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들과 함께 배우기
크리스마스 아침에 소소한 일로 아이에게 배움을 얻은 내용에 대해 씁니다. 크리스마스 아침부터 다음과 같은 광경이 펼쳐집니다. 아이의 기대에 부합하는 산타(?)의 준비와 즐거워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훈훈하게 느껴집니다.
조립에 푹 빠진 아이들의 모습을 보다가 문득 캐럴이 틀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거실에 설치한 스피커로 캐럴이 들리게 했습니다.
처음에는 저도 모르게 제 취향의 캐럴을 틀었습니다. 둘째가 영어로 노래가 나오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데 제가 이렇게 말합니다.
영어를 잘하는 법을 알려 줄까? 내가 아는 것을 생각하지 말고
들리는 데로 따라 하면 돼
그랬더니 옆에 있던 큰 아이가 장난스럽게 과장해서 노래를 따라 부릅니다. 이내 제가 고집을 부리는 일이거나 아이들을 유도하려는 의도가 무의식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방금 전에 제가 올린 글에 이를 주의하려는 마음의 담겨 있는데, 무의식의 힘은 제가 그저 의지대로 하게 놓아두지 않습니다.
주관이 지나치게 뚜렷하고 더불어 함께 하는 마음을 잃으면 고집불통이 될 수 있습니다. 저의 과거만 보아도 그랬던 순간들이 꽤나 많습니다. 다행히 더불어 함께 하는 삶은 내가 고집불통이 되도록 내버려 두지 않습니다.
무의식을 다루는 문제에 대해서는 최근 읽은 김영식 님의 <무의식 사용 설명서>가 도움이 됩니다. 완전히 이해한 것은 아니지만, 제 말로 풀어 보면 인지하지 못한 현상을 인식하려고 여유를 차려 살펴보고 난 후에 다시 차리는 일입니다.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나도 모르게 행동하는 일이 잦아집니다. 그러니 가능한 차려서 살려고 합니다.
여기에 더해서 어젯밤 그리고 오늘 아침 읽었던 도반의 글이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다음 글귀는 저에게 제가 놓쳤던 실수를 떠올리게 했습니다.
저쪽은 혼자 말로 스스로 화를 푸는 일을 했을지도 모른다. 여러 사람과 함께 웃자는 의도로 말을 했을 수도 있다. 저쪽이 '나는 말로 풀어버릴 테니 앞으로 잘 지내자'는 의도로 말을 했을 수도 있다. 저쪽의 욕망은 내쪽이 단박에 알기는 어려운 일이다.
바로 둘째가 눈물로 저에게 각인시켜 준 <다른 사람 마음은 짐작하지 말고 물어보기>입니다.
그래서 다시 마음을 차리고 아이의 말을 들었습니다. 그랬더니 바로 들을 수 없던 말들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아이가 징글벨을 소리 높여 불렀는데, '왜 그러는지 알아요?'라고 물었습니다. 그리고 '징글벨로 공연했거든요.'라고 자랑스러운 얼굴로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마음을 열고 귀를 기울이면 들을 수 있는 이야기였습니다. 다시 말해 평소에는 그렇게 하는 법을 제가 잘 몰랐거나 노력하지 않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작은 변화는 제가 잠시라도 달라지게 돕습니다.
뒤이어 아이가 '하얀 겨울 듣고 싶다'라고 혼잣말을 했는데, 제가 '지금 듣는 것 끝나고'라고 답합니다. 여러 곡이 묶인 플레이리스트 후에 찾아보겠다고 답한 것인데, 스스로 묻습니다.
왜 꼭 그래야 하지? 나중에 잊히면 아이가 서운할 수도 있는데?
그리고 다른 노래를 다 듣는 인내심을 발휘할 이유는 무엇인가?
내가 아이의 마음을 무시할 만큼 지금 듣고 싶은 노래가 있는가?
이 역시 무의식의 작동이란 점을 눈치채고 바로 '하얀 겨울'을 틀었습니다. 둘째는 물론 큰 아이도 전주부터 이미 알아채고 즐거워했습니다. 그 덕분에 발의 위치를 두고 다투는 둘을 도울 수 있었습니다. 발과 몸이 부딪힌다고 둘이 실랑이를 했는데, 제가 말로 기준을 따져서는 해소가 되지 않는 듯했습니다.
방금 했듯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일단 몸을 일으켜 마음을 써 보자고 했습니다. 그래서 둘에게 기준을 주고 행동을 바꾼 후에 손해 보는 마음이 들 수 있는 큰 아이 다리에 이불을 덮여 주었더니, 자신에 대한 배려를 느낀 것인지 둘의 소동을 없던 일처럼 사라졌습니다. 그런 일이 가능하게 하는 힘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 못하지만 요즘은 그저 '차린다'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아무튼 십 여분 간 이어진 마음을 열어 아이들의 마음을 듣는 일의 끝은 둘째가 '트롤 듣고 싶다'라고 하며 끝이 났습니다. 어제 오후에 함께 본 영화에 대한 추억을 떠올리는 시간으로 전환되었거든요.
10. 모방은 최고의 스승이니 모방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기
12. 지도와 지리를 연결하는 경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