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들과 함께 배우기 2024
기록을 보니 둘째의 자기 주도 학습은 최소한 15개월은 넘은 듯합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책 한 권이 '자기 주도 학습의 기준'이 된 듯도 합니다.
축구 영상을 보고 책을 보고 나서 선택한 둘째의 놀이는 자기 주도 학습이었습니다. 지난주까지 28번을 했으니 이제 29번을 하자고 합니다.
설거지를 앞두고 있던 터라 종이만 준비를 해 주고 먼저 해 보라고 유도했습니다.
숫자 짝 맞추기 놀이라서 숫자를 쓸 수 있도록 달력을 뜯어 주었습니다. 뒷면을 쓰리라 생각하고 주었는데, 아이는 숫자가 나온 앞 면을 자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달력에 큰 숫자가 쌍으로 있지 않고 하나씩만 있다는 사실에 잠시 고민을 하더니 작은 숫자를 발견해 냈습니다.
그다음부터 저는 설거지를 하다가 아이가 관심을 요구할 때 눈을 맞추고 들어 주면 되었습니다. 짝 맞추기는 시시했는지 조금 있다가 자기 생일을 맞추고 있었습니다.
설거지하며 대화를 병행하느라 지금은 아이가 나누었던 대화의 줄거리가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기억나는 내용이 하나 있습니다. 제가 '올해는 몇 년이야?'라고 물었더니 아이가 이렇게 물었습니다.
올해가 뭐예요?
아직 유치원에 다니지만 형의 존재와 포켓몬 덕분에 한글을 배운 탓에 아이의 어휘력에 대한 감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저한테 좋은 훈련이 됩니다. 돌파구를 찾아봅니다.
오늘은 며칠이지?
아이가 날짜는 잘 압니다. 거기서 출발해서 날짜 앞 연도를 묻습니다. 그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다음에 묻습니다. 이틀 후에는 며칠이야?[1] 아이가 혼란스러워합니다. 질문을 바꿉니다.
시간은 뒤로 갈 수 있을까?
'아니요.'라고 잘 답을 합니다. 그러면 내년은 더하기로 해야 한다는 말을 아이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입니다. 이렇게 또 자기 주도로 시작한 학습에 제가 가이드로 개입하여 함께 한 학습 여행 장소는 수학이 되었습니다.
연휴 동안 비슷한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생명을 다룬 넷플릭스 다큐 내용이 좋아 함께 보는데, 제가 '시리즈'라고 하자 이렇게 물었습니다.
이어지는 게 아니라 시리즈라는 거예요?
준비 없이 받은 질문에 대해 성의껏 답변을 했는데, 지나고 나니 뭐라 했는지 기억이 없습니다. 같은 날 아내가 오후 2시 30분에 하는 마셜 아트 공연을 예매해서 공연장으로 함께 향하는 길이었습니다. 둘째 아이가 '두 시 반'이라는 표현을 하길래 신기해서 이렇게 물었습니다.
두 시 반이면, 두 시 몇 분이라는 거야?
아이가 답을 하자, 이번에는 이렇게 물었습니다.
반이 30분이면 하나는 몇 시간이지?
자신 없는 표정으로 생각하더니 '1분'이라고 말했습니다. 아이가 아는 쪽에서 접근해 보기로 했습니다.
한 시간은 몇 분이지?
아이가 벽시계는 보고 읽을 수 있기 때문에 답을 맞혔습니다. 그리고, 반을 물었던 제 의도로 향해 나아가는 질문을 다시 했습니다.
그걸 반으로 나누면?
아이의 눈높이에서 질문하는 법을 갑자기 익힌 듯해서 즐거운 하루였습니다.
[1] 이 글을 쓰는 시점은 2023년 12월 30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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