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말을 걸어 글로 쓰는 이야기
<스피노자 대신에 김성근 감독님>에서 스무 쪽 님짓을 읽고 말이 내게 말을 걸어서 참지 못하고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감독님의 표정과 함께 딱 두 개의 매듭말[1]이 하는 말이 다시 꼬리에 꼬리를 물어 하나의 글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새 해가 바뀌었습니다. 다시 야신[2]의 글말이 나에게 말을 하는 내용을 저의 글말로 풀어 보려고 합니다.
그래, 감독 한 번 해보겠다고 오케이를 내렸다. '최강야구의 목표는 승률 7할'이라는 PD의 말도 마음에 들었다. 분명한 목표가 있고 그게 수치로 나타나니까.
분명한 목표가 있어야 동력이 생긴다는 말처럼 들렸습니다. 인용한 문장의 바로 위에 '의식'이라는 단어가 있는데, 처음 여기까지 읽을 때만 해도 야신에게 '의식'이라는 잣대가 얼마나 중요한지 몰랐습니다. <저는 의지를 믿지 않습니다> 류의 말을 자주 했지만, 의식이라는 말을 자주 쓰지 않았기 때문에 제가 이 말들을 제대로 차리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먼저 의식부터 살펴봅니다. 야신이 말하는 의식은 사전 풀이 중에서 세 번째 항목에 해당하는 듯합니다.
의지는 얼마나 다를까요? '이루어 내려고 하는 마음'과 야신이 말하는 의식은 미묘한 차이가 있습니다.
다음 다발말[3]은 야신의 시대를 읽는 밝은 눈을 보여줍니다.
내가 최강야구에 처음 와서 선수들에게 한 말은 사명감을 가지라는 것이었다. 요즘은 비유하자면 교과서와 참고서가 없는 세상이다. <중략> 그런데 지금은 각자 자기가 가진 재능을 찾아 그걸 자기 나름대로 꽃피워야 한다. 자기가 답을 만들어가야 하는 시대라는 것이다.
이후에 책을 계속 읽으면서 더욱 확신하는 바는 그가 말하는 '의식'은 이를 포함하는 개념이란 점입니다. 이 글을 쓸 즈음에 인스타 추천으로 본 BTS 래퍼 RM의 말들이 야신의 시대 인식을 지지하는 듯이 보였습니다.
그리고 이 느낌이 주는 감동이 진해서 다소 비약을 만들었는지 저를 발동시켰습니다. 발동을 설명하기 위해 먼저 약간의 배경 설명이 필요합니다.
2020년 5월 별 의도 없이 머릿속 생각을 쏟아내려고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특별한 목적은 없었기에 '습작'이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그런데 어느덧 3년 반이 흘렀고 이 글을 쓰는 시점에 981개의 글이 모였습니다.
지난 10월 1,000개를 찍으면 독자를 위해 글을 쓰는 작가로 데뷔해야겠다는 막연한 결심을 한 일이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글은 생각을 풀어내고 기록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습니다. 다시 말해서 저 스스로를 위한 글 쓰기였습니다. 그런데, 조만간 1,000개를 넘기는 시점에는 방향을 바꾸어 독자들을 위한 글 쓰기를 하기로 확고하게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 바탕에 야신이 쓰신 책의 말들이 작용한 듯합니다.
거기에 RM의 이야기도 저에게 말을 걸었는데, 설사 당장 작가로서 부족할 테지만 ‘일구이무’ 하다 보면 나와 주파수를 맞출 수 있는 독자들을 찾을 수 있다는 의식을 어렴풋하게나마 만들게 합니다.
[1] 왜 매듭말인지는 <언어에 대한 일반이론>에서 일부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2] 김성근 감독님은 너무 길고, 감독님이라고 하면 누구를 지칭하는지 모호해 '야신'으로 쓰겠습니다.
[3] 왜 다발말인지는 <언어에 대한 일반이론>에서 일부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