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진Origins을 읽고 생각 기록하기
<오리진> 50쪽의 문장을 제목으로 삼았다.
우리는 판의 활동이 낳은 자식이다.
이 문장을 읽고 나면 1장의 제목이기도 한 저자의 질문이 더욱 와닿는다.
우리는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이 글은 그 1장에서 밑줄 친 내용과 읽으면서 떠오른 생각을 다룬 글이다.
1장 앞부분(20쪽)에 처음 듣는 표현이 나온다.
그중 한 갈래는 오늘날의 침팬지와 보노보의 공통 조상으로, 다른 한 갈래는 호미닌으로 갈라져 나갔다. 우리 종인 호모 사피엔스는 호미닌 가지에 달린 하나의 잔가지이다. 따라서 인간은 유인원으로부터 진화한 것이 아니다. 우리는 아직도 포유류인 것처럼 아직도 유인원이다.
흥미롭다. 책에 나오는 호미닌hominin 스펠링을 이용해서 위키피디아를 찾아본다. 그러면 페이지 전환(Redirected from Hominins)해 호미니(homini) 페이지로 이동한다. 호미닌을 빠르게 찾아보려고 훑어보니 계통도 같은 것이 보인다.
호미닌은 좌측 하단에 보인다. 호미닌(호미니와 동의어라 판단하고, 책을 따라 부르기로 한다)이 다시 두 개 genus(屬)속으로 나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위키피디아 페이지 오른쪽에 친절한 설명이 곁들여진 사진을 통해 위 계통 분화를 다시 확인할 수 있다.
호모(사피엔스)가 침팬지를 들고 있는 사진을 두 개의 호미닌이라 이름 붙여 놓았다. 그리고 팬 속(Pan genus)을 다시 찾아보면 책의 설명처럼 침팬지와 보노노가 대표적이란 사실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생물학을 전공할 것도 아니고, 호미닌에 대해 알아서 무엇을 하겠는가? 나는 그저 흥미롭게 책을 읽고 다시 일상의 다른 일로 복귀하는 대신에 굳이 글을 쓰는 이유를 정의하고 싶었다. 그건 아마도 내가 받은 자극(영감)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은 욕망인 듯하다.
이 단락의 제목이 바로 책 44쪽에서 인용한 아래 구절 바로 위에 나오는 제목이다.
판들의 활동은 그곳에서 우리가 종으로 진화하게 한 다양하고 역동적인 동아프리카 환경을 만들어내는 데 그치지 않았다. 그와 함께 인류가 초기 문명을 건설한 장소들을 결정한 주요 요인이 되었다.
명리학을 배울 때 고미숙 선생님이 역학이 결국 우리를 둘러싼 환경에 대한 이해를 꾀하는 것이란 설명을 했다. 7년 전에 들은 그 이야기가 떠올랐다. 또, 연관된 지식으로 박문호 박사님께 들은 공진화 개념도 떠오른다.
생각은 계속 기억을 소환하여 시골 농부님의 글에서 보는 연기라는 불교 용어도 떠오른다.
여러 가지 원인으로 생긴다는 인연의 이치를 의미하는 불교교리.
(소프트웨어 설계 쪽에서 '관계'를 어떻게 정의할 것이냐 하는 주제로 생각이 계속 펼쳐지는데 여기서 멈추고) 다시 책 내용으로 돌아가 보자.
나는 평소에 엄밀한 수학적 의미가 아니라 추상화 사고 방법의 일환으로 '함수'를 자주 활용해왔다. 지구 기온이 떨어지는 냉각화가 결국 인간이 살아가는 환경을 건조하게 만드는 기능을 하였다. 다른 부분을 무시하고 해당 측면을 부각해서 보는 일은 때때로 유용하다. [1]
지난 5000만 년 동안의 지구 기후에서 두드러진 특징은 냉각화이다. 신생대 냉각화라 부르는 이 과정은 빙기와 간빙기가 교대로 반복되는 현재의 맥동 빙기 260만 년 전에 정점에 이르렀다. <중략> 거대한 산맥의 침식은 대기에서 많은 이산화탄소를 제거함으로써 이전에 지구를 따뜻하게 보온해주던 온실 효과를 크게 줄였으며, 그 결과로 지구의 평균 기온이 떨어졌다. 기온이 낮아지자 바다에서 증발되는 물의 양이 줄어들어 세계의 많은 지역은 강수량이 줄어들고 건조한 곳으로 변해갔다.
저자는 해당 함수의 영향으로 벌어진 일 중에서 유인원으로부터 현생 인류로 이어지는 호미닌족으로 분기가 일어난 내용에 초점을 맞춰 설명한다.
나무에서 살아가던 유인원으로부터 호미닌의 분기를 촉진한 주요 요인 중 하나는 바로 장기간 지속된 동아프리카의 건조한 기후와 그로 인해 숲 서식지가 감소하고 쪼개지거나 사바나로 변모해간 환경 변화였다.
호미닌의 계보는 더 다양할 테지만 두 발 보행과 손을 써서 도구를 만들기 시작한 진화가 중요해 보인다. 두 발 보행 진화의 동기는 바로 숲이 줄어 나무에서 내려와야 했던 환경 변화를 지목할 수 있을 듯하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 화석들은 두발 보행이 이전에 생각했던 것처럼 탁 트인 사바나 환경에서 돌아다니는 생활에 적응하기 위해 진화한 것이 아니라, 아직 숲 지역의 나무들 사이에서 살아가던 호미닌에게서 처음 발달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손을 쓰기 시작한 것은 더 시간이 흐른 뒤에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고 한다.
약 200만 년 전에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속 호미닌 종들은 모두 멸종하고, 그 뒤를 이어 우리가 속한 속인 호모Homo속이 나타났다. 최초의 호모속 종인 호모 하빌리스 Homo habillis('손을 쓰는 사람' 또는 '손재주 좋은 사람'이라는 뜻)는 <중략> H. 에렉투스는 아마도 수렵 채집인으로 살아가고 불(단지 열을 얻기 위해서뿐만 아니라 조리용으로도)을 다룰 줄 알았던 최초의 호미닌이었을 것이다.
다음 문장을 읽을 때는 노아의 방주 같은 이야기가 떠올랐다. 호미닌의 긴 전승 동안에 구전되어 온 이야기가 구약에 남아 기록되기까지에는 왜곡이 자연스러운 일이니까.
기후 변동 시기들은 우리의 진화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을 뿐만 아니라, 여러 호미닌 종을 태어난 곳에서 떠나 유라시아로 이주하게 만든 것으로 보인다.
직접적인 연관성을 갖는 내용은 아니다. 그저 기후 변동이 우리의 진화와 문화에 큰 영향을 끼쳤음을 깨닫는 징표 정도로 '노아의 방주'가 떠올랐다.
언어 능력에서 출발한 사회적 능력이 우리가 네안데르탈인과 달리 살아남은 이유라고 말한다.
가장 그럴듯한 설명은 공유 환경에서 자원을 놓고 벌어진 경쟁에서 우리가 우위에 섰을 가능성이다. 현생 인류는 언어 능력이 훨씬 뛰어났고, 그래서 사회적 협응과 혁신 능력도 더 나았으며, 도구 제작 능력도 더 발달했다. <중략> 현생 인류는 체력 대신에 머리로 네안데르탈인과 경쟁에서 우위에 설 수 있었고, 그 뒤에 세상을 지배하게 되었다.
지난주에 흥미롭게 읽고 본 영상에 대한 감상을 기록한 <피터 드러커의 <경영과 세계 경제>를 읽고> 편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네안데르탈인이 갖지 못한 호모 사피엔스의 역량에 대한 1988년의 피터 드러커의 정의가 일부 소개되어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에게 공동 목표, 공동 가치, 올바른 구조, 지속적 훈련과 발전을 제공해 함께 성과를 내고 변화에 대응하도록 하는 일이라는 데는 변함이 없다.
경영은 현대적인 호모 사피엔스의 능력 중에 하나다. 그리고 도구 제작 능력도 네안데르탈인보다 더 뛰어난 사피엔스 중에서는 피터 드러커가 예언한 변화의 길을 실제로 삶에서 구현한 사람도 있다.
조직과 기술의 기계적 모델은 <중략> 최초의 컴퓨터가 작동했던 1945년에 수명을 다했다. 이후 상호 의존적이고 지식 집약적이며 정보의 흐름에 의해 체계화된 조직을 생명체로 보는 모델이 기술과 조직 모두를 이끌었다. <중략> 모든 산업 국가의 경쟁자들이 알고 있듯이 기계 산업은 자동화되지 않는 한, 즉 정보를 중심으로 재편되지 않는 한 구식이 된다. 그런 이유만으로도 교육은 아마 개발도상국이 직면하는 가장 큰 '경영' 관련 도전이 될 것이다.
내가 <피터 드러커의 <경영과 세계 경제>를 읽고> 편을 쓰지 않았다면 이 글의 주제는 저자의 아름다운 통찰이 담긴 다음 문장을 부연하는 글이었을 것이다.
우리는 판들의 활동이 낳은 자식이다
물론, 이 문장이 여전히 이 글의 주제이지만, <오리진>의 탁월한 내용에서 받은 영감과 나를 연결시키는 작은 부분을 하나 더 추가할 수 있었다. 잠시 판에 대한 디테일을 끄고 보면 우리가 사는 환경인 지구의 변화 가운데서 인간 종이 번성한 이유는 바로 언어와 사회적 역량인데, 이를 잘 활용하여 '지식과 기술을 엮여내는 역량'이 바로 경영의 본질 혹은 중심적 기능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