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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영회 습작 Jan 15. 2024

낱말의 뜻을 또렷하게 알아야 할까?

묻따풀 2024: 함께 말 차리기

최봉영 선생님의 페북 글《한국의 지식인과 얼치기 낱말》중에서 '3. 사람이 낱말의 뜻을 아는 일'이라는 이름으로 묶인 다발말[1] 중에서 01~03에 대해 묻고 따져 풀어 보는 글입니다.


낱말의 뜻을 또렷하게 알기

먼저 낱말의 뜻을 또렷하게 아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01.
똑똑하고 야무진 사람이 되려면 낱말의 뜻을 또렷하게 알아야 한다. 사람은 낱말의 뜻을 또렷하게 아는 것을 바탕으로 생각을 또렷하게 펼쳐갈 수 있고, 생각을 또렷하게 펼쳐가는 것을 바탕으로 일을 야무지게 해낼 수 있다. 낱말의 뜻을 또렷하게 알지 못하는 사람이 생각을 또렷하게 펼쳐서 일을 야무지게 하는 것은 배고픈 사람이 물로 배를 채우는 일과 같아서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다.

손때를 묻힌 그림으로 독자들의 이해를 도울 수 있을까요?

낱말의 뜻을 제대로 알 수 있는 바른 길

이어서 낱말의 뜻을 제대로 알 수 있는 바른 길에 대해 강조하는 다발말입니다.

사람들은 낱말의 뜻을 또렷하게 아는 일에 힘을 기울여야, 낱말의 뜻을 또렷하게 아는 사람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사람들이 낱말의 뜻을 또렷하게 아는 일에 힘을 기울이더라도 바른 길을 찾아서 제대로 하지 않으면 낱말의 뜻을 또렷하게 아는 사람이 되지 못한다. 이런 까닭으로 낱말의 뜻을 제대로 알 수 있는 바른 길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데 이것은 그냥 절로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다발말을 읽다가 최봉영 선생님 논리의 바탕을 꺼내어 그림으로 묘사하고 싶었습니다.


낱말의 뜻을 헤아리는 까닭, 방법, 열매

이어지는 다발말은 반박할 수 없는 이야기입니다.

사람들이 낱말의 뜻을 알아보는 일에 힘을 기울이는 것은 저마다 다를 수 있다. 사람들이 낱말의 뜻을 알아보고 싶어 하는 까닭, 낱말의 뜻을 알아보는 방법, 낱말의 뜻을 알아보고서 거둘 수 있는 열매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반박할 수 없는 다발말이 이유인지 아니면 한번 그림을 그렸더니 생긴 일종의 관성인지 계속 그림으로 그리고 싶어 졌습니다. 잠시 선생님 글을 주제를 벗어나 습관이 축적하는 관점에서 보면 <그리스 수학의 번영 (下)>에서 했던 방식이 이렇게 쌓입니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제가 그린 두 그림 사이에서도 연관이 보였습니다. 마치 연립 방정식을 풀 듯이 둘을 함께 놓고 그림으로 다시 그려 보았습니다.


개성의 영역이 아닌 바른 길

이것이야 말로 손때[2]의 승리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까닭, 열매, 방법 따위를 나열했더니 '바른 길'과 ‘방법’이 바로 연결이 되었습니다. 연립 방정식처럼 느낀 부분도 이 지점이죠. '그럼 나머지는 무엇일까?'라는 질문이 절로 생겼습니다.

조금 궁리를 했더니 '되다'라는 벡터와 연결이 되는 듯했습니다. 그래서 까닭과 열매를 순서대로 놓아보니 다름 아닌 인과(因果)였습니다. 인생의 길은 우리의 믿음 속에서 인과로 연결할 수 있습니다. 그 믿음은 주관적인 것이고 개성의 영역이라 생각합니다.


이렇게 놓고 보니 바른 길에 대한 선생님의 주장은, 개성의 영역이 아닌 바른 길이 있다는 말로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부끄러운 기억이 떠오르다

다음 다발말은 부끄러운 기억을 떠오르게 했습니다.

사람들이 낱말의 뜻을 알아보는 일에 힘을 기울이는 것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낱말의 뜻을 알아보는 일에 힘을 기울이는 사람의 경우이다. 그들은 낱말이 가진 바탕뜻, 짜임뜻, 쓰임뜻, 펼침뜻 따위를 잘 알아야 생각을 또렷하게 펼칠 수 있다고 생각하여 낱말의 뜻을 알아보는 일에 힘을 기울이고자 한다. 다른 하나는 사람들이 낱말의 뜻을 알아보는 일에 힘을 기울이지 않는 경우이다. 그들은 낱말이 가진 쓰임뜻을 알고 쓸 수 있으면 된다고 생각하여 낱말의 뜻을 알아보는 일에 힘을 기울이지 않는다. 그들은 특별한 경우에 사전을 찾아서 낱말의 뜻을 살펴보는 것에 그친다. 많은 이들이 이와 같은 태도를 갖고 있다.

2012년 경으로 기억하는데, IT컨설팅 회사 재직시절 대기업 대상으로 컨설팅을 할 때였습니다. 임원 보고 자료에 당시 유행해서 사족으로 넣은 'a.k.a'란 표현을 클라이언트가 보더니 무슨 뜻인지 아느냐고 물었습니다. 당시 머릿속으로 '너무 당연한 것을 왜 묻나?' 싶었는데, 답을 하며 보니 제대로 의미를 알지 못하는 상태로 꼭 필요하지도 않은 말을 쓰고 있었습니다.


그 후로 저에게 사전(주로 위키피디아)을 보는 습관이 생겼고, 다음번 클라이언트는 저를 보고 (학창 시절 이후에) 사전을 보고 학습하는 사람은 처음 보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한 저의 행태도 '특별한 경우에 사전을 찾아서 낱말의 뜻을 살펴보는 것에 그친다'라고 할 수 있으니 최봉영 선생님이 말씀하신 '낱말의 뜻을 알아보는 일에 힘을 기울이는 사람'은 꽤나 드물다 하겠습니다. 적어도 제 경험 속에서는요.


주석

[1] <한국말 말차림법>에서 제안한 단락에 대한 토박이 말입니다. 왜 다발말인지는 <언어에 대한 일반이론>에서 일부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2] <학습법과 창의성 모두 기억이 핵심이다>에서 인용한 박문호 박사님의 말, '내 감정의 손때를 묻히라는 겁니다'에서 유래합니다.


지난 묻따풀 2024: 함께 말 차리기 연재

1. 마주해야 보인다, 본 것에 마음이 가면 녀긴다

2. 정신을 차리고 터박이 바탕 낱말을 또렷하게 따져 묻기

3. 말의 바탕치, 짜임새, 쓰임새, 펼침새 따위를 살피다

4. 속말과 말차림: 대화에서 얻은 보물

5. 임자인 사람은 살리고 그 결과는 크다

6. 말과 마디말에 대하여

7. 개념의 구성 요소: 원칙, 생각, 믿음

8. 생각을 또렷하게 펼치려고 힘을 쏟기

9. 아직 잔재가 남았지만 곧 사라질 형식적 권위주의

10. 아이와 영어책을 읽다가 영어 문장의 차림을 짚어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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