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영회 습작 Dec 29. 2023

스피노자 대신에 김성근 감독님

말이 말을 걸어 글로 쓰는 이야기

아마 올해 읽는 마지막 책이 될 듯한 김성근 감독님의 <인생은 순간이다>를 20쪽 정도 읽었는데, 책이 말을 걸었습니다.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면 최봉영 선생님 말씀 대로 책 속의 말들이 나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一球二無: 내일 죽는 한이 있더라도 베스트를 하라

인용한 포기말[1]은 저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스피노자가 했다는 말과 느낌이 같은데.


문구가 정확히 기억나지 않아 찾아보았습니다.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온다 할지라도, 나는 오늘 한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

찾는 과정에서 제 글을 대상으로 검색했더니 스피노자의 다른 포기말들을 인용하고 있었습니다. 먼저, <인생이 가벼워지는 비움의 기술>에서 인용한 포기말입니다.

사람은 할 수 없다고 말할 때, 사실은 하고 싶지 않다고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다.

인용문 위에 제가 붙여 둔 매듭말[2]은 박문호 박사님 설명 대로 글을 쓸 때 마음을 불러옵니다. 기억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짧은 순간 인식을 강화합니다.



그리고 그 매듭말은 다시 저에게 말을 겁니다.

야. 이거, unlearnig에 대한 이야기 아니야?


경청은 다른 존재의 상태에 관심을 두는 일에서 시작

이틀 전에 <어쩌면 지금은 Unlearning을 배울 때>를 썼던 역사(?)가 이제는 미래가 되어 과거의 제가 현재의 저를 만나 대화를 하게 하는 꼴입니다. 정신을 차리고 이틀 전에 빠진 느낌에 빠져 과거의 제가 쓴 느낌을 왜곡하지 않으려고 애를 씁니다. <듣기의 말들>을 읽고 남겨 둔 '듣는 귀'에 대한 경험과 기록을 저를 경청하도록 돕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틀 전에 동료들과 나눈 대화 속의 말들이 더 또렷하게 저를 돕는 듯합니다. 바로 <우연하게 찾아온 내 삶을 차리는 독서의 시작>에 글말로 담은 감동이 이어지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리하여 동료들과 <당신이 옳다>을 읽고 나눈 입말이 몸안 어딘가에 남아서 다시 저에게 말을 겁니다.  


사실을 있는 그대로 보기: 긍정(肯定)

그리하여 다시 <긍정(肯定), 사실을 있는 그대로 보기>를 실천합니다. 제 생각을 잠시 내려 두고 검색으로 찾은 <인생이 가벼워지는 비움의 기술>을 그대로 다시 봅니다.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 책에 담긴 미니멀리스트의 삶에 대한 공감을 다룬 글입니다. 물건에 대한 욕심을 깨닫고 집안의 살림살이를 차리는 내용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는 Unlearning을 떠 올린 이유를 다시 바라봅니다. 지식에 대한 욕심이 Unlearning을 방해할까요? 그보다는 내가 오랫동안 배운 것을 버리는 일에 대한 두려움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미니멀리스트' 관점으로 Unlearning이 어떤 의미를 지닐까 스스로 묻고 따져 봅니다. 그랬더니 한정된 두뇌에 시간을 고려하면 Unlearning을 해서 생존에 필요한 지식과 기술로 집중하는 편이 좋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방금 제가 한 행동은 제 줏대를 세워서 잣대를 맞춰 보는 행동이 아닌가 싶습니다.


스피노자 대신에 김성근 감독님

검색 결과 <따를 만한 리더가 되는 법>에서 다음 내용을 인용하고 있었습니다.

Oh my science! 박문호 박사님이 알려 주신 현상적 세계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그리고 김성근 감독님의 매듭말에서 '의식'이란 단어가 또렷하게 들어있습니다.

그 옆에 있는 사진을 보는데 김성근 감독님을 한번 만나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 그는 야신으로 불리는 감독님이 아니라 스피노자에 비견될 현자로 보였습니다. 적어도 저에게는 말이죠.


주석

[1] 왜 포기말인지는 <언어에 대한 일반이론>에서 일부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2] <한국말 말차림법>에서 제안한 어구에 대한 토박이 말입니다. 왜 매듭말인지는 <언어에 대한 일반이론>에서 일부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지난 말이 말을 걸어 글로 쓰는 이야기 연재

1. 질문이 우선하고, 실행이 질문을 만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