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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영회 습작 Jan 08. 2024

말이 말을 걸어 나의 차림을 돕는다

말이 말을 걸어 글로 쓰는 이야기

최봉영 선생님의 예언(?)을 실감하는 날들입니다.

이렇게 <말이 말을 걸어 글로 쓰는 이야기> 시리즈를 쓰고 있지만, 비단 여기 넣지 않은 <속말과 말차림: 대화에서 얻은 보물>도 비슷한 경험을 다룬 글입니다. 글로 다루지 않은 일상의 경험을 포함하면 실로 못 말리는 상황입니다.


일구이무一球二無 의식을 바탕으로 나누는 대화들

<인간에겐 한계가 없다는 걸 모르고 산다>까지 다섯 편의 글은 김성근 감독님의 책 스무 쪽을 읽고 차린 생각들을 말로 남긴 것입니다. 이후에도 책을 읽고 있고, 매번 말이 말을 걸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말이 말을 걸어 글로 쓰는 이야기> 연재는 주로 생각 속에서 벌어지는 책과 나의 대화가 중심이었습니다. 그런데 하루는 시간 차를 두기는 했지만 제가 임자가 되어 다양한 사람들과 책과 대화하는 상황은 인식하여 이를 글로 남깁니다.


먼저 시작은 <인생은 순간이다>를 읽고 밑줄을 치며 대화하는 식으로 진행하는 저의 책 읽는 습관에서 비롯하였습니다.

다음 문장에 감탄하며 '아내'라고 메모했습니다.

핑계 속으로 도망치는 인생은 언젠가 앞길이 막히게 되어 있다.

하루 전에 아내가 한 말에 상처를 받고, 탓하는 마음을 품고 있었기 때문이죠. 그런데, 저는 이를 아내의 잘못으로 돌리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핑계 속으로 도망치지 말자고 마음먹은 탓입니다. 그리고 몇 페이지 지나서,  똑같은 문장을 다시 만났을 때 이번에는 10년 정도 나에게 지침이 되어 주었던 XP를 떠날 때란 생각이 들어 'XP 졸업'이라는 암호(?) 문구[1]를 썼습니다.


책에서 배운 내용을 동료와 대화에 써먹다

이렇게 익힌 내용을 바로 쓸 상황이 펼쳐졌습니다. 동료가 마침 아내와 대화에 대해 어려움을 토로했습니다. 제 상황과 비슷하여 제 각오에 대해서 짤막하게 들려줬습니다. 이를 시각화하면 이렇습니다.

<인생은 순간이다>의 글말이 '핑계를 지우라'라고 말했고, 지난 아내의 입맛을 떠올리며 그에 대처하는 저의 자세를 정했습니다. 그리도 다시 같은 글말을 보며 앞으로는 XP를 대신해 <인생은 순간이다>가 그 지위를 차지하게 한다고 마음먹었습니다.[2]  시간이 조금 흐른 뒤에 동료와의 대화에서 이 경험이 퍼뜩 떠올라 그에게 저의 각오를 입말로 들려준 것이죠.


말을 차려서 살리는 힘을 이용하는 임자

최봉영 선생님 말씀대로 말이 말을 하면 못 말립니다. 날이 지나고 습관적으로 인스타를 열었다가 추천 콘텐츠를 봅니다. 아래 글말이 저에게 말을 겁니다.

제 머릿속은 이렇게 '속말'을 합니다.

맞아! 어제 엄마에게 내가 한 말이잖아.


그리고 어머니와 저녁에 나눈 대화를 떠올립니다. 어머니가 당신의 오빠에 대해 전할 수 없는 조언을 반복하셨습니다. 듣기 싫은 마음도 들고 어머니와 함께 <당신이 옳다>를 읽었기에 '충조평판'하지 마시라고 조언하면서 머릿속으로는 '남 탓 = 핑계'라는 생각을 떠올렸습니다. 이를 다시 그려 봅니다.

이렇게 그림으로 풀어서 따져 보니 <한국사람에게 사람이란?>에 담은 최봉영 선생님의 '차리다'와 '살리다'라는 말씀과 임자의 뜻이 조금 더 또렷해지는 느낌입니다.


주석

[1] 악필이라 가끔 스스로도 못 알아보기에 암호 문구라 칭합니다.

[2] Kent Beck에 대한 고마움과 동시에 잠시 그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려던 찰나에 이미 그와는 <Tidy First> 번역을 통해 새로운 인연을 맺고 있음을 깨닫자 미안함도 사라졌습니다.


지난 말이 말을 걸어 글로 쓰는 이야기 연재

1. 질문이 우선하고, 실행이 질문을 만든다

2. 스피노자 대신에 김성근 감독님

3. 야구라는 것으로 인생을 전하기

4. 야신이 말해 주는 자신만의 길

5. 새로운 운칠기삼(運七技三) 활용법

6. 인간에겐 한계가 없다는 걸 모르고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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