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고 따져서 개념을 만들고 실행하는 디지털 전환
<인공지능 도구 덕분에 모르는 중국어를 찾아보다>를 쓰다가 문득 재미있는 비유가 떠올랐습니다. 브라우저에서 클릭이나 복사를 못하게 막는 일은 흔한 일이죠. 그런데 그걸 오프라인 공간에서 하는 노하우에 비유해 본 것입니다.
대학 다닐 때 직장과 학업을 병행하는 후배가 수업과 별도로 '동선 디자인'을 배우고 있다는 말을 듣고 낯설어서 물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백화점이나 대형 마트에 보면 에스컬레이터를 연속해서 타지 못하게 하고, 반대편으로 걷게 해서 아이쇼핑을 하도록 유도하는 일을 예로 들었습니다. 퍼플렉시티(이하 '퍼플')가 저에게 선사한 경험이 매우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죠.
글을 쓰며 '동선 설계'라는 기억의 끈이 정확한 표현인지 퍼플에게 물었습니다. 25년 전에 들은 내용인데 아직 제대로 기억한 듯합니다. 하지만, 퍼플 기록을 보니 '공간 동선 설계’가 더 명확하게 느껴졌습니다.
위키피디아를 찾아보니 Circulation plan 페이지가 있었습니다. 크롬 번역을 해 보니 어디는 '유통 계획'이라고 하고 다른 곳에서는 '순환 계획'이라고 번역하네요.
내용을 훑어보니 도시 계획 맥락에서 쓰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국말로 구글링을 해 보니 유통업에서 쓰이는 자료는 눈에 띄지 않지만 건축업의 자료는 눈에 띕니다.
일시적 지적 자극에 반응해서 지식 검색을 해 보니 우연하게도 <메뉴는 콘텐츠 노출과 그에 따른 사용자 트리거 도구이다>와 연결해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메뉴가 사용자의 욕망이나 목표로 가는 동선을 안내하는 프로그램된(미리 준비된) 선택지라고 하면, 동선 서례와 메뉴는 관련이 매우 깊네요. 마치 메뉴가 정적인 구조라고 하면, 동선은 구조와 교차하는 동적 특성의 집합이거나 그 인스턴스(집합의 한 요소)라고 할 수도 있군요!
그렇게 따져 보니 이미 우리 삶에 너무 깊숙하게 들어온 내비게이션이 다루는 콘텐츠 자체가 동선이었습니다.
놀랍게도 이 글을 쓰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동료와 했던 회의에서 그가 시도한 디지털 마케팅 행위가 앞서 인용한 설계도와 오버랩되었습니다. 다만, 물리적 공간 대신에 인터넷 공간이라는 차이가 있고, 사람이 들고 나는 동선이 아니라 사람들이 콘텐츠 조회나 상호작용을 위해 이동하는 인터넷 공간의 이동이라는 점이 다르지만, 위상이 비슷하다는 생각에 빠르게 그림을 그리고 동료에게도 설명해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