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들과 함께 배우기 2024
<한자 쓰기로 배우는 아이의 자기 주도 학습>을 쓴 바로 다음날에도 계속되었습니다. 아이가 어제 보던 책을 들고 오면서 시작되었죠. 혼자 읽는 대신에 저에게 글을 쓴다고 보여주었고, 저는 어제 쓴 것을 상기시켰습니다.
마침 아침을 먹고 설거지를 하는 중이어서[1] 마치고 같이 하자고 했더니 아이가 그새 책을 보고 한자를 그렸습니다.
제가 '자기 주도 학습의 기준'인 아이가 챙기는 진도를 상기시켜 아이에게 노트에 31을 쓰자고 합니다. 지난 글에서 아빠(엄마/선생)의 객관적인 진도를 고집해야 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마치 회사의 비전이나 목표처럼 아이와 아빠가 함께 바라볼 기준은 필요합니다.
복습을 유도했습니다. 학습은 저장과 인출의 고리 속에서 기억을 만드는 일이기도 하다는 믿음 때문입니다. 어제 쓴 글자를 보면서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르라 했더니 왕(王) 자를 골라 썼습니다.
지난 시간에 활용했던 획순 보기 기능을 보조 교재로 사용하였습니다. 어제 '작을 소'를 말하자 엄마가 '적을 소'도 있다는 기억을 끄집어내어 또 썼습니다. 그러더니 '큰 대'도 찾아달라고 합니다. 큰 대와 작을 소의 연관 관계를 강조하기 위해 집에 있던 생수 병 두를 가져도 놓았습니다.
그랬더니 아이가 페트병의 위치를 교정합니다. 글자 바로 위로 말이죠.
'큰 대'자를 보는데 '한 일(一)'과 '사람 인(人)'을 합친 꼴이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그래서, '사람 인'도 써 보자고 했더니 '어떻게 쓰냐?'라고 묻습니다.
다시 획순 보기를 활성화 한 스마트폰을 아이 앞에 내놓습니다. 그리고 '그만할까?' 아니면 '하나만 더 쓸까?'하고 아이에게 그만두는 기준을 정할 기회를 제공합니다. 아이가 두 개만 더 쓰겠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쇠 금(金)'을 선택하더니 이어서 '물 수'와 '손 수' 말고 어려워도 좋으니 새로운 '수'자를 쓰고 싶다고 해서 제가 '셈 수(數)'자를 찾아 제시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책에서 '별 성'자를 하나 더 추가했습니다. 아이에게 '마침'을 인식시키고 성취감을 느끼게 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사진을 찍자고 했습니다.
이 글을 쓰고 났더니 이번에는 아이가 '32 할 거에요'라고 말하며 스스로 책을 펴고 노트를 가져온 후에 학습을 합니다.
[1] 설거지를 자주 하는 편은 아닌데 글에 자주 나와 오해할 분이 있을까 봐 씁니다. 일요일 아침은 아내에게 자유시간을 주고, 제가 아이들 아침을 책임지는 날들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