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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영회 습작 Jan 17. 2024

말의 쓰임새와 펼침새를 살펴보는 일

묻따풀 2024: 함께 말 차리기

최봉영 선생님의 페북 글《한국의 지식인과 얼치기 낱말》중에서 '3. 사람이 낱말의 뜻을 아는 일'이라는 이름으로 묶인 다발말[1] 중에서 지난 글에 이어서 04번에 대해 묻고 따져 풀어 보는 글입니다.


낱말의 쓰임새를 따지다

다음 다발말은 '낱말의 쓰임새'에 대한 설명입니다.

낱말의 쓰임새는 사람들이 어떤 낱말을 쓰는 말뜻의 쓰임새를 말한다. 이를테면 사람들은 ‘먹다’는 가지고서 ‘밥을 먹다’, ‘뇌물을 먹다’, ‘나이를 먹다’, ‘욕을 먹다’와 같이 쓴다. ‘먹다’는 밥과 같은 것을 먹는 것에서부터 뇌물을 먹는 것, 나이를 먹는 것, 욕을 먹는 것과 같은 것을 가리키는 말로 쓰인다. 사람들은 낱말의 쓰임새를 살펴봄으로써 낱말의 쓰임뜻을 알아볼 수 있다.

대화 과정에서 '쓰임새'는 또 둘로 나뉠 수 있을 듯합니다. 하나는 대화 상대가 '그 말을 왜 썼냐?' 하는 것입니다. 제가 <성공적 대화를 돕는 그림>을 그린 이유는 사람들이 업무 현장에서 대화가 매우 어려워했기 때문입니다. 맥락 파악이 되지 않으면 말 자체의 뜻에 이끌려 완전히 오해를 해서 갈등이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대화의 기술은 최봉영 선생님이 말씀하신 '낱말의 쓰임새'와는 다릅니다. 최봉영 선생님의 설명을 보면, 이는 낱말 본연의 쓰임새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아이와 대화를 하다 보면 낱말의 쓰임새를 몰라 상황에 맞지 않는 낱말을 쓰는 모습을 자주 봅니다. 부모 입장에서는 평소 아이를 관찰해서 맥락을 아니까 교정을 해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성인의 경우는 그렇게 해 줄 대상이 드물 테니 스스로 익혀야겠습니다. 이렇게 올바르지 않은 쓰임새가 낳는 일을 떠올리다 보니 앞서 선생님이 말씀하신 다발말이 다시 떠오릅니다.

낱말의 뜻을 또렷하게 알지 못하는 사람이 생각을 또렷하게 펼쳐서 일을 야무지게 하는 것은 배고픈 사람이 물로 배를 채우는 일과 같아서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다.


펼침새는 쓰임새와 짜임새에 바탕을 둔다

다음은 펼침새를 설명하는 다발말입니다.

낱말의 펼침새는 사람들이 어떤 낱말을 펼쳐나가는 펼침새를 말한다. 이를테면 사람들은 ‘먹다’에 바탕을 둔 ‘-먹다’를 가지고서 ‘잊어-먹다’. ‘까-먹다’, ‘집어-먹다’, ‘잡아-먹다’, ‘두고-먹다’와 같이 펼쳐나간다. 이때 ‘-먹다’는 무엇에서 일어난 어떤 일을 통해서 무엇이 완전히 사라져버린 상태에 이른 것을 나타내는 말이다. 사람들이 낱말의 펼침새를 살펴봄으로써 낱말의 펼침뜻을 알아볼 수 있다.  

앞서 살펴본 '쓰임새'에 따라 말소리를 조합하는 '짜임새'를 조합하여 뜻을 펼치는 모양입니다. 이를 손때[2]를 묻혀 도식화합니다. 쓰임새도 함께 그림에 넣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04번에 대해 묻고 따지는 일을 마쳤습니다.

사람들은 낱말이 가진 바탕치, 짜임새, 쓰임새, 펼침새 따위를 두루 살피게 되면 낱말의 뜻을 또렷하게 알아볼 수 있다. 이런 것을 값지게 여기는 이들은 낱말의 뜻을 알아보는 일에 많은 힘을 기울이게 된다.

그리고 사분면에 대한 선호로 인해 '바탕치, 짜임새, 쓰임새, 펼침새 따위'를 묶어서 하나의 그림으로 완성했습니다.


주석

[1] 왜 다발말인지는 <언어에 대한 일반이론>에서 일부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2] <학습법과 창의성 모두 기억이 핵심이다>에서 인용한 박문호 박사님의 말, '내 감정의 손때를 묻히라는 겁니다'에서 유래합니다.


지난 묻따풀 2024: 함께 말 차리기 연재

1. 마주해야 보인다, 본 것에 마음이 가면 녀긴다

2. 정신을 차리고 터박이 바탕 낱말을 또렷하게 따져 묻기

3. 말의 바탕치, 짜임새, 쓰임새, 펼침새 따위를 살피다

4. 속말과 말차림: 대화에서 얻은 보물

5. 임자인 사람은 살리고 그 결과는 크다

6. 말과 마디말에 대하여

7. 개념의 구성 요소: 원칙, 생각, 믿음

8. 생각을 또렷하게 펼치려고 힘을 쏟기

9. 아직 잔재가 남았지만 곧 사라질 형식적 권위주의

10. 아이와 영어책을 읽다가 영어 문장의 차림을 짚어 봄

11. 낱말의 뜻을 또렷하게 알아야 할까?

12. 말의 바탕치와 짜임새를 살펴보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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