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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영회 습작 Jan 11. 2024

생각을 또렷하게 펼치려고 힘을 쏟기

묻따풀 2024: 함께 말 차리기

최봉영 선생님의 페북 글《한국의 지식인과 얼치기 낱말》중에서 '2. 사람이 낱말로 생각을 펼침' 구절에서 05 ~ 06까지의 다발말[1]에 대해 묻고 따져 풀어 보는 글입니다.


생각을 또렷하게 펼치려고 힘을 쏟기

다음 다발말을 읽으니 말하자면 제가 왜 최봉영 선생님과 만나게 되었을까 그에 대한 힌트가 있습니다.

05.
사람들은 생각을 펼칠 때, 누구나 생각을 또렷하게 펼치고 싶어 한다. 사람들이 생각을 또렷하게 펼치면 머리가 맑고 밝은 상태에 이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여러 가지 것들로 말미암아 생각을 또렷하게 펼치는 일을 잘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어떤 이들은 생각을 또렷하게 펼치려고 힘을 쏟는 반면에 어떤 이들은 그냥 쉬운 대로 생각을 흐릿하게 펼치는 것에 머무르고 만다.

페북을 통해 선생님을 알게 되고 <한국인에게 나는 누구인가>를 비롯해 선생님의 책과 기록에 접근하게 된 이유는 '생각을 또렷하게 펼치는 일을 잘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어떤 이들은 생각을 또렷하게 펼치려고 힘을 쏟는'이라는 말에 담겨 있습니다.


자유를 향하는 임자와 안정을 추구하는 거만한 바보

다음 다발말[1]을 읽으면서는 '임자'에 대해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06.
사람들이 생각을 또렷하게 또는 흐릿하게 펼치는 일을 거듭하면, 버릇이 되어서 태도로 굳어진다. 그런데 사람들은 생각을 흐릿하게 펼치면서도 생각을 또렷하게 펼치는 것으로 잘못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들이 이런 잘못에 빠지는 것은 크게 두 가지 까닭이 있다. 하나는 그들이 생각을 흐릿하게 펼치면서도 생각을 또렷하게 펼친다고 그냥 쉽게 믿어버리는 것이다. 그들은 마음을 편하게 가질 수 있는 쪽으로 생각을 해서 그냥 그렇게 믿고 싶어 한다.

그리고 최근에 최봉영 선생님 페북 댓글에 오가던 대화에서 '유사 과학'이란 단어를 보면서 글쓴이의 '질투'가 아닐까 짐작하게 되었습니다. 너무나 강렬한 직감이라 선입관에 지나지 않을 수 있지만, 자신들의 경계를 침범한 지식인들을 향하는 그들의 표현은 어떤 면에서는 유시민 옮긴 파인만이 말한 '거만한 바보'를 떠오르게도 했기 때문입니다.

토론회에는 거만한 바보가 많았고, 그들이 나를 궁지에 몰았다. 바보는 나쁘지 않다. 대화할 수 있고 도울 수도 있다. 하지만 자신이 얼마나 대단한지 자랑하는 거만한 바보는 어떻게 할 수가 없다.

자기의 줏대와 잣대를 살리는 일은 임자로 사는 일이지만, 보기에 따라 새로운 길이고 나만 보이는 길이라 험난할 수 있습니다. 반면에 객관적이고 견고한 줏대와 잣대를 따르면 최소한 스스로 권위주의자란 사실을 깨달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예수를 부정하는 율법학자와 같은 태도로 삶을 대할 수 있습니다.


말이 말을 하여 나를 돕는 경험

계속해서 최봉영 선생님의 글을 보겠습니다.

다른 하나는 사람들이 생각을 또렷하게 펼치는 일이 말의 논리를 또렷하게 세우는 일에 있다고 굳게 믿어버리는 것이다. 그들은 생각을 또렷하게 펼치기 위해서 말의 논리를 세우는 일에 많은 힘을 기울인다. 그들은 생각을 또렷하게 펼치는 일이 낱말의 뜻을 또렷하게 아는 일에서 비롯한다는 것을 잘 알지 못한다.

저 역시 이 부류에 속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낱말의 뜻을 또렷하게 아는 일'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비교적 최근에 깨달았고, 호기심을 갖게 된 일의 시작이 아마 앞서 소개한 <한국인에게 나는 누구인가>를 읽을 때인 듯합니다.


다음 다발말은 두 가지를 연상시킵니다.

사람들이 어떤 말을 배우면 말의 논리를 세우는 법이 머릿속에 절로 차려진다. 말이 논리로 되어 있기 때문에 말을 배우는 일은 말의 논리를 차리는 일과 같기 때문이다. 이러니 사람들이 말을 배우게 되면 누구나 머릿속에 말차림법을 갖추게 된다. 말을 차려서 말하는 일에 조금만 신경을 쓰게 되면 누구든지 말의 논리를 또렷하게 세울 수 있다. 말의 논리를 세우는 일은 그렇게 특별한 일이 아니다.

첫 번째는 <말이 말을 걸어 나의 차림을 돕는다>에서 다룬 최봉영 선생님의 표현입니다.


말이 말을 하는 것도 유기적인 일인가?

두 번째는 <한국말 말차림법> 화상 회의의 후속 기록으로 황호성 님이 남겨 주신 댓글입니다.

이 글을 읽을 때, 말 자체가 '유기적oraganic'이란 느낌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막막하지만 뒤로 돌아갈 수는 없다

다음 다발말을 읽을 때는 가장 먼저 '막막함'이 찾아왔습니다.

사람들이 낱말의 뜻을 또렷하게 알아보는 것은 쉽지 않다. 첫째로 낱말의 수가 매우 많아서 사람들이 그것을 하나하나 익혀서 배우는 것이 쉽지 않다. 사람들은 낱말의 수를 늘려가는 일을 꾸준히 해야 한다. 둘째로 사람들은 낱말을 알고 있어도 그것의 뜻을 또렷이 아는 것이 쉽지 않다. 사람들이 낱말의 뜻을 또렷이 알려면 낱말의 바탕치, 짜임새, 쓰임새, 펼침새 따위를 잘 알아야 한다. 셋째로 사람들은 새로 마주하는 낯선 낱말을 알아보는 것이 쉽지 않다. 사람들은 새로운 낱말을 마주할 때마다 익혀서 배워나가야 한다. 사람들은 이런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어야 낱말의 뜻을 또렷하게 알아보는 일을 잘 해낼 수 있다.   

그러나 얼마 지니자 않아 지금처럼 계속하면 된다는 생각이 찾아왔습니다. <큰 나인 우리로 더불어 사람답게>를 쓴 시점이 2021년 5월입니다. 그때부터 헤아려도 3년 8개월인데, 무리하게 시간을 쓰지 않아도 지금 수준으로는 차리게 되었으니 앞으로도 시간을 계속 쓰면 나아질 것을 확신합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속담은 한 번도 저를 속인 일이 없습니다.

콩 심은 데 콩 난다


주석

[1] 왜 다발말인지는 <언어에 대한 일반이론>에서 일부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지난 묻따풀 2024: 함께 말 차리기 연재

1. 마주해야 보인다, 본 것에 마음이 가면 녀긴다

2. 정신을 차리고 터박이 바탕 낱말을 또렷하게 따져 묻기

3. 말의 바탕치, 짜임새, 쓰임새, 펼침새 따위를 살피다

4. 속말과 말차림: 대화에서 얻은 보물

5. 임자인 사람은 살리고 그 결과는 크다

6. 말과 마디말에 대하여

7. 개념의 구성 요소: 원칙, 생각, 믿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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