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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세계의 일들은 대부분 의식적인 통제를 받지 않는다

내 삶을 차리는 독서의 시작

by 안영회 습작

<관념계 여행과 무의식에 밀항하는 자아>에 이어서 1장 <내 머릿속에 누가 있는데, 내가 아니야>에서 밑줄 친 내용을 인용하고 거기서 만들어진 제 생각을 다룹니다.


유레카 효과 혹은 아하 모먼트의 비밀

유레카 효과 혹은 아하 모먼트의 비밀이 밝혀지는 듯한 내용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상한 종류의 신문 독자라서 헤드라인을 읽으면서 마치 자신이 그 생각을 처음 해낸 것처럼 공치사를 한다. “방금 좋은 생각이 났어!" 기쁨에 차서 이렇게 말하지만, 사실은 이 천재적인 발상이 뇌리에 떠오르기 전에 뇌가 이미 엄청난 양의 작업을 해놓았다. 막후에서 어떤 아이디어를 올려 보낸다는 것은, 신경회로가 몇 시간, 며칠, 몇 년 동안 정보를 통합하고 새로운 조합을 시험하는 작업을 해왔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막후에 숨어서 움직이는 이 광대한 기계에 별로 감탄하지 않고 그 공을 자신의 것으로 삼는다.

혹은 인공지능에 놀라는 일이 바로 그 무의식이라고 부르던 인식할 수 없었던 뇌의 기능을 인간의 손으로 만들면서 역으로 다시 뇌를 이해하게 되는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저자는 밀항자인 우리의 인식은 보안 등급 상 뇌의 운영 시스템을 조사할 수가 없다고 묘사합니다.

그 거대한 운영 시스템을 의식이 인지하고 조사하는 것은 허락되지 않는다. 뇌는 자신을 숨긴 채 작전을 지휘한다.


블랙박스 형태의 함수처럼 사용하는 뇌의 기능

우리의 의식은 그저 블랙박스 형태의 함수처럼 뇌를 사용할 수 있을 뿐입니다. 여기서 또 유레카 효과가 작동합니다. 박문호 박사님의 기억법 역시 블랙박스로 작동하는 뇌의 작동을 인지하면 만들어 낸 효과적인 함수 호출 방식이라고 할 수 있군요.

그렇기 때문에 훌륭한 아이디어를 떠올린 공은 정확히 누구의 것인가 하는 질문은 간단하지 않은 듯도 합니다.

스코틀랜드의 수학자 제임스 클러크 맥스웰은 1862년에 전기와 자기를 통합한 중요한 방정식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임종을 앞둔 어느 날 기묘한 고백을 했다. 자신이 아니라 "자신 안의 어떤 것'이 그 유명한 방정식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그는 아이디어가 자신을 찾아오는 과정을 전혀 모른다고 시인했다.


정신세계의 일들은 대부분 의식적인 통제를 받지 않는다

대번에 <테니스 이너 게임>에서 배웠던 내용들과 고스란히 연결됩니다.

정신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은 거의 모두 우리의 의식적인 통제를 받지 않는다. <중략> 의식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세세한 부분에 간섭하기 시작하면 효율이 떨어진다. 피아노 건반에서 손가락을 어디로 움직여야 하는지 의식적으로 생각하기 시작하는 순간, 우리는 더 이상 그 곡을 잘 연주할 수 없게 된다.

나아가 실제로 충조평판이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 이유도 짐작하게 합니다.

'의식적인 통제를 받지 않는다'라는 말을 보니 지난달에 보관해 두었던 페북에서 본 이미지가 떠오릅니다. 작은 차이지만 무의식이라고 했으면 연상되지 않았을 듯합니다.

이 그림을 주목하는데 놀랍게도 틱낫한 스님의 현존이란 말에서 배운 내용들과 <테니스 이너 게임>이 강조한 것들 그리고 <시골 농부님의 깨달음 수업> 따위에서 파편적으로 혹은 어렴풋하게 배운 교훈들이 뭉쳐지는 느낌을 받습니다.

이 느낌을 간직하기 위해서 내용을 더 이어가지 않고 멈춥니다.


지난 내 삶을 차리는 독서의 시작 연재

(116회 이후 링크만 표시합니다.)

116. 안물안궁 2024년 안영회 독서 목록

117. 문제를 정의하고 계획을 세우는 인공지능

118. 알고리즘을 만드는 알고리즘 그리고 모델과 기계 학습

119. 기계 학습 알고리즘의 분류와 일반화 능력

120. 생물학적 신경망과 학습 잘하는 딥러닝의 등장

121. 놀랍게도 황소는 누런 소가 아닙니다

122. 생물학적 신경망과 학습 잘하는 딥러닝의 등장

123. 인공지능에도 늧알이와 말알이 단계가 있다

124. 의사결정 과정을 설명할 수 없는 인공지능의 한계

125. 최고의 인공지능은 아직 발명되지 않았다

126. 인공지능을 지배하는 자, 미래를 지배한다

127. 우리는 이 행성에서 가장 분주하고 밝게 빛나는 존재다

128. 왜 인간은 자유로부터 도피하려는 경향이 있는가

129. 자동으로 움직이는 뇌에서 선택의 주체는 누구인가?

130. 관념계 여행과 무의식에 밀항하는 자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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