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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영회 습작 Nov 07. 2024

모델링을 Actor로 시작한다는 의미는 무엇인가?

어떻게 하면 모델링을 잘할 수 있을까?

<모델링 과정을 역추적하기 위한 초벌 메모>를 쓰고 나서 <설계: 생각을 ‘차려’ 물질로 만드는 힘> 연재가 갖고 있던 단방향성을 극복하기 위해 설계나 모델링에 관심 있는 지인들과 화상 미팅을 했습니다. 그중 한 분에게 받은 피드백을 토대로 생각을 엮어 보는 글입니다. 편의상 그분을 '그'라고 칭하기로 합니다.


모델링을 Actor로 시작한다는 의미

그가 남긴 기록입니다.[1]

 Actor 자체가 '것'이 된다는 의미보다는 Actor와 협력을 해야 할 '것'들이 자연스러운 '곳'에 위치하게 되고, 그 '것'들이 '쪽'이 된다. 이런 식으로 해석을 하게 됐습니다. 그 과정에서 좀 더 명확한 '왜'가 세워지면, 사람 이름 / 역할 / 조직 / 페르소나에 따라 '어떻게', '무엇을' 바람직하게 결정할 것이라고 해석을 했습니다.

화상 미팅 후속으로 쓰인 글이기 때문에 여기서 글로 처음 접하는 독자님들에게는 무슨 말인가 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출하는 것이 우리끼리만 소통하는 것보다는 결과적으로 유용하다는 생각에 글을 씁니다. 이 글의 바탕에는 다음 두 가지 배경 지식이 작동합니다.

지난 글: 모델링 과정을 역추적하기 위한 초벌 메모

최봉영 선생님께 배운 '쪽인 나'로 세상을 인식하는 방법

저는 그의 피드백을 보고 서로 통했다는 점에서 상당히 기뻤습니다. 또한, 놀라기도 했습니다. 다자간 화상 통화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둘이서 주고받은 대화가 길지 못했기 때문에 이 정도 전달이 되었다는 사실은 기쁨과 놀라움을 동시에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그 기쁨을 더 누리기 위해 찬찬히 내용을 살펴보기로 합니다. 일단, 글에는 명확하게 나타나 있지 않지만, 그는 지난번 화상 회의에서 제 설명을 들으며 Actor를 Action의 일부로 생각해 온 자신의 습성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 나갈까요?


주체와 대상 그리고 욕망

우선 지난 시간에 인용한  <AI 최강의 수업> 다발말을 인용합니다.

모델은 현실 세계의 사물이나 사건의 본질적인 구조를 나타내는 모형이다. 현실 세계의 복잡한 현상을 추상화하고 단순화하여 모델로 표현한다.

'본질적인 구조'란 어떤 것일까요? 누가 그것을 결정하거나 판단할 수 있을까요? 제 경우 인생책인 <대체 뭐가 문제야>를 읽지 않았다면 이 문제에 대해 자신 있게 답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지금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바로 그것이 문제란 점이죠. 얼떨결에 모델링을 하고 있는 분이라면 지금 내가 만들려는 모델이 반드시 누구를 위한 모델인지 물어야 합니다. 혹은 '누구들의 문제인지' 말이죠. 인생책이 저에게 알려준 지혜를 여기서 짧은 말들로 충분히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바로 그 누구를 알아야 욕망을 알 수 있기 때문이란 점만 분명하게 하겠습니다. 다수의 욕망을 담고 있다면 우리는 이를 이해관계(利害關係)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꽤나 긴 글이 될 듯합니다. 두서없이 쏟아져 나오는 생각을 차려야 하고, 글의 호흡을 정해야겠네요. 일단, 여기서 모델에는 이해관계자의 욕망이 담겨야 한다는 사실을 먼저 전제하고 싶습니다. 모델과 욕망이라니? 너무나도 어색하다 생각할 수 있지만, 문제의식이 담기지 않은 결과물은 누구도 좋아하지 않습니다. 이해관계자의 관심을 끄는 내용을 다른 말로 '문제의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화제를 바꿔서 모델러와 독자 관계를 설명하는 것으로 마치고자 합니다.


모델러와 독자의 관계

간단한 모델이라도 예시가 필요하니 <모델링 과정을 역추적하기 위한 초벌 메모>에 사용했던 것을 호출합니다.

일단, 이 그림 안에 누구의 욕망과 누구들의 이해관계를 담았을까요? 그게 뭐든지 간에 분명한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모델러의 인식을 표현했다는 점입니다. 추상화 과정에서 취사선택은 자신이 주체가 되었든 다른 누군가의 관심사, 압박, 지시 따위를 반영했든 모델러가 인식하지 못한 것을 표현할 수는 없으니까요.


여기서 더하여, 모델에 담기는 내용이 어떻든 간에 또 분명한 한 가지 사실이 있습니다. 그린 사람과 달리 보는 사람은 그린 사람이 표현하는 맥락을 정확히 알 수 없고, 필연적으로 추정해야 합니다. 마치 제가 <성공적 대화를 돕는 그림>에 나타낸 대화의 본질적 특성과 같은 문제를 갖고 있습니다. 즉, 효과를 발휘하려면 어쨌든 알아먹게 그려야 합니다.

그러니 모델을 보는 사람을 분명하게 할수록 전달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덜 들어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심지어 모델러 스스로가 나중에 볼 목적으로 쓴 그림일지라도 시간이 흐르면 기억이 흐려집니다. 지금은 중요하지만 이후에는 중요하지 않은 내용이 들어가 있다면 그 즉시 이해하지 못하기도 합니다. 모델링의 밑바탕을 이루는 이런 특성은 종종 간과되기도 하는 듯합니다.


독자가 달라서 다시 그린 그림

마침 딱 맞는 실제 사례가 있습니다. 이전에 그린 그림이 개발자를 위해 그린 그림이긴 하지만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직관적으로 그렸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개발자가 아닌 사람들에게 데모를 준비하면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오래간만에 egon.io을 테스트할 겸해서 그려 보았는데 원래 모델(개발자용) 보다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유는 두 가지인데요. 핵심은 '누가 무엇을 하느냐?'가 두드려져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개발자가 아닌 업무 프로세스인 이상 '누가 하는 일인가요?'가 초미의 관심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바로 그 누가 어디 속한 사람인지 드러내는 일 역시 같은 맥락에서 중요했습니다. 그래서 모델링 요소로 구획을 나눌 수 있는 그림이 효과적이라 느꼈습니다.


한 가지 분명하게 확인합니다. 같은 내용을 바탕에 두고 있을지라도 독자가 다르면 다시 그려야 할 수도 있다는 점이죠.


주석

[1] 내용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일부 손질을 했습니다.

[2] <한국말 말차림법>에서 제안한 단락에 대한 토박이 말입니다. 왜 다발말인지는 <언어에 대한 일반이론>에서 일부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지난 어떻게 하면 모델링을 잘할 수 있을까? 연재

1. 모델링 과정을 역추적하기 위한 초벌 메모

2. 모델링 도구 사이에서 방황하는 모습을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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