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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영회 습작 Jan 19. 2024

갑작스러운 질문에 대처하며 함께 배우기

두 아들과 함께 배우기 2024

아이가 책의 모든 페이지를 읽고 말할 때

아이가 책 한쪽을 넘길 때마다 거기 나오는 동물에 대해 말했습니다. 지금 돌아보니, 당시에 노트북을 펴 놓고 시선과 관심을 아이에게 돌리지 않았던 때문인 듯합니다. 시차를 두고 (제가 쓴) 글을 다시 보며 상황을 떠올려 보니 <당신이 옳다>의 한 구절이 연결됩니다.

역설적으로 자기 존재에 대한 영역에서 인간은 공평하게 허기지다. <중략> 존재에 대한 주목이 삶의 핵심이라는 사실

정혜신 님의 표현을 빌면 아이는 '정서적 공급'을 요구한 것이라는 말을 이번에는 배웁니다.


다시 그때로 돌아가서 당시에 제가 느낀 것과 생각한 것을 기록합니다. 아이가 반복해서 책에 나오는 동물을 말하다가 '널빤지...'라고 말하는데 제가 물었습니다.

널빤지가 뭔지 알아?

아이가 아무렇게나 둘러 대는 모습을 보면서 '아빠가 알려줄까'라고 학습을 유도했습니다. 둘째의 책 읽기 방법 중 하나는 형의 책을 그냥 보는 식입니다. 포켓몬 도감으로 한글을 떼는 장면을 몰랐더라면, 어쩌면 아이가 어떤 방식으로 정보를 습득하는지에 대해 전혀 모르고 살았을 뻔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기 주도 학습을 하는 아이 코칭하기

돌아보면 작년 10월 <항해하듯 아이와 밀당하기> 즈음에 시작한 노력은 1년 후쯤에 쓴 <아이의 자기 주도 학습을 도우면서 나도 배우기>를 보면, 1년 만에 '아이의 자기 주도 학습'이라는 토대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아이의 흐름에 어떻게 개입하는지 감을 찾았습니다. 드디어 김진짜에서 봤던 코칭 전문가를 향해 나아가는 다음 단계에 진입했다는 뿌듯함도 느낍니다.


속말을 끄고, 다시 아이와 나눴던 널빤지로 돌아갑니다. 아이가 제 옆으로 다가온 후에 제가 사전 검색으로 '널빤지'를 찾았습니다. 그러고 나서 아이에게 설명을 읽어 보라고 했습니다. 아이의 눈을 보니 분명치 않은 듯이 느껴졌습니다. 그때 제 머릿속에서 지난 주말에 아이가 얻은 송판이 생각났습니다. 마셜 아트에서 격파 장면을 보는데 자리가 무대 앞이라 송판이 무대 아래로 떨어지면 아이가 재빨리 달려가 줍던 장면이 떠올린 것입니다. 그렇게 자기 손때를 묻혔으니 기억하고 결합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아이가 고개를 끄덕일 때까지 진행했습니다. (아이에게 말을 할 때는 송판이 널빤지인지 아리송했는데) 나중에 찾아보니 송판도 널빤지 일종이 맞네요.


한편, 재택근무를 하게 되면 아이가 집에 있을 때 일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앞선 이야기도 노트북을 보며 자신과 놀아 주지 않는 아빠를 상대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짐작할 수 있습니다. <Tidy First>를 번역 원고 마감이 1월 19일로 정해지자, 자투리 시간도 아껴 쓰다가 아이와 갈등 아닌 갈등이 생긴 장면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아빠가 계속 노트북을 보고 있으니 아이는 급기야 제 앞으로 와서 무릎에 앉았습니다. 두레이로 표를 그리고 있던 저는 순발력을 발휘하여 아이에게 물었습니다.

표가 뭔지 알아?


표에서 패턴을 찾아 놀이로 바꾸기

아이가 비행기표나 영화표를 떠올렸습니다. 테이블(table)의 터박이말에 해당하는 '표'를 아이가 알 수 없어서 아이가 이미 알고 있는 무언가를 찾는데, 마침 책상(table) 위에 아이가 유치원에서 받은 달력이 있었습니다.


‘이렇게 두 개가 비슷한 것을 뭐라고 하지?’라고 물었습니다. 아이와 대중목욕탕에 가서 타일 모양이 모두 비슷한 것을 보며 '패턴 놀이'[1]를 했던 기억을 불러왔습니다. 이렇게 대화를 하다가 고개를 돌려 보니 냉장고에 붙어 있는 종이에 표가 잔뜩 있었습니다.

자신감이 생긴 저는 아이에게 그럼 ‘보물 찾기’처럼 집에서 표를 찾아볼까 하고 유도했습니다. 자신 없는 얼굴이었지만, 아이는 ‘보물 찾기’라는 말에 조금 설레어하며 거실 여기저기를 뛰어다녔습니다. 네모 칸이 여러 개 있는 모든 물건을 집어 들었는데, 그 과정에서 저도 표라는 말의 뜻을 또렷이 알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표는 네모 칸에 장난감이 아니라 글자가 들어가야지!


우리 둘째 아이가 없었다면 몰랐을 터박이말 '표'의 바탕치입니다.


주석

[1] 대중목욕탕에 다녀온 후에도 아이 스스로 수시로 패턴을 찾으면 '아빠, 이 거 패턴이요.'라고 보여 주었던 시간들이 있습니다.


지난 두 아들과 함께 배우기 2024 연재

1. 몸으로 배우는 자기 주도 학습 도우미

2. 어떻게 이야기의 배경 지식을 채워 학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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