 것이다

13. 한국말에서 자유란 무엇인가?

14. 한국사람에게 사람이란?

15. 한국사람에게 나 그리고 인간(人间)은 무엇인가?

16. 한국사람이 임자로 살아야 하는 이유

17. 언어로 빚는 살리는 힘을 조직하는 능력

18. 한국사람에게 사람됨이란 무엇인가?

19. 사람됨 안에 쌓이고 녹아 있는 문맥

20. 줏대와 잣대에 대해 새롭게 생각해 보기

21. 사회적 성공과는 기준이 다른 줏대

22. 줏대와 잣대로 삶의 순간들을 차려 보자

23. 한국말에서 사람됨과 인성, 인품, 인격

24. 사람됨의 줏대 : 주관(主觀)

25. 줏대를 펼쳐서 누리는 힘 : 권리(權利)

26. 보편적인 인권 그리고 내 삶의 균형

27. 사람의 구실 : 자격(資格)에 대한 묻따풀

28. 우리가 인지조차 못하는 인격에 대한 욕망

29. 인격을 존중하거나 무시하는 일

30. 대한민국에 인격 차별이 존재하는가?

31. 인격 차별이라는 유산과 수평적 소통

32. 사람답게 살아야 하고, 사람다운 사람이 되어야 한다

33. 존비어체계와 민주적 인간관계의 충돌(上)

34. 존비어체계와 민주적 인간관계의 충돌(下)

35. 사람이 눈으로 무엇을 보는 것

36. 사람은 어떻게 말이 뜻을 갖게 만드는가?(上)

37. 사람은 어떻게 말이 뜻을 갖게 만드는가?(下)

38. 사람이 떡을 먹는 일로 시작하는 바탕 차림 공부

39. 나-나다, 너-넘다, 그-긋다 그리고 한다의 바탕 차림

40. 대부분 몰랐던 한국말의 놀라운 바탕

41. ‘그위’에 자리한 것으로서 말과 그 쓰임

42. 바로 보고 녀기는 역량 그리고 바탕을 함께 하는 대화법

43. 두루 함께 하는 말과 ‘그위(公)’의 지배

44. 나만 위하려는 거짓말 그리고 양심과 아름다움

45. 말을 바탕으로 더불어 어울려 살아가기와 말로 사무치기

46. 사무치기 어려운 말버릇과 말로 사람을 가늠하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